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분장, 색다른 예술의 모든 것 [전시]

글 입력 2019.02.1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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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은 생소하다. 특히 영화 속에서 분장은 영화의 많은 요소에 가려지기 마련이다. 또한 분장은 과도하게 자신의 영역을 드러내면 관객의 영화 감상을 해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티가 나면 안 되는' 예술이기도 하다. 배우의 모습이 파격적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관객이 분장의 존재를 눈치채거나 분장이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는 일은 흔치 않다. 화면 전환이 빠르고 스토리 진행이 중심인 영화의 경우, 관객들이 분장의 세밀함을 파악하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그래서 해당 분야에 깊은 지식과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또는 전공자가 아니라면 분장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예술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기, 영화의 분장에 초점을 맞춘 전시가 있다. 바로 조태희 분장감독의 개인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화의 얼굴창조전'이다. 실제 분장에 사용된 장신구 및 도구부터 컨셉 노트까지. 그가 지금까지 활동한 영화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이 전시는 분장의 모든 것을 담은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조태희 분장감독의 17년간의 분장 기록이 전시에 담겨 있어, 한국영화 분장의 역사가 담긴 박물관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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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희 감독은 수많은 영화 속 인물들의 분장을 담당하며 캐릭터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줬다. 하지만 여러 작품 중 단연 눈에 띈 작품은 사극영화였다.


사극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 역사의 한 장면을 관객이 직접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이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배경, 소품과 같은 영화의 미술이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분장임을 전시를 통해 알게 됐다.


나 역시 분장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기에 분장이 사극영화에 얼마나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지 몰랐는데, 한 땀 한 땀 만든 수염 분장과 헤어 분장, 그에 따른 모든 장신구를 보며 분장이 영화의 기본 요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영화 <사도>에서 영조 역할을 맡은 송강호 배우의 나이를 표현하기 위해 나이대별 수염을 전부 따로 제작하고 촬영마다 필요한 분장을 했다는 작품 해설을 보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영화의 생생함은 분장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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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사극에 관련된 분장 소품과 스틸 사진을 보면서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고증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었다. 사극영화의 경우 현재의 시간을 담고 있는 영화와 달리, 참고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롭게 창작해내야 할 부분이 생긴다. 특히 영화는 상상력에 기반해서 스토리가 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상을 배제한 사극영화는 탄생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분장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 살았던 인물들을 직접 만나보거나 기록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연출자의 의도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극영화에서 고증은 늘 논란의 대상이다.


이에 조태희 감독은 "창작이 고증을 앞서야 상상력이 발휘된 영화가 탄생한다"고 말한다. 물론 역사를 소재로 한 콘텐츠는 고증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영상이 남기는 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념은 자칫 사실처럼 굳혀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창작자의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배제된 사실만을 다룬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다를 것이 없다. 지나친 비약과 왜곡은 당연히 피해야 하지만, 창작자의 표현을 억압하는 과도한 잣대는 영화의 발전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


모든 분장과 장신구는 인물 컨셉에 최대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캐릭터에 대한 깊은 연구를 바탕으로 나오는 분장과 소품 덕에 영화는 조금 더 완성된 형태로 관객 앞에 선다. 더 나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연출자의 노력도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사극 영화의 평생 숙제, 고증과 연출자의 창작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정확한 정답은 없지만, 나름의 기준을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더 나아가 비슷한 시대의 사극이더라도, 완전히 새롭게 창조하는 그의 역할을 통해 영화에 대한 그의 진심과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전시 큐레이팅이 과도하게 사극에 치우쳐 있어, 현대 영화의 분장 또한 알고 싶었던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특수분장 외에도 일상적인, 마치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세계를 어떻게 분장으로 표현하는지 알려주는 영역이 조금 더 많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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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얼굴창조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지금까지 이런 전시는 없었다.'가 아닐까 싶다. 영화 현장 자체가 담긴 전시였기 때문이다. 전시를 통해 영화는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님을 느꼈다.


또한 뭐든 전시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예술은 독립적인 형태로만 남아있지 않는다. 예술 간의 소통은 또 하나의 새로운 예술 영역을 만든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색다른 소재의 전시를, 또 다른 영역으로 나아가는 영화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영화의 얼굴창조展
- 한국 영화 분장의 방대한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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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 2018.12.29 ~ 2019.04.23

시간
11:00~20:00 (19:00 입장마감)
연중무휴

장소
아라아트센터 B1~B4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초중고교생 10,000원
(미취학아동 무료입장)

주최
㈜하늘분장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조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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