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학의 올곧은 지혜

사서, 이치를 담은 네 권의 책 리뷰
글 입력 2019.02.1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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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의 올곧은 지혜

『사서, 이치를 담은 네 권의 책』 리뷰



『사서』四書.


『대학』大學, 『논어』論語, 『맹자』孟子, 『중용』中庸 의 네 경전을 합한 명칭


원래는 모두 각각의 책이나, 주희朱熹(주자, 1130~1200)라는 유학자가 이 네 개를 통틀어 ‘사서’라는 이름을 붙였다. 주자에 의해 사서는 동아시아 전통 사상의 중심으로 자리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에 둔 성리학이 조선에 들어와 한 시대를 풍미하게 되었다.



 


내가 유학을 바라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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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운 화백의 『맹꽁이 서당』 中
공자와 맹자를 존경했던
조선시대상을 반영하는 만화이다.



사실 이 책을 피기 직전까지도 ‘사서’란 단어는 낯설었다. 사서가 뭐지? 하며 바라본 책 표지에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이라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이 네 단어가 써져있었다. 곰곰히 생각해보자. 이 단어에 대한 내 첫 기억은 만화책에서였다. 서당에서 '하늘 천- 땅 지-' 하며 달달 외우는 학동들의 모습이 인상깊은 만화 『맹꽁이 서당』에서 얼핏얼핏 들어보았다. 아이들은 천자문을 떼고나면 다음 교육과정의 책을 가져오는데, 주역, 소학, 대학 등의 책이었고, 만화에서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아이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을 모두 떼고 있었다.


이 책의 중심인물이 되는 공자와 맹자에 대한 나의 기억은 이 맹꽁이 서당에 등장하는 “공자 왈- 맹자 왈-“ 과, 중학교 도덕 시간에 무언가를 배웠다는 기억이 마지막이다. 아쉽게도 이과생 출신인지라 고등교육 과정 중 이들이 등장한다는 ‘윤리와 사상’ 과목은 배우지 않았다. 동양 고전이라 하면 머릿속에 딱히 생각나는 것들도 없었다. 사서는 동양 사상, 나는 동양 사람. 사서와 나는 ‘동양’이라는 막연하게 같이 속해있는 공통점 하나 말고는 아무리 돌아봐도 나와의 접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살면서 사서를 읽게 될 것이라는 생각조차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왜 읽기로 했더라. 참 단순하게도 그 막연하게 속해있는 공통점 하나가 나를 책으로 이끌었다.



유학적 사유를 무의식으로 품은, 이른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문화적 디엔에이로 아로새긴 우리에게, 우리의 선조인 조선사회의 지성인들은 어떤 시대정신으로 그들의 시대를 견뎌냈을까요?


_7p,시작하는 말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대한민국인 이상, 유교의 경전이 되는 ‘사서’와 인연이 있는 몸이 된다. 이미 몇백 년 전부터 유교사상은 한반도를 장악하였고 조선을 건국할 때부터, 또는 그 이전의 선조들로부터 몸에 밴 유교 정신은 우리 몸에 DNA처럼 내려왔을 것이다. 이 DNA를 뭐라 말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서양의 문물을 접할 때마다 같은 민족끼리 느끼는 문화 차이, 관점의 차이에서 보통 알아챌 수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에게 유교라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공자, 예의, 효, 선비, 보수적 등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특히 친구와 ‘보수적’이라는 성격을 말할 때는 ‘유교 정신 때문이야.’ 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로 보수적인 이미지가 머릿속에 각인되어있다. 또한, 가부장적인 전통과 성을 금기시하는 태도, 그리고 성차별적인 전통도 막연히 머릿속에 떠오른다. 앞서 내가 나열한 이미지들은 사서를 읽기 전에 유교에 대하여 떠오르는 나의 이미지다. 대체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이미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나열한 이 이미지가 정말 진짜 유교에 근거해서 생긴 이미지일까 생각이 든다.




