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 하기에도 아까운 우리의 삶에게

글 입력 2019.02.2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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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모두에게 묻고싶다. 각박한 세상이라는 굴레에 맞춰 각박해진 자기 자신을 발견한 적이 있는지.


*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단연코 '열아홉살 때의 나' 였다고 말할 것이다.


열아홉살.. 낭랑18세보다 고작 한 살 더 많은 나이에 각박해진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는 나의 말이 조금은 기가 차고 '아직 세상 물정 모르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맞다. 올해로 대학 4학년, 졸업을 앞 둔 학생이 경험한 세상의 각박함은 앞으로 닥칠 세상의 각박함에 비하면 그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이렇다 할 모험이나 굴곡이 없던 인생에서, 입시를 코 앞에 두고 논술이며 면접이며 심지어는 모의고사까지 신경써야하는 인생으로 전락했기에, 열아홉의 나는 각박해졌다기보다는 온실에 생긴 조그마한 구멍을 통해 들어온 세상의 햇빛과 바람에 놀라 아주 잠깐 가시를 세운, 온실 속 화초였을 수도 있겠다. 


그치만 어쩌겠나. 이십년 하고도 몇 년을 더 사는 동안, 나의 열아홉살을 추억해보면 세에~상 삭막하고 메말라서 각박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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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수능','등급'.. 이 밖에도 많은 말들이 나를 옥죄었다. 저 '등급' 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잘못된 단어인지, 한 사람 한 사람을 '1등급' 내지 '9등급' 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그때는 몰랐다. 열아홉의 나는, 초등학교 입학 후 12년동안 우리는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해왔다는 둥,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성공은 성적순이라는 둥 그전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말들에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이게 인생의 정답이었던 것 마냥 노트와 책상, 벽에 문구를 적어 붙이며 스스로를 세뇌시키기도 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주던 가족에겐 날카롭게 굴었고, 오손도손 나누던 친구와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었고, 스스로에게는 칭찬보다는 비교가, 당근보다는 채찍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믿었다.


갑자기 불어닥친 '수능'이라는 바람에 아마 나는 적잖이 놀랐나보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잊고살았던 걸 보면.


*
 

이런 나에게 햇살처럼 다가온 드라마가 한 편 있다. 수능을 마치고 처음으로 본 드라마이자, 보는 내내 나를 미치도록 울고 웃게 한 드라마. 이 드라마의 모든 대사가 내겐 햇살같았지만, 그 중 가장 따듯하고 포근했던 봄날의 햇살같은 대사가 있다.


"사람들은 일한다는 핑계로 사랑을 자꾸만 까먹어. 늘 다음에 다음에 그러면서 사랑을 외면해. 근데 난 그러지 않으려고."


'과거의 나' 와 '앞으로의 나' 를 향한 반성과 다짐의 말이었다. 사랑을 잊고 살았던 열아홉이라는 나의 꽃같은 시절이 아까웠고, 부끄러웠고,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지나간 시절은 되돌릴 수 없다. 지나간 시절을 후회하는 것만큼 미련한 짓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앞으로 남은 나의 꽃같은 시절을 사랑하는 것. 이것 뿐이었다.
  
어디선가 이런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사랑이란, 감옥같은 일터를 놀이동산으로 바꾸어 주는 마법같은 것이다."


이는 비단 남녀간의 사랑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 친구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잊고사는 것만큼 처절한 삶은 없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이런 햇살같은 드라마를 만나 항상 마음 속에 사랑을 품고 살아가지만, 사실 앞으로 세상을 살면서 더 각박해진 나를 발견할 순간이 얼마나 더 많을지 두렵다. 그치만 내가 이 드라마를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는 이상,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사실이 있다.


"사랑만 하기에도 너무 아까운 삶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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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회에서 말해준 이 말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를 지배하고 있다. 나를, 가족을, 친구들을 사랑만 하기에도 너무나 아까운 내 삶이기에 누군가를 미워할 시간은 그저 사치일 뿐이다. 하는 일이 맘처럼 잘 되지 않고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고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고 느낄 때면, 그리고 각박해진 자신을 발견할 때면, 그때마다 사랑만 하기에도 아까운 우리의 삶을 생각하자.


사랑이 점점 사라지고 하늘마저 회색빛으로 물들어버린 지금, 사랑의 의미를 끊임없이 알려준 드라마 '순정에 반하다' 에서 처럼 사랑만 하기에도 아까운 우리의 삶을, 지나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우리의 젊음을, 그 자체로 빛나는 우리를 이제부터라도 열렬히 사랑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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