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FILO 6호 [도서]

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
글 입력 2019.02.1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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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잡지, 예쁘다.



평을 보던 안 보던, 평이 좋던 안 좋던 나의 취향에 맞는 영화가 있고 맞지 않는 영화가 있다. 다들 재밌다길래 봤던 액션 영화가 상스러운 욕설만 난무해서 중간에 관람을 포기했던 경우도, 평이 너무 좋길래 봤던 코미디 영화가 너무 유치한 개그만 반복되는 바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던 경험도 있는 나로서는 누군가 '이 영화 꼭 봐라'라고 하는 것을 별로 맹신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영화건 책이건, 내가 경험하기 전에 평을 먼저 찾아 보는 것보다, 아무런 기대감이 없이 본 영화가 재밌었을 때 훨씬 만족도가 더 높다. 마치 SNS 상에서 언급조차 없는, 유행과는 거리가 먼 식당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인생 맛집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과 같달까. 영화의 예고편 또한 같은 이유로 별로 즐기지 않는다. '최대한 모르는 상태로, 최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로 영화를 마주하자.' 영화에 대한 나만의 철학인 셈이다.

 

그런 내가 <FILO>를 탐독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그간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출판, 디자인 등의 확고한 컨셉을 가진 잡지들을 접해온터라 그러한 특색 있는 출판물들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영화만을 주제로 한 잡지라니. 세상에 존재하는 영화의 수 만큼이나 오고가는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서 읽기도 전부터 기대가 됐던 게 사실이었다.


또 한 가지의 이유를 고백하자면, 사실 이번 호의 표지가 정말 예뻤다. 이태원이나 종로의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독립서점에 큐레이팅 되어 있을 법한 디자인이랄까. 적어도 내 눈에는 그랬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본 대상이 심미적으로 훌륭한 디자인을 갖고 있기까지 하다니. 안 읽어 볼 수가 없었다.


 


영화와 글, 그 매력적인 만남에 대하여



이 책은 '2018년 베스트 영화 10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꾸려진 특집호이다. 영화산업에서 종사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관점을 통해서 선별한 영화 10편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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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좋았다. 영화평론가 '남다은'의 베스트 영화 10편은 클로이 자오의 <더 라이더>를 시작으로, 클레어 드니의 <하이 라이프>까지 이어졌다. 그녀는 그 중에서도 조민재 감독의 <작은 빛>이라는 영화에 대해서 소개를 했는데, 글을 읽기만 했데도 그 영화가 궁금해졌고, 어느새 영화에 대해 찾아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뇌수술을 받아야 하는 주인공이 수술 후에 기억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에 자신의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과 자신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상을 캠코더에 담아 내기 시작한다.


영화는 카메라의 흐름과 빛의 흐름,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넘나들면서 자칫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의 전개를 신선하게 만든다. 필로를 읽으며 노트 한 켠에 영화의 제목을 메모해 뒀다. 조만간 이 영화를 찾아서 봐야겠노라. 정말 평론가의 말처럼 신선한 영화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말겠노라. 나처럼 독립영화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에게 새로운 호기심을 갖게 하는 힘, 영화를 표현해 내는 '글'이 가지고 있는 힘이었다. 영화와 글의 만남이 매력적인 이유였다.




특집호의 명과 암



하지만 아쉬운 점이 더 많았다. 일단은 2018년의 베스트 영화 10편에 대해 소개하는 특집호여서 그런지, 영화에 대한 소개나 평보다는 순위를 나열해 놓은 것이 주를 이뤘다. 사실 영화를, 그것도 비주류 영화를 아주 사랑하는 매니아라면 정말 공감하면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영화의 다양성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 보기엔 전혀 이해가 되지도, 몰입이 되지도 않았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순위구성을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두기 보다는, <작은 빛>과 같이 짧게 나마 영화의 선정 이유와 영화 소개를 모두 담아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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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정됐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그냥 지극히 사적인 취향으로 순위가 내려진 목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덧붙여 2018년에 영화를 잘 보지 않아서 선정에 어려움을 느꼈다는 평론가들의 순위를 굳이 넣을 필요가 있나 하는 아쉬움도 존재했다.


 


다음 호? 읽어야지!



영화를 글이라는 또다른 예술로 승화시키는 과정. 분명 쉽지 않은 과정일 것이고, 엄청난 도전일 것이다. 이 도전정신으로 가득찬 잡지를 읽으며 새로운 영화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찰나의 장면을 수려한 언어로 표현해내는 글 솜씨에 감탄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아쉬움이 많이 느껴짐에도 이 잡지가 부정적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재밌게 느껴진다.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잡지, <FILO>. 다음 호 또한 읽어볼 생각이다. 특집호와 일반호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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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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