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의 모든 월플라워들에게 [영화]

월플라워 : (파티에서 파트너가 없어서) 춤을 추지 못하는 사람
글 입력 2019.02.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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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잡는 것 또한 운명"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도전할 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나에게 걸어보는 일종의 주문 같은 것이다. 그러나 가끔 이 문장은 나에게 혼란을 가져다 준다.


‘기회를 잡지 못하면 운명이 되지 못한 것이니 결국 실패한 것인가?’


이 의문은 지난 2년간의 대학생활 동안 나의 뒤꽁무니를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목표했던 것에 실패하는 나를 비웃기 일쑤였다. 그 비웃음에 반응하듯 지난 학기에 글쓰기 과제로 제출했던 글에서 발끈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미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을 버렸다. ‘평범하다’라는 말은 이제 나쁜 말이 되었고, 개성이 없어 주목받지 못하면 탈락하는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세상은 틀렸다. 어디에서나 1등은 한 명 뿐이다. 누군가가 1등을 하게 되면 다른 이들은 1등이 되지 못한다. 누군가가 주목받으면 다른 이들은 주목받지 못한다. 이렇듯 평범한 사람을 거부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은 너무나도 힘들다. 끊임없이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을 못났다고 자책해야 하고,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며 무작정 잘하려다 자칫 실패하게 되면 스스로를 비난하고 우울함에 빠지고 만다.


- 우리가 원하는 삶과 사회 (정세영) 中



이렇게 잔뜩 화가 났던 나를 한순간에 멍하게 만들었던 영화가 있다.




영화 <월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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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플라워>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하던 주인공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서 삶의 전환을 맞이하게 되는 성장영화이다. 주인공 찰리는 어릴 적 이모에게 당했던 성추행에 대한 충격적인 기억, 그런 이모가 죽어버린 상황과 더불어 뒤이은 친구의 자살로 인한 트라우마와 상처로 가득한 자신을 숨기기 위해 애쓰는 아이다. 그의 친구 샘과 패트릭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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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 왜 좋은 사람들은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선택하죠?


선생님 : 사람은 자기가 생각한 만큼만 사랑받기 마련이란다.



이 장면이다. 나를 한 순간에 멍하게 만들어 뒷 부분의 내용을 다시 돌려보게 했던 씬이.


사실 나는 굉장히 자존감이 높은 편이라 자부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나 자신을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을 자존감이라고 착각해왔다는 것을. 나는 나 자신을 누구보다도 안쓰럽게 여기고 있었지만 그것은 결국 내가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과 나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이러한 의심에서 파생되어 나타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을 나는 교묘하게도 외부적인 요소의 탓으로 돌리며 그 사실을 부정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 대사를 듣는 순간 나는 찰리가 되었던 것이 아닐까. 아마 낮은 자존감으로 뭉쳐있던 나의 깊숙한 내면을 들켜버린 것 같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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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터널의 존재 또한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특히 찰리와 샘, 패트릭이 터널을 지날 때 트럭에서 일어나 그들이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취향 가득한 노랫소리와 마음껏 자유를 외치는 그들의 비명소리가 섞여 들리는 장면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캄캄한 터널에 가두기엔

내가 너무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말라고.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것만큼 잔인한 일은 없다. 나의 삶이고 인생인데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그 삶은 얼마나 외롭고 삭막할까. 물론 나 자신에 대한 애틋함, 내가 잘되었으면 하는 바램 또한 사랑이겠지. 하지만 그 애틋함이 나 자신에 대한 신뢰를 집어 삼키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즉, 우리는 우리 내면에 조금 더 관대해질 필요는 있다. 이를 통해 나를 좀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모두가 알다시피 삶은 불안의 연속이다. 하루하루 무언가를 해나가고, 도전한다. 모두가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기에 그 과정에서 실패라는 발자취가 덕지덕지 묻어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것이 먼저임을 깨달은 순간 알게 되었다. 이제 나에게 실패는 더 이상 나를 끝없이 그림자의 끝으로 몰아가게 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기회를 잡게 해줄 또 다른 운명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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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세상의

모든 월플라워들이 활짝 피기를 바라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을 남긴다.


"기회를 잡는 것 또한 운명이지만

기회를 놓치는 것 또한 운명"



[정세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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