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 다 나오는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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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친구가 죽었다.
죽음이라는 말은 늘 익숙한 듯 낯설다. 그런데 그 대상이 지인일 때, 친구일 때, 가족일 때는 그렇게 낯설 수가 없다. 친구와 죽었다는 말은 너무 무서울 정도로 어울리지 않기에, 아니, 사실 어울리지 않기를 바라기에 우리는 늘 친구가 죽었다는 그 매정한 사실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02. 내 송덕문 다 썼어?
사실 대부분의 작품이 그렇듯 이 이야기도 궁극적으로는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웬만한 이야기는 다 ‘관계’라는 한 단어로 함축될 수 있다. 그 관계의 방향이나 종류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되고, 각 이야기가 어떠한 방식으로 포장되어 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내용이 되는 것이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그 포장을 송덕문, 그리고 과거 회상이라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죽은 친구의 송덕문을 쓰려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 앞에 나타난 특이했던, 아니 특별했던 어릴 적의 친구.
03. 모든 걸 깨뜨린 작은 틈새.
꼭 죽음이 아니어도 괜찮다. 우리는 모두 누구와 이별을 했던 순간이 있을 것이다. 지역이 달라져서, 학교가 달라져서, 혹은 생각이 달라져서. 필자와 같은 경우에는 오해가 쌓이고 쌓여서 더 이상 그 오해를 수습할 수 없을 때 이별을 경험했던 적이 있다. 작가 토마스 위버도 열심히 그 틈새를 찾는다. 어디부터 자기 탓인 건지, 자기 책임인지. 자신이 의식하지 못했던 순간이 본인의 잘못이었는지. 그 추리의 끝에는 자신의 친구 앨빈 켈비가 왜 크리스마스 이브에 다리 위에서 떨어졌는지 알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04. 그때 난, 보지 못한 거죠.
다른 사람을 서운하게 만든 적이 있는가? 우리는 한 번씩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족이든, 친구든, 혹은 정말 모르는 타인이든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는데 남이 상처를 받았거나, 자신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거나. 우리는 늘 실수를 한다. 늘 무언가를 놓치고, 후회하고, 시간을 되돌리기를 바란다. 토마스도 과거를 들여다보다 다시 도망치기를 반복한다. 자신의 잘못된 순간을 마주하기에는 너무 힘드니까. 게다가 그 순간이 친구의 결정적인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으니까.
05. 그래서, 힐링극인가요?
보통 ‘자기 자신을 찾는 극’이라거나,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이런 느낌이면 다들 힐링극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이 극은 문구가 ‘당신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의 여행’이다. 하지만 관객 반응은 늘 힐링극이다 아니다로 갈린다. 힐링극이라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울면서 나오기 때문에(특히 두 인물 중 누구에게 공감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 마냥 힐링극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워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필자는 주저 없이 이 극을 힐링극이라고 말하고 싶다. 수많은 토마스 위버에게 위로를 건네기 때문에, 그리고 토마스 위버가 겪었던 수많은 순간을 사실 하나하나 애정으로 봐주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겪지 않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누구나 한 번 쯤은 겪어본 이야기이다.
[김효경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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