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전하는 이야기] 破甑不顧 놓아야 할 것들은 미련 없이 놓기

후회하기 전에 떠난 것은 미련 없이 놓아줘야 한다. 그래야 덜 잃고 덜 아프다.
글 입력 2019.02.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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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증불고

破甑不顧

깰 파, 질그릇 증, 아닐 불, 돌아볼 고



이미 깨진 질그릇을 돌아볼 필요는 없다. 挽回(만회)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아쉬워하거나 悲痛(비통)해 할 필요는 없다는 말



한때 헤어졌던 전 애인을 붙잡고 울고불고 매달려본 적이 있다. 잡힐 것만 같아서 놓을 수가 없었고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몇 날 며칠을 눈물과 그 사람에 대한 미련이 가득 찬 생각으로 밥을 거르며 밤을 새우며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었다.


또 한 번은 비싼 값을 지불하고 산 흰색 티셔츠를 색 티셔츠와 함께 세탁기에 돌린 탓에 다른 옷에서 물이 빠져 비싼 흰 티는 잔뜩 얼룩이 져버렸다. 어떻게든 얼룩을 다시 빼보겠다는 마음으로 몇 번의 세탁을 다시 하며 인터넷에 ‘얼룩 빼는 법’을 검색하여 나온 모든 방법은 다해본 것 같다. 진이 빠질 때쯤 티셔츠를 봤는데, 역시 내게 속상함을 가져다준 얼룩 가득한 티셔츠 그대로였다. 허무했다.


기운은 기운대로 빠지고 얼룩을 빼보겠다며 사용된 재료비는 재료비대로 돈이 들고 모두 쓸데없는 짓이 돼버렸다. 지금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전 애인을 못 잊었던 내 마음도, 잡힐 거 같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내 합리화된 마음도 다 시간 낭비였다. 그가 돌아올 거란 생각은 애초부터 사실을 부정한 내 마음에서 만들어낸 없는 사실이었고, 이미 그 사람과 나는 헤어지던 그 순간부터 남이었다.


얼룩진 티셔츠도 애초에 되돌릴 수 없을 정도의 색으로 물들어서 원상복구가 힘들 거란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사실을 부정하며 속상함에 무슨 짓이라도 했던 것 같다. 아마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서 더 그랬던 거 같다.


끝난 것엔 미련을 품지 말아야 한다지만, 모순되게도 끝이라는 것엔 단어의 뜻과는 반대로 미련된 마음을 가지게 돼버린다.


깨진 것엔 돌아볼 필요가 없다는 ‘파증 불고’라는 말이 있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충고처럼 느껴졌다. 내 미련한 생각과 행동들을 돌아보게 하는 말이었다.


반박할 말이 없다. 나는 늘 그래오지 못해서 나의 행동들로 더 많은 것들을 잃어왔고 ‘나’를 챙겨오지 못했으니까. 후회는 많은 시간을 허비하여 생각과 감정을 쏟아낸다 한들 결과에 있어서 어떠한 좋은 소식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후회하기 전에 떠난 것은 미련 없이 놓아줘야 한다. 그래야 덜 잃고 덜 아프다.


오직 ‘나’만을 생각하면서, 후회와 아쉬움을 느끼기보다는 차라리 훌훌 털고 새로운 것들에 집중하자. 우린 조금 더 소중한 것들을 위해, 조금은 냉정하게 떠나며, 보내주자.


조금 더 현명한 우리가 되기를

조금 더 현명한 내가 되기를 바라면서.



[강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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