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겐 너무 어려웠던 잡지; 영화평론 매거진 [FILO]

글 입력 2019.02.1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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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잡지란 가깝지만 너무 먼 대상이다. 문학적 표현을 하나 빌리자면 ‘아스라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나 할까. 고등학교 시절 교지편집부에서 활동하며 주간지와 월간지를 발행하고 대학 때는 과제라는 이름 아래 어쩔 수 없이라도 문예지를 보곤 했지만, 단 한 번도 정기 구독이나 어느 한 잡지를 꾸준히 본 적은 없는 탓이다.

 

[FILO]는 엄연한 영화평론 잡지다. 하지만 영화뿐만 아닌 ‘영화와 언어와 사랑’을 모두 함께 탐색하고자 한다. 거창한 표어에 놀라는 것도 잠시,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편집의 글에 실린 편집장의 말을 볼 수 있다. 사랑이 안 되면 영화나 언어가 다 무어냐고. 자기 합리화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합리화면 어떨까 싶다. 어쨌든 사람은 평생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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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FILO] 6호의 주제는 평론가가 뽑은 2018 베스트 영화 10에 관해 논하는 것이다. “오, 그러면 좋은 영화를 많이 추천 받을 수 있겠다! 마음에 드는 영화를 메모해두었다가 다음에 봐야지.” 라며 귀가 솔깃해진다. 물론,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한 달에 한두 번씩은 꼭 영화관에 가는 자칭 ‘영화러버’지만 최신작, 인기작 외에는 모르는 ‘영알못’이니까.

 

애석하게도 이러한 생각은 완전한 착각이었다. 첫 시작인 남다은 평론가의 <작은빛>에 관한 비평을 읽는 순간부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우선 이 영화를 보지 않았고, 카메라 기법 등 영화 용어도 모를뿐더러 결정적으로 난 비평이란 것에 익숙지 않았다. 아, 어쩌면 난 네이버영화 코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짧고 굵은 후기를 기대하고 이 잡지를 펼쳐들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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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평론가 데니스 림의 평론은 더욱 혹독하다. 글의 시작부터 그는 베스트 10 목록을 정말 싫어한다고 말한다. 베스트 영화 10을 논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 실로 놀랄 노자가 아닐 수 없다. 나, 이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아마 이때부터 고민은 시작되었을 거다.



 

흥미롭지만 어려운, 신기하지만 낯선


 

그래도 꾸역꾸역 다 읽기는 했다. 읽지 않은 채로 내버려 둔다는 건 활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어느 정도 읽자 ‘영화평론’이라는 것에 대해 가닥이 잡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신기한 점은, 2018 베스트 영화 10이라는 주제가 ‘2018년에 개봉한 영화 중’이 아님에도 많은 영화들이 중복언급 되었다는 것이었다(하긴, 내가 평론가여도 최근에 본 영화가 기억에 잘 남을 것 같긴 하다).

 

사실 그래서 ‘잘 읽었어?’라고 묻는다면 당당하게 그렇다고 답할 자신은 없다. 아마 첫 클래식 관람 이후 가장 큰 도전이 아니었나 싶다. 흥미로웠지만 어려웠고, 신기했지만 낯설었다. 그나마 좀 아는 한국 영화, 한국 감독들과 배우들이 언급될 때 고개를 끄덕인 정도. 역시, 잡지도 영화도 모두 내게 가깝지만 너무 먼 존재다.



 

아직은 내겐 너무 어려운 잡지


 

새내기 시절 교양시간에 카메라에 관해 간략하게 배운 적이 있다. 카메라의 위치, 시선, 종류, 기법 등 무수히 많은 기술들이 합쳐져 인물을 그려냈다. 우리는 영화를 보며 등장인물을 판단하지만, 그것 또한 카메라, 그리고 그 카메라를 다루는 감독의 의도에 의해 지배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허문영 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영화는 카메라를 지휘하는 감독의 작품이지만 ‘이 사실이 카메라와 감독의 일체화를 보증하진 않는다.’ 지면 속 언급되고 기술된 수많은 영화들-독립영화든 다큐멘터리 영화든, 혹은 그 외의 것이라도 관계없이-은 그저 독자들이 받아들이기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해석의 여지가 많이 열려 있는 미처 몰랐던 색다른 영화들의 존재와 그 평론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아직은 내겐 너무 어려운 잡지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만 시간이 경험을 쌓고 경험이 사람을 구성하듯이, 다음번에는 조금 어려운 잡지, 다다음번에는 나름 읽을 만했던 잡지가 되어 결국 술술 읽히는 잡지가 되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로 새로운 영화 한 편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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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

<FILO>와 함께 영화를 다시 사랑해보는 건 어떤가요?

 

 

[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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