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남색대문: 풋풋하고 순수하여 더 아름다운 그들의 여름 [영화]

글 입력 2019.02.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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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성장영화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화제를 몰았던 영화 ‘나의 소녀시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이하 그 시절)’를 떠올릴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 대만 성장영화의 시초라고 할 만한 영화가 있다. 바로 ‘남색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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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난 뒤 지금까지 봐왔던 대만의 영화 중 가장 인상 깊게 봤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영화가 끝난 뒤 남색대문은 나에게 큰 여운을 주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여름, 학교, 대만’ 세 가지 키워드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키워드로 다시금 영화 감정을, 그리고 여운의 포인트를 짚어 보려고 한다.



청춘은 여름이다


야자수 남방을 입은 남자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펄럭 남방이 나부낀다. 뒤이어 짧은 머리의 여자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그의 뒤를 쫓는 듯 신호에 걸린 남자아이의 뒤로 자신의 자전거를 바싹 붙인다. 그리고 그를 곁눈질한다. 곁눈질하는 여자아이의 시선을 의식한 남자아이는 자전거를 좀 더 앞으로 대자 여자아이도 따라서 앞으로 온다. 그렇게 여자아이를 쳐다보고 웃는다. 다시 여자아이가 좀 더 자전거를 앞으로 대자 남자아이도 여자아이를 따라 조금 더 앞으로 간다. 그렇게 그들은 짧은 신호가 걸린 시간 안에 미묘한 감정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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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야자수 남방과 따스한 햇볕만으로도 완연한 여름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청량감 또한 느껴진다. 이러한 계절적 배경을 확실히 보이고 느끼게 해주는 도입 부분은 나에게 여름이라는 배경에서 풋풋한 저 둘의 싱그러운 사랑 이야기가 펼쳐질 것을 예상하게 하였다. 하지만 영화를 볼수록 이야기의 방향은 전혀 그와 다르게 흘러감을 알게 된다.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소재 안에서도 감독이 너무 무겁지 않게 그들의 성장을 다룰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뜨겁고 싱그러운 ‘여름’이라는 계절감이 청춘의 풋풋함을 돋보이게 하며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몽크루의 어디에도 닿지 못해 불안한 마음을, 장시호의 시련의 아픔을, 위에쩐의 짝사랑을 조금 더 청춘답고 무겁지 않게 풀어나갈 수 있게 하였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도입부의 몽크루가 장시호를 따라가며 곁눈질한 눈빛은 그를 좋아하는 감정의 눈빛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몽크루는 단순히 위에쩐의 부탁으로 인해 그를 따라간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부분의 장시호의 대사는 몽크루의 고민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어주었고, 그로 인한 몽크루의 대사와 장시호에 대한 눈빛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서 나오는 눈빛이었다. 장시호처럼 몽크루의 고민을 담담하게 그리고 사랑을 이성 간의 이야기로만 묶지 않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순수한 감정으로 본다면 몽크루의 고민이 그리 심각하고 어렵게 다가오지 않는다.




영화가 학교를 배경으로 성장기 아이들의 고민을 다루는 방법



서두에 ‘남색대문’이 ‘나의 소녀시대’나 ‘그 시절’의 시초격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이 영화를 볼 때 ‘나의 소녀시대’ ‘그 시절’을 떠올린다면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앞의 두 작품은 고교생들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남색대문은 주인공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나의 소녀시대’나 ‘그 시절’은 고등학생의 러브스토리를 그린다는 점에서 과장된 위트 포인트를 만들어 그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방식이 조금은 유치하고 가볍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남색대문은 그들의 이야기를 다룰 때 과장된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가볍게 표현하지 않는 연출과 몽크루를 연기하는 계륜미의 담담한 표정과 장시호를 연기하는 진백림의 감정 표현이 함께 어우러져 더욱 담백하고 묵묵한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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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위트 포인트가 없다는 사실이 기존의 대만영화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은 평점을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위트 포인트가 없어도 괜찮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좋은 평점을 받을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대만의 분위기를 느껴보자



이 영화에서 대만적인 청량함을 느낄 수 있는 소재는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바로 자전거와 농구이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주인공들이 등교할 때도 하교를 할 때도 친구를 만나러 갈 때도 모두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이 보편화된 대만에서 이러한 풍경은 흔한 일이지만 대만영화를 보는 외국인으로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행위가 생소하게 느껴졌다. 따라서 영화 내내 어디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주인공들의 모습만으로도 대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는 축구가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보편화 되어있지만 대만은 농구가 보편화되어있다. 따라서 영화에서 남자아이들이 농구를 하는 장면을 심심하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화도 대만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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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농구, 이 외에도 다른 요소들이 대만의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지만,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요소 다가왔다. 특히 대만 사람들의 생활에 녹아있는 활동적인 느낌을 지닌 자전거와 농구가 자연스럽게 영화에 사용되며 청춘의 생동감과 청량함을 표현하기에 더욱더 적합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청량감의 분위기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과장된 포인트가 없었기 때문에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분위기로 다가와 더욱더 큰 여운을 남길 수 있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성장 영화들은 여러 가지 방면으로 성장기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때로는 그들의 사랑, 인간관계, 미래, 자아 등 여러 가지 고민을 다룬다. 하지만 이들의 고민이 꼭 성장기이기 때문에 하는 고민이라고 치부되기에는 무거운 고민도 많다. 우리는 그들의 고민을 다룰 때 어떤 식으로 다뤄야 할까? 남색대문은 성장기 아이들의 고민을 다룰 때 어떠한 과장도 강요도 없다. 이 영화는 그저 그들의 고민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스스로 결론짓게 해준다. 우리도 이 영화처럼 성장기 아이들의 고민을 마주했을 때 그들의 순수한 눈높이에 맞춰서 한 걸음 다가가 준다면 그들도 어렵지 않게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영화의 주인공들에게 이 구절을 읽어주며 나의 글을 마치고 싶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지금 이 시간 또한 내 어깨를 스쳐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들은 더 깊어지고 아름다워질 거라고 믿고 싶었다. 청춘이 아름다운 건, 무엇도 바꿔놓을 수 없는 채로, 그저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흘러가고 지나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동영,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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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색대문 예고편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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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고등학생인 몽크루와 위에전은 자매처럼 지내는 단짝 친구이다. 위에전은 수영부의 장시호를 좋아하지만, 고백을 하지 못하고 몽크루에게 부탁해 자신의 러브레터를 전달하게 한다. 그러나 위에전은 러브레터의 보내는 사람의 이름을 몽크루라고 적고 장시호는 위에전은 없고 몽크루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게 된다. 그렇게 세 명의 관계는 복잡해지게 되는데….



[임채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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