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Come Out And Play [음악]

조용해서 더 따뜻한 응원
글 입력 2019.02.21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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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거미가 나온다.(‘You Should See Me In A Crown’ 뮤직비디오) 눈에서 검은 눈물이 흐른다.(‘when the party’s over’ 뮤직비디오) 검은 눈을 가진 침대 및 괴물이 되기도 하고, (‘bury a friend’ 뮤직비디오) 사람을 죽인 사이코패스의 심정을 읊조리기도 한다. (‘Bellyache’ 가사)





이 모든 기괴한 것들이 2001년생의 한 아티스트에게서 나왔다면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천사의 목소리를 하고 악마의 연출을 하는” 그 아티스트는 바로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이다. 14살의 나이에 친오빠와 함께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린 노래 ‘Ocean Eyes’가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음악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빌리는 할리우드의 자타가 공인하는 천재 아티스트이다.


빌리의 음악은 세상이 지니고 있는 ‘10대 소녀’의 편견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연애에 대해 환상을 갖지도 않고, 자신의 감정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수동적이지도 않다. 사이코패스가 되는 상상을,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괴물 같은 자신을 대중에게 거침없이 드러낸다.  빌리는 멜로디로, 가사로, 표정으로, 몸짓으로 ‘10대 소녀’ 빌리 아일리시가 아닌 ‘아티스트’ 빌리 아일리시를 최선을 다해 표현한다. 그렇기에 빌리 아일리시가 음악계에서 차지한 위치는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함을 지닌다.


빌리의 음악을 논할 때, 그 기저에 깔린 자기혐오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의 자기혐오는 이미 인터뷰를 통해 수차례 밝혀진 사실이다. 거울 속 자신에게 더 이상 네가 되기 싫다고 말하는 ‘idontwannabeyouanymore’이 바로 그 훌륭한 예시일 것이다.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빌리 아일리시 말고 또 있을까? 그래서 빌리의 음악에는 아름다운 선율과 심오한 가사, 그리고 악마의 연출이 만나 빚어내는 그녀만의 암울함이 가득하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예외는 있다고 했던가, 작년 겨울에 발매한 ‘come out and play’에는 암울함이 아닌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빌리 아일리시가 (늘 그렇듯이) 친오빠와 함께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한 ‘come out and play’는 Share your gifts 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애플의 광고 음악이다. 이 노래는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지만 그 가치는 비로소 가사에서 완성된다. 광고 문구인 ‘Share your gifis’의 gifts는 재능을 의미하며 노래의 제목인 come out and play는 그 재능을 숨기지 말고 나와서 보여주라는 뜻을 가진다. 노래의 화자는 상대방의 가치를 알아보고 세상에 널 보여주라고 북돋아준다. 그 응원을 담은 가사는 밝고 힘찬 대신 조심스럽지만 확신에 가득 차있다. 그래서 더 진정성 있고 더 큰 위로를 선사해준다.





만약 빌리 아일리시가 아니라 다른 가수였다면, 멜로디와 가사가 마냥 밝고 신났다면 이렇게 큰 울림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자기혐오를 토대로 암울함을 노래하던 가수가 잔잔한 선율에 담아 수줍게 전하는 진심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한 힘을 지녔다. 그 힘은 특정 대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지 못하는 이라면 누구든 이 노래의 온기에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게 될 것이다.


눈 내리는 겨울 풍경을 상상하며 이 노래를 들어보자. 빌리의 천사 같은 목소리로 응원을 받은 당신은 이제 세상에 나와 당신을 보여줄 준비가 되었다.



[진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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