공자는 사랑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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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孔子) B.C. 551~ B.C. 479



사서를 읽는다면, 내가 떠오른 이미지는 유교 정신을 핑계 삼아 나쁘게 세습되어온 문화, 변질된 유교문화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교사상의 시조인 공자는 누구보다 사람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는 사람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교의 이미지에서 ‘사랑’이라는 이미지는 낯설었다. 유교의 덕목이라면 충과 신과 예와 효라고 주위에서 말하지만, 그 이전에 모든 것에, 사랑이라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공자는 말한다.



공자가 말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

-

子曰, "當仁不讓於師"

자왈, 당인불양어사


276p._15-36 논어/위령공



공자가 말했다.

“성스럽거나 사람을 사랑하는 경지라면 내 어찌 감히 바라겠는가? 기껏해야 그것을 추구하는 데 싫증 내지 않고 사람을 가르치는 데 게으르지 않다고 말할 뿐이다."

공서화가 말했다.

“바로 그것을 제자들이 본받고

따르지 못하는 것입니다.”


-


子曰 若聖與仁 則吾豈敢

抑爲之不厭 誨人不倦 則可謂云爾已矣

公西華曰 正唯弟子不能學也

자왈 약성여인 즉오기감

억위지불염 회인불권 즉가위운이이의

공서화왈 정유제자불능학야


150p _7-33 논어/술이



내가 유교를 부정적으로 느끼는 이유는, 유교가 변질된 이유는, 유교문화라 하여 정착된 전통에 사랑이 빠져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랑하는 것은 공경하는 스승보다도 우선시 되어야하며, 사람을 다스리는 일에는 사랑이 빠져서는 안 된다. 대표적으로 변질된 유교문화의 예는 웃어른을 공경하라라는 뜻인 '장유유서'라고 말한다. 장유유서를 일컬으며 연소자를 함부로 대하고 복종을 바라는 태도는, 공자가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우리 곁에 두는 사서의 가치



이렇듯 사서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변질된 유교문화를 분별하게 하고, 진정한 유교의 지혜를 일러 준다. 지금껏 유교 정신이라 하는 것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진정한 유교 정신이 계승되어 우리 몸에 배어있었다면 사회가 아름다운 질서 속에서 돌아가지 않을까 상상하며, 변질된 유교문화에 안타까운 감정이 들 따름이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흐르고 서양의 문물이 많이 수용된 대한민국의 시점에서, 세습적으로 내려오던 유교문화들이 많이 주춤하게 되었다. 그 문화는 이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몇 백 년 동안 선조들을 통해 우리 몸에 배여있는 유교 정신은 우리의 좌식생활처럼, 현대화된 서울 가운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궁처럼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우리가 사서를 곁에 두고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의 선조들이 자신의 시대를, 사서를 통해 가슴 쓰라리게 끌어안았다는 차원에서 전통적 사유를 심사숙고해야합니다. 그 숙고의 과정에서 문제는 주자학적 사유에 고착되거나 그것을 교조로 하는 사상적 편견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전통으로 살아있는 사서의 생명력과 인습으로 죽어있는 사서의 박제된 흔적 사이에서 현명하게 대처해야합니다.


_ 8p, 시작하는 말



책을 처음 보게 된다면 두둑이 느껴지는 엄청난 두께에 배움에 대한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설 것이다. 펼치면 마주하게 되는 한자들도 겁먹을 만한 요소다. 그러나 나처럼 외관에 속으면 안 된다. 사서 중 제일 짧은 글인 ‘대학’은 옛사람들이 15년 동안 익히고 단련했다고 한다. 이 책의 리뷰를 쓰는 나도 절반은 채 못 읽고 그마저도 제대로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이 책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완독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 문장을 통해서라도 성찰하고 마음속에 새길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서는 한번에 쭉 있는 책이 아니라, 곁에 두고 한 문장씩 천천히 아로새기면 되는 것이다.


이 두꺼운 책을 전부 읽고 리뷰를 쓰게 된다면 얼만큼의 시간이 걸리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게 언제가 되었든 다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유교사상이 알려주는 올바른 지혜를 제대로 알아가기를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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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 이치를 담은 네 권의 책 -


엮은이 : 신창호

출판사 : 나무발전소

분야
인문, 동양철학

규격
신국판(152*225)

쪽 수 : 764쪽

발행일
2018년 11월 29일

정가 : 33,000원

ISBN
979-11-86536-61-2 (03100)



[정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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