[Review]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는 존재감, 분장

<영화의 얼굴창조 전> 리뷰
글 입력 2019.02.1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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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도 안되는 장면이었지만
제작은 한 달이 넘게 걸렸었다.

- 이병헌/광해 역
<여의주를 물고 있는 상투관> 설명 중에서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는 존재감, 분장.
영화의 얼굴창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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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사극 영화 <광해>, <역린>, <사도>, <남한산성>, <안시성> 은 물론, 사극 드라마 <명성황후>, <태양인 이제마> 그리고 지난 2018년 SNS에 뜨겁게 주목 받았던 영화 <완벽한 타인>까지 이 영화들 속에는 한 분의 손길이 들어가 있었다.


그 분은 바로 분장감독 조태희. 이 분의 손길이 있었기에 관객들의 몰입력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조태희 분장감독의 업적을 전시라는 콘텐츠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분장’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알리며, 단순한 메이크업이 아닌 한 작품의 캐릭터 이미지를 완성하는 고도의 기술임을 알리려고 한다.


한국영화 분장의 방대한 기록을 보여주는 동시에 분장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이 전시회를  '분장의 존재감' 이 직접 느껴지는 가에 초점을 두고 관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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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첫 번째 섹션은 바로 영화 <광해>이다. 이 전시회의 첫 번째 섹션을 정한 이유는 어떠한 사극보다 고급스러움을 추구였고, OST의 웅장함과 함께 전시의 시작을 알리려고 했다고 한다. 사실 전시회를 들어가기 전에는, 여러 음악들이 섞여 들려서 전시회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전시회 입구에 들어서고 <광해>관에 들어갔을 때, 영화 <광해> OST를 틀어주었는데 그 OST 외에는 다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광해>관에서 전시 물품을 관람하는 데 있어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전시회 장 내 같은 음악을 틀어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 전시회는 각 섹션마다 특정 OST를 틀어줘서, 전시 관람하는 데 있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디테일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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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서는 섹션 별 공간 속 작품들을 하나하나 전시하며 그 위에는 그 작품들을 착용한 영화 장면을 걸려져 있었다. <광해>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비녀였다. 광해와 중전의 비녀를 하나하나 전시된 것을 보았는데, 이 전시회를 통해 전부다 같은 비녀가 아니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하나하나 다른 비녀를 직접 다 손수 제작했다는 사실에 놀라웠지만, 설명 속에 비녀 제작 속 담긴 의미, 표현,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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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인 광해가 용으로 표현되었다면

중전의 비녀는 여의주를 물고 있다.


그리하여 왕과 중전을

용과 여의주로 표현하고자 했다.

물론 아무도 알 리 없지만.


- 광해 <중전의 여의주 비녀와 메이크업> 설명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거였다. 나는 이 영화를 볼 때, 왕의 비녀, 중전의 비녀에 이렇게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지 전혀 몰랐었다. 디자인이 계속 바뀌었던 건 알고 있었지만 분장감독이 이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어떠한 분장 그리고 장신구를 통해서 역할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여서 이렇게 표현했다는 게 너무나 대단했다.


이러한 디테일도 존재했기에 영화 광해가 많은 대중들에게 인정받은 영화 작품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분장감독의 마지막 말 한마디는 정말 뜨끔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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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섹션 <광해>관을 보고 나서 다음 섹션으로 이동할 때 계단을 이용해서 내려가면서 나는 아! 놀라며 잠시 내려가다가 멈췄다. 아라아트센터 건물의 특성으로 인해 넓게 뚫려있는 천장으로 인해 지하 2층부터 4층까지 전반적인 모습을 계단을 내려오면서 볼 수 있었다. 다음 섹션을 이동할 때 이렇게 다음의 섹션은 물론 그 이후의 섹션들까지의 모습을 이동하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시 관람하는 데 있어 계속 집중하고 기대감을 높여주는 디테일을 또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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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움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때묻을 경우를 대비해

여분을 많이 제작을 하였다.


불필요할 수도 있지만

영화 현장의 변수를 생각하면

과한 게 부족한 것보다는 안전하게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비가 와서 젖는다든지

습기가 차서 축축해지거나

먼지에 원단 색깔이 변질되는 등의

변수를 항상 대비해야 한다.


- 역린, 유은미/복빙 역

<한복 원단 머리장식> 설명 중에서



사극 같은 경우 내부 촬영보단 외부 야외 촬영이 더욱 많을 것이다. 특히, 외부 촬영 같은 경우에는 자연재해, 날씨 등의 변수들이 많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환경과 변수를 고려한 분장감독은 하나의 장신구 작품을 만드는데 한 개 만 만들지 않고 여러 개를 만들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변수를 대비하였다.


이러한 설명서를 보고, ‘내가 봤던 사극 영화의 한 장면은 다행히 NG 없이 한 큐에 촬영이 성공한 장면일 수도 있고, 촬영 당시의 상황에 대한 변수를 극복하여 촬영한 장면일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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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섹션에 나오는 OST를 들으면서 하나하나 작품과 설명서를 읽는, 눈과 귀가 즐거웠던 전시는 오랜만인 것 같다. 내가 봤던 영화 작품의 섹션은 그때 보았을 때의 감상을 다시 머릿속에 끄집어 내어 같이 비교하면서 보았고, 내가 보지 못했던 작품은 다음에 이 작품을 볼 때는 이 전시회에서 보았던 분장 작품들에 포인트를 두고 볼 수 있도록 프리뷰 보듯 하나하나 흥미롭게 보았다. 이렇게 전시회를 보다가 마지막 섹션, <분장의 역사월> 속 스케치관에서 감탄을 하면서 고개를 뒤로 넘어갈 뻔했다.


넓은 한 벽면에는 모든 작품의 시작이라고 하는 컨셉드로잉 작업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컨셉드로잉은 시나리오를 받고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작업이라고 한다.



사진출처 ⓒ(역린-현빈 드로잉)영화의얼굴창조전.jpg
 


 <광해>의 주인공은 어떻게, <남한산성>의 최명길을 어떻게 그릴지 배우를 머리속으로 상상하면서 수많은 자료와 상상력을 동원해 컨셉을 잡는 과정이며, 이를 통한 스케치들은 정밀묘사를 통해 스케치하여 영화 속 인물을 구체화시킨다고 한다. <역린>의 현빈/정조 역에서는 정조의 특징은 물론, 정조 역을 하는 배우 현빈의 특이사항, 포인트도 같이 스케치에 적혀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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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역린> 뿐만 아니라 <사도>, <남한산성>, <박열>, <완벽한 타인>까지 그동안 작업한 컨셉드로잉이 다 전시되어 있었다. 한 벽면 전면을 차지했기에 꼭대기까지 전시가 되어 있는 걸 보고. 하나하나 가까이 보고 싶었지만 너무 높은 층은 세세하게 잘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하지만 이 컨셉드로잉을 통해 분장의 첫걸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분장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이 전시회를 통해 분장이란 분야는 사소한 것 같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분야이고, 작품 속 디테일을 더욱 높여주는 중요한 역할이라는 존재감으로 느껴졌다. 앞으로 어떠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데 있어, 분장에 대한 존재감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호기심을 갖고 하나하나 찾아나갈 것이다.



아트인사이트15기에디터_이소현.jpg



[이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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