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로 초대합니다. [영화]

새로운 성 상담의 패러다임
글 입력 2019.02.2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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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얼떨결에 시작된 성 상담.


 

무어데일 고등학교에 새 학기가 시작됐다. 교정 곳곳에는 사랑이 피어나고 흔히 말하는 인싸들은 무리를 지으며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며 시끄럽게 놀고 있다. 하지만 소심하고 인기도 없는 소년 오티스는 자신의 유일한 동성애자 친구 에릭과 지내며 조용하게 이 학교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러나 세상일이 쉽게 풀릴 리가 없다. 새 학기 첫수업의 발표 파트너로 학교 제일의 폭군 애덤과 짝이 되어 버렸다. 과제를 위해 애덤을 집으로 초대한 오티스는 자신이 가장 숨기고 싶어 했던 치부를 들키게 되는데, 바로 성 상담사 엄마의 존재였다. 성질이 고약한 애덤은 오티스의 엄마의 성교육 비디오를 전교생 메신저로 전송하며 오티스가 꿈꿨던 평범한 학교생활은 물 건너가게 된다.

 

그렇게 낙담한 오티스에게 우연한 기회로 애덤의 성적 문제를 해결해주게 된다. 성 상담가인 어머니를 둔 오티스는 그 존재가 평생의 치부였지만 이때만큼은 엄마에게서 귀동냥으로 배운 여러 성적 이론과 따듯함으로 시작하는 접근법을 사용한다. 그걸 지켜본 오티스의 짝사랑 메이브는 오티스의 비범한 상담 능력을 알아차리고 무언가를 결심하는데...

 

그렇게 무어데일 고등학생들을 상대로한 오티스와 메이브의 비밀 성상담이 시작된다. 수입은 50대 50. 과연 이 상담소는 무사히 명분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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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박을 친 하이틴 청불 코미디물


 

지난 1월에 공개된 영국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원제:Sex Education)는 공개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약 4,000만 명이 시청했고 관객과 비평가로부터 일제히 칭찬을 받았다. 하이틴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수위가 높은 장면이 존재하는 이 드라마는 처음은 단순히 야하고 자극적인 코미디물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자극적인 장면과 소재는 분명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쉬웠지만, 결코 그것이 주된 흐름이 되지 않았다. 이러한 장면을 억지로 늘리거나 완벽히 묘사하지 않는다.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장면으로만 남아 이야기의 살을 더한다. 자칫 위험할 수 있는 도전이 전화위복이 되어 이 드라마의 매력 포인트가 되었다.

 


배우진

 

오티스 밀번 역 - 에이사 버터필드 / 비밀 상담소의 상담사

메이브 와일리 역 - 엠마 맥키 / 비밀 상담소의 파트너

에릭 에피옹 역 - 은쿠티 가트와 / 오티스의 친구

진 F. 밀번 박사 역 - 질리언 앤더슨 / 오티스 밀번의 엄마

애덤 그로프 역 - 코너 스윈델스 / 학교 교장선생님의 아들

잭슨 마르체티 역 - 케다르 윌리엄스-스털링 / 학교 회장이자 촉망받는 수영 선수


 

드라마를 이끄는 주연으로는 오티스, 메이브, 에릭 세 명을 고를 수 있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등장하는 인물과 상담 에피소드가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는 감초역할을 한다. 이야기는 성상담가를 어머니로 둔 오티스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야기의 형식은 전반적으로 옴니버스식 구성을 가진다. 새로운 화마다 새로운 성상담 의뢰가 들어오고 그것을 해결해주는 오티스와 메이브의 이야기가 기본적인 골격이다. 또 그것에 파생되는 인물들의 서사가 시즌1을 이어주는 굵은 줄기가 되어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비슷한 포맷을 가지고 자칫하면 지루함을 자아낼 수 도이 있었지만 처음은 어수룩했지만 갈수록 성숙해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 또한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또 그것이 익숙해질 때에는 색다른 반전과 갈등을 주어 이야기를 변주함으로써 끝까지 몰입도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참 잘 만든 드라마라고 생각이 든다.

 

오티스 말고 주변의 다양한 인물들 또한 다양한 고민을 보여주며 매력적인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남편의 외도로 진정한 사랑을 다시 믿지 못하게 된 오티스의 어머니 질, 꿋꿋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지만 온갖 멸시에 지쳐버리는 오티스의 친구 동성애자 에릭, 성적도 외모도 골고루 갖췄지만 가족사가 흠이라고 생각하는 비밀상담소 파트너 메이브, 모든 사람의 촉망을 받는 전교 회장이자 수영선수이지만 주변의 높은 기대로 인한 높은 부담감으로 모든 것 놓아버리는 메이브의 남자친구 잭까지. 모두들 겉으로는 괜찮은 척 살아가지만 결국 모두 각자에게는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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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성삼담의 새로운 패러다임


 

십대들에게 있어 ‘성’은 굉장히 왜곡되기 쉬운 대상이다. 이 시기에는 가장 호기심이 넘치고 욕구가 활발할 때이지만 기성세대들에게 있어 성은 굉장히 폐쇄적이다. 성(性)에 대해 닫힌 사회에서 매사가 예민한 사춘기 청소년들의 성은 고립되기 마련이다. 어느 것이 올바른지 모르고 자문을 구할 곳도 없다. 그런 모습에서 이 드라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실제로 오티스의 상담은 꽤나 위험한 일이다. 아무리 자신의 어머니가 성 상담사이더라도 오티스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자칫하면 자신의 왜곡된 생각을 전파해서 무어데일 고등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티스의 성 상담의 접근법은 남다르다. 오히려 성 상담보다는 고민, 관계 상담에 가깝다. 성적 문제에 방법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고민이 발생 하게된 계기를 스스로 발견하게 한다. 이런 선한 상담은 자격지심에 빠진 커플의 관계를 개선하고 짝사랑 때문에 목숨을 끊으려하는 스토킹범을 살리기도 한다. 

 


“샘의 좋은 점을 말해봐”

 

“케이트에 대해 말해봐”

 

“케이트는 네 어떤 점이 좋아?

무조건 다섯 개를 말해봐”

 

“네가 널 싫어하면 샘이

널 좋아하는 걸 어떻게 믿겠어?”

   

EP2 자신의 몸이 부끄러운 케이트를 상담하는 오티스의 접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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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치며


 

여러 서양 드라마에서는 열린 성적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결과적으론 그 쓰임은 자극적 요소에 불과하며 꽉 막힌 느낌은 여전했다. 하지만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서는 색다른 관점으로 성에 접근한다. 특히 가장 활발하고 왜곡되기 쉬운 10대를 주축으로 삼고 유쾌함과 교훈을 두루 전달했다는 게 참 대단하다. 또한 드라마의 그 근간은 역시 재미와 짜임인데 그 기본적인 탄탄함을 가지고 있으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것은 당연지사였다. 각각의 캐릭터들을 어느 하나 외면하지 않고 서사를 진행했고 그 매력으로 드라마가 더 힘을 받기도 했다. 이 응원에 힘입어 오티스의 비밀상담소는 시즌2를 확정지었다. 필자는 어서 그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일송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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