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 언어, 그리고 사랑을 탐색하는 [도서]

영화에 대한 다채로운 열정으로 가득한 영화잡지
글 입력 2019.02.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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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잡지 <씨네 21>을 꽤나 오랫동안 읽어왔다. 최근 개봉한 영화배우나 감독들의 인터뷰, 평론가들의 각기 다른 취향과 그들이 매긴 별점, 흥미로운 특집 등을 들여다보는 일은 언제나 즐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접하게 된 영화 비평 잡지 <FILO>. 감각적인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았고, <씨네 21> 이후 처음 읽어 보는 영화잡지였기에 어떻게 다르게 구성되어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영화와 언어, 그리고 사랑을 탐색하는 비평지 FILO. 사랑이 안되면 영화나 언어가 다 무슨 소용이냐고 말하는 편집장의 말이 참 인상 깊었다. 이번 6호는 5명의 고정 필진을 비롯하여 해외 영화감독, 배우, 평론가 등까지 총망라하여 이들의 2018 BEST 영화를 소개한다. 영화들은 2018년 개봉작이기도, 이들이 2018년에 감상한 것이기도 하다. 영화에 대한 다채로운 열정과 논의는 잡지를 가득 채워나가고 있었다.




#1 재밌어 보이는 영화 골라 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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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는 이렇게 여러 필진들의 BEST 10을 모아 소개해준다. 사실 필진의 대부분은 영화 업계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들이 관람했던 영화와 선정한 영화는 대중의 취향과는 사뭇 다르다. 2018 BEST에는 오래된 고전 영화도 많았고, 영화제에서만 상영되고 정식 개봉하지 않은 영화도 많았으며, 독립 영화도 많았다.


평소 영화를 즐겨 보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모르는 영화였기에 꽤나 당황했다. 하지만 차근차근 영화 소개를 읽어나갔고, 재밌어 보이는 영화는 영화 추천 애플리케이션 왓챠의 '보고 싶어요' 보관함에 담았다.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봉작 <작은 빛>, 4시간 가까이 되는 분량을 지닌 중국 왕빙 감독의 다큐멘터리, 일본 특유의 평온함이 가득 배어 있는 <타카라, 내가 수영을 한 밤>,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 낯선 태국 감독의 작품 등을 담아 두었다.




#2 반가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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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개봉했던 홍상수의 <풀잎들>.
많은 필진들이 2018 BEST 영화 중 하나로 꼽았다.



"한 아이가 물었다, 풀잎이 뭐예요?

손안 가득 그것을 가져와 내밀면서.

내가 그 애에게 무어라 답할 수 있을까,

그것이 무엇인지 그 애가 알지 못하듯

나도 알지 못하는데."


- 윌트 휘트먼, '나 자신의 노래' 中



작년 한 해는 유난히 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던 해였는데, 그나마 영화관에서 보았던 홍상수 감독의 <풀잎들>이 자주 언급되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홍상수 영화는 내게 늘 물음표였다. 좋은 영화임은 분명한 것 같은데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영화가 지닌 무게를 내가 전부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번 <풀잎들>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잡지를 통해 모호했던 영화가 조금은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사소한 일상의 장면을 무심하게 담아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그의 영화. 이전보다 조금 자란 것 같은, 바람에 조금 흔들리던 마지막 장면의 풀잎들을 다시 떠올려봤다.




#3 좋았던 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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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았던 부분은 <말들이 허락한 시간>이다. 이후경 평론가는 말이 등장하는 영화 중 4가지를 꼽아 각각의 말과 영화의 줄거리를 얘기한다. 인간이 감히 정복하지 못할 고귀하고 신비로운 말들의 세계, 매 경기 죽음을 대면하면서도 그저 말과 함께 달리는 게 좋을 뿐인 어린 카우보이들, 삶이든 죽음이든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건네는 서부극 등.

말과 인간의 다리가 뿜어내는 에너지를 통해 넘치는 생명력을 담아냈다는 사실만으로 영화는 모두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나 보고 싶어진 영화는 <베스턴>, <카우보이의 노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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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는 잡지는 아니다. 어디선 많이 들어본 감독이나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알게 된 몇 익숙한 영화가 있었지만 난생처음 보는 영화가 많았다. 대중의 관심과는 떨어져 있는 영화나, 상영관을 많이 배정받지 못하는 독립 영화, 숨겨진 주옥같은 명작품 까지. 하지만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 할 영화는 이런 것들이다.


세상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에 잡지는 주목하고 귀를 기울인다. TV와 대중매체가 전부 담아내지 못하는 목소리를 차분하게 심도 있게 담아냈다. 독자가 이 비평지를 통해 모르던 영화를 알고, 관심이 생겨 그 영화를 직접 찾아보게 되는 것. 이것만으로도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해외 필진의 글인 경우 원문도 함께 실려있어 번역의 한계로 담아내지 못한 부분을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잡지는 참 예쁘다. 자꾸만 눈길이 가는 표지와 깔끔하고 감각적인 내부 구성을 가졌다. 매력적인 영화 비평 잡지 FILO. 다음 호가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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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 FILO NO.6

2019. 1, 2월 호


펴낸 곳 : 매거진 필로 편집부

쪽 수 : 144쪽

발행일 : 2018년 12월 27일

정가 : 14,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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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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