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결핍견(犬)

글 입력 2019.02.1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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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결핍견(犬)

 


저는 동물에 관심이 많습니다. 반려동물뿐만 아닌 모든 동물에게요. 특히 학대나 불법 밀렵 등 어두운 면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동물의 무고한 희생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그럼, 말 못 하는 이 동물에게 제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바로 교지입니다. 교지는 많은 사람이 읽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제가 무고한 동물의 희생에 도움을 주는 첫걸음입니다. 그리고 이 걸음의 시작은 ‘실험동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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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는 있었다.’와 ‘알고 있다.’ 이 두 단어의 차이는 고작 몇 음절이지만, 이 두 단어의 의미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납니다. 생명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누구의 생명줄일까요? 바로, 실험 견들입니다. (왜 하필 실험 ‘견’을 택했느냐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서 언급하겠습니다) 저는 사회적 제도 같은 얘기보단 우리가 소소하게나마 도움을 줄 방법과 실험 견의 실체를 깊이 있게 쓰려 합니다.


실험 견. 어디선가 들어는 봤을 겁니다. 하지만 금세 잊었겠죠? 관심이 있지 않은 한, 이와 관련된 기사나 방송을 자의로 접하진 않으니까요. 이제 이 책,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실험 견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겉핥기식으로 알고 방관했다면, 이 글을 읽은 후엔 실상을 다 알고 있음에도 방관하는 게 된단 의미입니다. 후의 선택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이 이후부터는 ‘알고 있음에도’, 아니면 더 순화해서 ‘알긴 하지만’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큰 차이입니다. 마치, ‘난 널 사랑해. 하지만 너에 대해 알수록 네 단점 때문에 너무 힘들어. 그래서 더는 널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그리고 ‘난 널 사랑해. 너에 대해 알수록 네 단점 때문에 힘들지만 그래도 난 널 계속 만날 거야’처럼.



    

토끼는? 원숭이는? 쥐는?



개고기 반대를 말하는 이들에게 다른 사람들은 묻습니다. ‘닭은? 돼지는? 소는?’ 이처럼 이 글을 보고 다른 실험동물들을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처음엔 실험동물 자체를 다루려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겉핥기식의 글 보단 뭐라도 확실히 도움이 되는 글을 쓰는 게 낫다 싶었습니다. 다른 동물들의 실험을 일일이 다루는 건 제 욕심이며 독자 입장에선 지루할 테니까요.


이 글을 읽을 20대 대학생들이 제일 귀 기울여 줄 만한 동물이 뭘까 생각하다, 개(강아지)를 택했습니다. 식용 문제에 있어서 다른 동물에 비해 개고기 반대가 더 심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여러분들에겐 동물 실험에 이용되는 동물 중 개가 가장 친근하니까요. 실험에 대해 개인의 도움을 받으려면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게 첫 번째 순서이면서 동시에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동물, ‘실험 견_비글’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필요에 의한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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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에 이어 우리나라도 화장품법이 개정되어 2017년 2월 4일부터는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의 유통 및 판매가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예외인 경우에는 동물실험을 허한다는 조건을 이용해, 유통 및 판매는 여전합니다. 다행히 자발적으로 동물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입니다.


동물실험에는 크게 2가지의 실험이 있습니다. 의약품과 화장품입니다. 그럼, 왜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굳이 동물실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인간과 동물의 공유 질병은 1.16%밖에 되지 않고 인간이 걸리는 약 3만 가지의 병들 중 동물이 걸리는 병은 약 350가지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동물실험이 성공한다 해도 사람에게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례로, 탈리도마이드 사건이 있습니다. 임산부 입덧 치료제인 약을 동물실험에선 부작용이 없었지만, 이 약을 먹은 임산부들은 많은 기형아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동물과 사람의 피부 구조와 반응은 다릅니다. 그래서 동물에게는 안전할 수 있지만, 사람에게는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무슨 거창한 것을 위한 실험을 말하는 것 같죠? 하지만 마스카라를 개발을 위해 수많은 토끼가 고통을 겪는 등 우리에게 사소하고 익숙한 상품에도 많은 동물의 죽음이 있습니다. 이렇게 실험을 하다 죽는 동물은 1년에 약 1억 마리 정도라고 합니다. 사람의 세포 배양, 인공조직, 시뮬레이션 기술 및 기존 데이터 활용 등의 다양한 방면으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효율적인 대체 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값이 싸고 편리하단 점 때문에 학살과도 같은 실험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필요한 목숨, 버리는 생명


                      

어떤 방식으로? 왜? 실험 그 후는? 어려서부터 어미 개와 떼어 놓고 좁은 철창에 가둡니다. 주삿바늘을 무서워하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훈련도 받고요. 실험은 부작용을 테스트하거나 무언가를 개발하기 위함이 목적입니다. 이 목적은 우리가 부작용을 겪지 않도록 그리고 더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이윤추구도 있지만) 약이나 샴푸 등의 화학제품 유해성 실험부터 의과대학의 수술용까지 많은 곳에서 아이들은 희생되고 있습니다.


“비글이 없었다면 의약품 부작용을 사람이 다 겪었어야 했을 겁니다. (국내 비글 생산업체 관계자)”


국내에서 희생되는 실험 견 중 비글이 94%를 차지하는데, 그 수가 한 해에 약 1만 마리입니다. 왜 하필 비글일까요? 그건, 비글이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을 쉽게 따르기에 실험을 할 때 순조롭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장기와 가장 비슷하단 것도 이유라 합니다. 실험 그 후라…. 그냥 ‘죽입니다.’ 혹은 대학에서 ‘실습용’으로 이용한 뒤, 죽입니다. 이러나저러나 기승 전-죽음입니다.


