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초대장: 영화를 사랑하는 당신에게 [기타]

김혜리의 FLIM CLUB으로 오세요
글 입력 2019.02.1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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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장: 영화를 사랑하는 당신에게

- 김혜리의 Film Club -





<필름클럽>을 처음 들었던 날이 떠오른다. 혼자 영국을 여행 중이었다. 이국적인 풍경과 그 속을 혼자 걷는 나. 외롭고 특별했다. 어떤 음악도 지금의 나와 동행해줄 수는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때 우연히 듣게 된 것이 <필름클럽>이다. 글렌 굴드의 골든 베르크를 다룬 특별 회차였다. 영화 속 골든 베르크, 하프시코드, 글렌 굴드 이야기를 들으며 하이드 파크에 앉아있었다. 바흐를 들으며 바라본 공원 속 초록은 아름다웠다. 외롭지 않았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었다. 아마 그때, 나는 이 팟캐스트를 사랑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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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필름 클럽>은 씨네 21의 김혜리 기자, KBS 라디오 PD 최다은, 배우 임수정. 세 사람이 운영하는 "영화 전문" 팟캐스트다. <팬텀 스레드>, <레이디 버드>, <킬링 디어>, <툴리> 그리고 최근 <가버나움>까지. 세 DJ가 직접 영화관에서 관람한 최신 개봉작들을 중심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여기에 세 사람의 소소한 일상과 청취자들의 편지까지 더해져 아름답고 풍성해진다.


<필름클럽>은 2016년 12월 첫 문을 열었다. 치열한 팟캐스트 정글 속 무려 3년째 열띤 운영을 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지 알 수 있다. 수많은 클러버들은 지금도 <필름클럽>을 들으며, 세 사람을 향한 편지를 적고 있을 테다. 지금부터 그 매력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1. 환상의 콤비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멤버 구성이 가능했을까? 세 사람은 찰떡같은 팀워크로 완벽한 분업을 자랑한다.


김혜리 기자님의 역할은 영화 평론과 강아지 자랑, 따뜻하게 이야기 마무리 짓기 등이 있다. 그녀의 영화 평론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미 다수의 저서와 프로그램들을 통해 영화를 감상하는 김혜리만의 시각을 구축한 바 있는 사람이다. 문학 평론가 신형철은 '당신(김혜리)처럼 글을 써보고 싶어서 영화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어요'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사랑할 때 사람들은 아마추어 기호학자가 된다.

연인들은 서로가 타전하는 신호를

열렬히 기꺼이 해독한다.


- 영화 ' 캐롤' 비평 中 (김혜리 기자)



그녀의 시선은 특별하다. 영화라는 추상과 아름다움의 세계에, 그녀는 기꺼이 동행인이 되어준다. 김혜리(aka 영화 요정)는 정확한 언어와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무장한 채 우리를 안내한다. 김혜리의 비평 앞에서 내가 그 영화를 봤고 안 봤고는 중요하지가 않다. 그분의 입에서 재탄생되는 영화는 언제나 새롭고 아름다우니까!


최다은 PD는 영화 음악을 도맡는다. 영화를 볼 때, 음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필름 클럽>을 통해 처음 알았다. 영화를 볼 때 음악이 먼저 귀에 들어오고, 음악감독이 궁금해지는 경험은 <필름 클럽>의 애청자라면 모두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모두 최다은 PD님의 공이다. 음알못인 내 귀에도 너무 귀에 쏙쏙 박히는 해설이다. 유쾌한 목소리로 흥을 돋우고, 적재적소에 촌철살인을 날려주는 것 역시 그녀의 역할 중 하나. 최근엔 개인 사정으로 DJ에선 물러났지만, 여전히 필름 클럽의 '편집자'로서 활발히 참여하시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배우 임수정. 전 국민이 다 아는, 그 배우 임수정이 맞다. 이 영화에서 임수정 배우가 하는 역할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사연 신청 안내하기, 기가 막히게 리액션 하기, 말없이 듣고 있다가 묵직한 한마디를 날려주기 등이 있다. 보조를 훌륭하게 해내는 일은 팀 전체를 이끌어가는 것만큼이나 수고롭고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녀의 섬세하고 독립적인 영혼은, 임수정만의 분명한 시각으로 팟캐스트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2. 언니들과 수다 떨기


