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헬멧을 헬멧으로서 존재하지 않게 하는가

연극 <The Helmet: Room's Vol.1>
글 입력 2019.02.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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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연극 <더 헬멧> 그 독창성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큰 신선함이나 독창성을 찾기는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창작자는 네모난 틀 안에서 최대한 관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인다. 연극 ‘The Helmet: Room's Vol.1'은 전형적인 프로시니엄 무대를 탈피하고 Room이라는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는 점을 잘 살렸다. 무대는 큰 유리로 인해 두 공간으로 분리된다. 큰 쪽을 ’빅룸‘, 작은 쪽을 ’스몰룸‘이라고 부르는데, 특히 스몰룸은 이름과 걸맞게 정말 작은 공간이어서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가까이에서 펼쳐진다.


각자 다른 두 공간에서는 각자 다른 두 개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하나는 5.18 민주화 항쟁과 백골단을 그린 룸 서울, 다른 하나는 시리아 내전과 화이트 헬멧을 그린 룸 알레포이다. 즉, 이 무대에서는 총 4가지 이야기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두 이야기는 유리를 잠시 밀어놓은 채 넓어진 공간을 활용하여 동시에 보여지기도 하지만, 공간을 유리로 가로막으면 그때부터는 정말 각기 다른 빅룸과 스몰룸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해당 공연은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초연과 앵콜 공연을 올렸고, 현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재연이 공연되고 있다.




02.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해당 공연은 신선한 무대뿐만 아니라 잘 짜인 이야기와 연출로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고, 그 덕분에 올해 재연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변화를 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인기 있는 공연이었다는 자만심 때문인지 수정된 부분이 많이 보였고, 이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헬멧’은 공간 분리의 매력이 큰 방이다. 이름에 'Room'이라는 말이 들어갈 정도로 공간의 특징성이 뚜렷한 극이다. 초연과 앵콜까지는 스몰룸의 객석이 이어지는 공간에 벽이 설치되어 룸서울에서는 그것이 시가 쓰인 벽으로 이용되고, 룸알레포에서는 아이가 공을 차는 소리가 나는 벽으로 이용되면서 Room이라는 공간성과 각 에피소드의 연관성을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재연으로 오면서 스몰룸의 객석 한 줄이 추가되며 공간이 커지고, 해당 벽을 구석으로 밀어 넣으면서 특유의 느낌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원래 벽이 있던 공간은 객석을 놓는 단상이 이어지는 그냥 평범한 ‘무대’가 되어버렸다. 아이가 공을 차는 소리도 더 이상 벽이 아닌 ‘무대’에서 들리게 되면서 현실감이 크게 떨어졌다. 또한 예전의 깔끔했던 대본과는 달리 군더더기가 생겼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었겠지만 갑자기 추가된 룸서울의 안무는 관객에게 ‘굳이 왜?’라는 의문만을 남길 뿐 서사적으로 의미 있거나 필수적인 부분은 아니다.


특히 룸알레포에서는 전등 스위치와 초코바를 이용한 추가된 상징이 두 가지나 등장한다. 불을 밝히고, 서로에게 음식을 건네는 행동은 쉬운 상징으로 다가오지만, 이미 초연부터 충분히 상징적이었던 알레포 에피소드에 무언가가 더 추가되니 과하다는 느낌만을 남겼다. 물론 해당 극은 여전히 좋은 극이고, 시의성도 있으며,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좋은 극이니만큼 아쉬운 점은 더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것 때문에 운동하는 거여. 학생은 공부를 하고, 서점은 책을 팔고, 경찰은 나쁜 새끼들 잡아가고, 소주병이 소주병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해 줄라고!‘


학생은 학생으로, 서점은 서점으로, 소주병은 소주병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하려고 했으나 결국 이를 모두 연결하는 극, 헬멧은 헬멧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극의 가장 큰 아쉬움이다.



[김효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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