“실제로 당뇨에 관한 실험을 한 비글이 있었어요. 굳이 죽일 필요가 없었는데 대학교 해부용으로 사용됐습니다. 법으로 실험 견은 무조건 죽여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비글 구조네트워크 유영재 대표)”




별거 있나요 뭐, 말 한마디면 됐죠.



‘한낱 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바뀌겠어?’ ‘어쩔 수 없는 거 아냐?’ ‘굳이 내가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우린 그냥 학생인데, 그쵸? 그런데 여러분, 처음 EU에서 동물실험에 대한 법 개정이 왜 됐는지 아세요? 우리 같은 학생들, 직장인들, 동물 애호가들 등 시민들이 목소리를 모아 반대했기 때문에 국가에서 관심을 보인 겁니다. 우리나라 역시 같은 이유로 동물실험 문제가 화두에 올라, 법 개정이 된 것입니다. 시민들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동물실험은 생각지도 않은 채 있다가, 그 언젠가 동물실험에 대한 사안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올 때에서야 논의했겠죠. 힘들고 어려운 일은 발 벗고 나선 사람들과 단체들이 해 놓았습니다. 우린 이제 만들어진 길을 걷기만 하면 됩니다.


사실, 이 글을 읽기 전부터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던 분이라면 어떤 방법으로 도와야 하는지 굳이 쓰지 않아도 한두 개 정도는 알 겁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이나 의약품들과 서명을 하는 등의 간단한 방법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미 관심 있던 분들이 아닌 이제 막 관심을 가지는 분들을 위한 제일 쉬운 방법을 말하려 합니다. 그건 바로, ‘말’입니다. 저도 지금 여러분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동물실험 돕는 방법, 뭐 별거 있나요. 그냥 옆 사람에게 “야, 그거 알아? 이거 화장품 만드는 데에 동물 진짜 많이 죽는다더라?” 혹은 “언니, 그거 말고 그 옆에 있는 거 사. 옆에 있는 게 동물실험 안 하는 브랜드라는데 발림성도 괜찮고 좋던데? 테스트해 봐. 난 그렇게 느꼈는데 언니는 아님 말고.” 이런 말 한마디면 됐죠.


 

 

WITH ME?



실험실 비글 중 대부분은 실험 도중에 죽습니다. 이 중 일부만 간신히 살아남죠. 하지만 살아남아도 죽습니다. 평생 실험대 위에서 제대로 된 애정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살다가 실험이 종료되면 ‘안락사’ 처치를 해야 한다는 [동물실험의 원칙과 동물윤리위원회]에 따라서 말이죠. 물론 이상한 바이러스가 퍼질 수도 있고 사체 또한 처리하는 게 맞지만 굳이 건강한 실험 견들까지 죽일 필요가 있을까요? 실험에 이어, 대학교 실습용으로도 이용한다는 건 정말 잔인하기 그지없습니다. 실습이 끝나도 끝은 ‘안락사’입니다.


마약 탐지견이나 맹인안내견 등 특수 훈련을 받는 견들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습니다. 그러나 실험 견들은 ‘죽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우리에게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면서까지 희생해 준 미안하고 고마운 아이들을요. 건강하거나 치료에 돈이 부담되지 않는 선이라면 이 아이들... 예쁘단 칭찬 한 번 듣게 해 주세요. 넓은 공간에서 흙과 풀 냄새 한 번 맡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이 아이들의 희생은 고작 실험 견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뿐인데, 이런 거 한 번쯤은 누려도 되지 않을까요? 실험에서 살아남은 아이들만이라도 가정분양을 보내서 남은 삶, 애정 받으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요?

 

저는 이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면, 철창에만 갇혀 살아 움직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그 딱한 아이에게 쫑알쫑알 말을 걸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팔이 뻐근할 때까지 머리부터 등까지 쓰다듬어 주고 싶습니다. 맛있는 간식도 주고 싶습니다. 자주 이 아이와 눈을 맞추고 싶습니다. 만일 이 아이가 끝내 분양이 되지 않는다면 안타깝게도 안락사 당할 것입니다. 그래도 죽기 전에 목적 없는 애정이 뭔지, 바람은 어떤지, 햇볕은 또 얼마나 따스한지, 그리고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 편한 자세로 자도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습니다. 이것들이 제게 어렵고 힘든 일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전, 그 뒤에 떠나보내고 싶습니다. 이런 것조차 겪지 못한 채 죽기엔, 너무 가여운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미안한 아이들입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할 정도로 큰 희생을 해준 아이들입니다.

 

이건 전적으로 동물 애호가인 저의 생각일 뿐입니다. 무조건 실험하지 않는 브랜드나 회사의 상품을 이용해달라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화장품의 경우에 여자들에겐 꼭 그 제품을 써야만 하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저는 그냥 이런 방법도 있단 걸 알려 주고 싶었던 겁니다. 이런 실체에 대해 보여주고 싶었던 겁니다. ‘내가 뭘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만일 이 글을 읽고 제 생각에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공감하는 분들이 있다면 저의 작은 나비효과는 느리지만, 날개를 펄럭이는 데에는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첫걸음을 뗐습니다. 이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길, 걸으실 건가요?


*

 

[진실은 아픔이지만 침묵은 죽음이다.]


by. 진실과 화해 위원회 슬로건



[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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