다른 팟캐스트의 '단순한 정보 제공'과 '과시를 위한 감상 나열'에 피곤을 느껴본 적을 것이다. 좀 유용하다 싶으면 엄청난 맨스플레인이 쏟아지고, 좀 재미있다 싶으면 토크 수위가 아슬아슬해지고. 이런 경험이 있다면, 모두 <필름 클럽>으로 오시라. 이곳은 안심해도 좋은 맨스플레인 청정 구역이다.


<필름 클럽>의 가장 큰 묘미는 세 사람의 수다다. 무해하고 평화롭다. 불편한 발언이 나올까 봐 조마조마 해질 일 따위는 없다. 따땃한 온돌방에 배대고 누워 큰언니들과 귤 까먹으며 수다 떠는 기분. 딱 그거다. 엄청 재밌고 든든하다.



3. WE're connected!


세 여자의 조근조근한 수다를 듣다 보면, 공감되고 재미있고 때로는 감동으로 눈물이 찔끔 난다. 바로 그 감동을 주는 포인트는 이 팟캐스트의 세 번째 매력, "사연"에 있다. 방송 초반 20여 분은 청취자들이 보내온 편지를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짧은 글 50원, 긴 글 100원의  문자 메시지가 아니다. 이메일 혹은 우편으로 곳곳에서 날아든 편지들이다.


편지는 주로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지만, 모두들 결국 영화를 매개로 한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행지에서, 잠든 아기의 옆에서, 하루의 끝에서, 불면의 밤에서, 편지들은 날아온다. 생생한 목소리를 싣고. 그러면 혜리 기자님과 수정 배우님은 편지들 중 몇 개를 추려 읽고 얘기를 나눈다. 공감하고, 대신 아파하고, 웃고, 목이 메어 말을 멈추기도 하며, 듣고, 기억한다.


편지들과 이를 두고 나누는 DJ들의 대화에, 나는 때때로 아주 크게 위로받고 안심한다. 내가 보낸 사연은 아니지만, 결국 우리 이웃의 이야기다. 엇비슷한 삶의 궤적으로 영화라는 예술 주위를 공전하는 사람들. 영화를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내가 사는 세계를 둘러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일종의 마음을 나누는 행위가 된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이름도 사는 곳을 몰라도 괜찮다. DJ들의 목소리를 빌려, 서로의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들으며 사람들은 연결된다. 그러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번 주에도 '영화의 일기'를 쓸 것이다. 세상 곳곳에서 사랑하는 영화를 기억하기 위해 티켓을 모으고 비망록을 쓰는 무수한 당신들을 상상하며, 영영 셋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하나 그리고 둘, 다시 하나 그리고 둘.


- 책 '나를 바라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中 (김혜리)



*


<필름 클럽>을 듣고 있으면, 잊고 있던 옛 감각이 떠오른다. 아 이런 게 라디오였지. 우리가 이래서 라디오를 듣는 거였지. 때로는 좋은 배경 음악으로, 유용한 정보의 창구로,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이자 관심사를 공유하는 메이트로. 나는 이 팟캐스트와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이 초대장을 적는다.


영화를 사랑하는 당신, 필름 클럽으로 초대합니다.



<필름 클럽 추천 회차>


10회- 문라이트

19회- 겟 아웃

32회 2부- 스코어: 영화 음악의 모든 것

35회-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42회- 바흐의 골든 베르크 변주곡과 영화음악

50회- 요한 요한슨과 영화음악

53회- '영화의 일기' 특집: 그녀, 매드맥스, 캐롤

60회- 퍼스트 맨

63회- 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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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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