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베트남에서 한 달 살기 (1) [여행]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글 입력 2019.02.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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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베트남에서 한 달 살기, 그 여정의 시작 : 결심하기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며 살아내다가, 문득 이 모든 일상이 난생처음 겪는 것 마냥 생소하게 다가온 날이 있었다. 마치 책을 읽다가 반복적으로 되뇌인 어떤 단어가 갑자기 낯설어 보일 때처럼 말이다.

이를 심리학적 용어로 '게슈탈트 붕괴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는 특정 의미를 가진 신호가 반복적으로 뇌에 들어올 때, 뇌가 그 신호에 대한 반응이 일시적으로 둔감해 지면서 그 단어에 대한 의미를 떠올리지 못해서 일어난다고 한다. 반복되는 신호에 피로와 혼란을 느끼고 사고력이 둔화되어 나타나는 게슈탈트 붕괴 현상처럼, 반복된 나의 일상은 피로가 되었고 결국 이질적인 하루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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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매일 같은 시간에 걸으며 보아온 익숙한 거리의 모든 풍경이 생경한 날. 똑같은 일상이 낯설었던 그때야 비로소 내 안의 소리를 들었다. 나는 쉼 없이 달려온 경주와 반복된 일상에 지쳐있고, 이미 오래전부터 새로운 자극을 필요로 했다는 것을.

그렇다면, 새로운 자극으로 뭐가 좋을까? 지구력에 비해 호기심은 왕성하고, 뒤탈은 생각하지도 않고 일단 일을 벌이는 타입이라 이미 이것저것 해본 게 많다. 가히 20대의 반을 '경험'을 위해 살아왔다고 자부할 만큼 머리보다는 발이 이끄는 곳을 향했고, 직접 경험하지 못한 건 SNS와 문화예술을 매개로 언제든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내 안의 소리에 대한 질문을 해결하지 못한 채, 이번엔 방향을 바꾸어 생각해 보니, 비교적 답은 간단했다. 새로운 자극은 새로운 환경에서 비롯되며, 그러기 위해선 쳇바퀴 같은 굴레를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하고도 자명한 것이지만, 일상을 벗어난다는 건 그리 쉽지 않았다. 다시 나의 일상을 곱씹어 보니, 명동으로 출퇴근하면서 수도 없이 마주친 관광객들이 떠올랐다.

처음엔 마냥 부러워하기만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관광객들이 그저 회사 주변의 풍경으로 다가올 때,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관광객들이 가는 식당은 절대로 직장인들이 가는 백반집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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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어느 광고에서 본 문구가 번뜩하고 스쳐 지나갔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살아보는 게 과연 여행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이 문장. 또 어떻게 보면 여행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표현한 이 한 문장 덕분에 실로 오랜만에 두근거림을 느꼈다. 나 또한 여행하면서 여느 관광객들이 가는 곳만 도장 깨기 하듯 돌아다녔지만, 이번엔 살아보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일상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비로소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왔다.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외국에서 한 달간 살아보겠다고 결심하니, 갑자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어서 계속······


[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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