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배우가 인물이 되기까지, 영화의 얼굴창조전

글 입력 2019.02.1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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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영화에 대해 그리 잘 아는 편은 아니다. 유명 감독의 영화, 괜찮은 줄거리, 적당한 의미 전달과 감동이 버무려져 있다면 대중적인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의견으로 어떤 영화인지 인상을 결정하게 되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연출력과 감동적인 영화음악에 의해 주목받는 영화는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는 정도의 관심과 주의력을 가진 정도이다.


그러나 영화의 전체적인 인상에 대해 판단하기 전에, 영화 속 인물은 어떤 캐릭터인가를 파악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 가지를 놓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관객이 알아챈다면 뛰어난 눈썰미를 가진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 해도 영화를 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굳이 말하자면 비하인드스토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영화 분장이 바로 그것이다.

 


 

분장이 아닌 얼굴 창조(!)


   

사진출처 ⓒ (광해, 왕이 된 남자_조태희)영화의 얼굴창조전.JPG
 


분장


[명사] 등장인물의 성격, 나이, 특징 따위에 맞게 배우를 꾸밈. 또는 그런 차림새.


     

분장은 극의 인물에 적합하도록 배우를 알맞게 꾸민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전시를 통해 만난 분장은 그 이상의 느낌을 안겨주었다. 꾸밈을 넘어 말 그대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배우가 본래 가지고 있는 얼굴을 극중 인물이 지닌 배경과 상황에 맞추기보다 그것은 어찌 보면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더 가까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진출처 ⓒ(꾼-나나 분장도구)영화의얼굴창조전.jpg
 

 

브러시, 퍼프 등의 각종 분장 도구가 단순히 어떤 영화에서 어떤 배우에게 사용되었다기보다, 작업 과정의 하나로 의미를 지니고 전시되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머릿속에서 생각해내고 구체화한 이미지를 배우의 얼굴이라는 도화지에 표현해내기까지의 과정. 자세히 보면 모두 달랐던 모양의 브러시나 퍼프를 볼 수 있었던 것이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

 

 

 

완성도를 높이는 디테일



지금까지 어떤 프로젝트를 전공 수업을 통해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은 디테일이 완성도를 만든다는 당연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누군가 알아채주었으면 너무 뿌듯하고 보람되겠지만,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완성도를 높여줌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되는 아주 상세한 부분. 이것들의 컨셉을 하나하나 고려하고 연결 짓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영화 속에서 인물 간 구도, 인물의 스토리와 캐릭터 등이 분장과 적절히 맞아떨어져야 (역사적 고증에 충실한 것이든 상상력이 더해진 것이든)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지닌다.


더구나 몇 초밖에 등장하지 않음에도 100배로 확대되어 스크린에 비친다는 것이나, 스토리 상 중요한 장면임을 고려하여 몇 달을 고민해 완성해낸 장신구들은 정말이지 그 디테일한 장인 정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출처 ⓒ(역린-현빈 취마노투각은비녀 착용)영화의얼굴창조전.jpg
 


짚고 가면 좋을 관람 Point




#01 예술적 호기심


분장이 아직까지 예술로서 이야기된 적이 없었음에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눈으로 접근해 보기를 바란다. 명확하게 설정하기가 어려운 예술 분야에 새로운 얼굴을 창조해내는 분장이 포함될 수 있음을 알아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사진출처ⓒ (역린 한지민  봉황비녀, 첩지) 영화의 얼굴창조전(2).jpg
 


#02 시각적 디테일


영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연출력과 캐스팅 비화 이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알아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알게 모르게 관객의 시선을 스크린에 더욱 집중시키고 몰입하도록 만들었을 시각적 장치의 디테일에 주목하며 적잖은 재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진출처ⓒ (남한산성 김윤석  관자)  영화의 얼굴창조전.jpg
 

 

#03 컨셉 드로잉


마지막 세션에 전시되어 있는 컨셉 스케치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주관적인 견해일지 모르겠으나, 함께한 컨셉 디자이너를 포함해 분장 감독이 고민한 흔적과 디자인을 발전시킨 포인트들이 한눈에 드러나 긴 시간을 할애해 즐겁게 관람한 세션이었다. 물론 직접 디자인한 다수의 오브제와 간간이 들려오는 영화 대사 등도 마음에 드는 장치였지만, 드로잉을 바라보고 있자니 전시의 매력이 한층 더 돋보임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출처 ⓒ(사도-유아인 드로잉)영화의얼굴창조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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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과 상상력



하늘분장에서 함께한 영화는 고구려 때부터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적 배경을 아우르고 있었다. 텍스트를 통해 먼저 접하게 되는 시나리오와 캐릭터 설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모든 시대적 배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은 다름 아닌 제작자의 상상력이었는데, 이는 사극에서 가장 그 빛을 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해, 정조, 영조 등과 같이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들을 포함하여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물 모두는 기본적으로 사료에 근거하여 큰 그림이 그려졌다. 이 중에서도 역사적인 사실로 부각시켜야 할 부분은 기록에 근거하여 표현하고 상상력을 가미하여 신선함을 보여주어야 할 부분에는 창조력(creativity)이 드러나 전체적으로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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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몇몇 사극 영화가 상영된 뒤로 학교나 연구기관에서 고증에 맞지 않는 장신구라는 항의(?)가 있었다지만, 조태희 감독님의 말처럼 영화는 재연이나 사료로써 창작된 것이 아니기에 충분히 가능하고 설득력 있는 분장들이 빛이 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장이 하나의 예술 분야로 주목받고 이를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전달하기 위해 그들이 겪은 지난한 분투의 시간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다. 카메라 밖 배우와 스태프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 흥미롭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전에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분장 기법들과 인물을 만들어낸 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분장 도구 하나하나를 소장하고 여러 장의 스케치를 가감 없이 보여준 분장감독님의 정성과 관객에 대한 성의, 그리고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두루 돌아보기에 더없이 좋은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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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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