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통해 관계를 받아들이는 아이의 이야기

영화 <미래의 미라이>
글 입력 2019.02.2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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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래의 미라이>의 포스터만 봤을 땐 오빠로 추정되는 아이가 동생이 생기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뻔한 스토리로 보인다. 사실 뻔한 소재임은 맞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그렇듯 당연한 이야기를 어떻게 당연하지 않게 풀어내는가에 초점을 둔다면 한동안 여운이 남는 영화임은 분명하다. 특히 일본어를 좀 하는 관객이라면 제목을 보고,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제작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이름을 보고 타임슬립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낼 거라는 짐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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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계를 만나는 철부지 오빠 쿤



영화는 주인공 소년 쿤에게 여동생이 생기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쿤은 엄마아빠와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같이 사는 강아지 유코에게까지 사랑을 받으며 자라온 외동아들이었다. 하지만 동생 미라이가 태어나며 쿤은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 빼앗긴 사랑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이때마다 쿤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때 나무가 있는 집의 마당은 쿤이 새로운 관계를 맺는 장소로 변한다.


시작은 학생이 된 동생 미라이가 오빠 쿤과 강아지 유코와 함께 미션을 성공하기 위해 등장한다. 우여곡절을 겪는 와중 강아지의 특성이 남아있는 사람 유코, 그리고 미라이와 쿤의 뜬금없는 행동들이 귀여워 보는 내내 피식피식 웃음을 짓게 했다.


낯설지만 처음으로 커버린 동생 미라이를 접한 오빠 쿤은 현실로 돌아와 여전히 응석을 부린다. 커버린 동생 미라이와 자신보다 어린 동생 미라이를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는 관객에게는 큰 미라이와 작은 미라이가 동일인물이지만 어린아이인 쿤의 입장에선 체격이 다른 둘을 다르게 보는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영화는 시종일관 어린아이의 눈에서 이야기를 지속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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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가족들과 만나다



아빠와 자전거 연습을 하러 갔지만 역시 동생 미라이에게 집중하는 아빠를 보며 슬퍼하던 쿤에게 이번에는 증조할아버지가 나타난다. 다리를 다쳤지만 멋지게 오토바이를 타는 젊었을 적 증조 할아버지를 보며 쿤은 자신도 모르게 할아버지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증조 할아버지와 말을 타며 시간을 보낸 쿤은 현실로 돌아와 자전거를 타는데 성공한다. 스치듯 지나가는 짧은 인연이지만 증조 할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백마디 말보다 더 큰 용기를 얻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에서 어리광을 피우는 오빠인 쿤은 장난감을 정리하지않은 것에 대해 혼쭐을 내는 엄마가 미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쿤이 만난 것은 바로 쿤의 나이대의 엄마였다. 엄마는 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같이 놀며 쿤처럼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리며 함께 즐거워한다. 하지만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다. 쿤의 외할머니는 엄마에게 똑같이 혼쭐을 내고, 쿤은 도망친다. 집에 돌아온 쿤은 어린 엄마의 관계를 통해 엄마에게 미안함을 갖고 반성하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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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의 관계를 마주하게 된 쿤



그러나 여전히 어린 아이였던 쿤은 입기싫은 옷으로 투정을 부리며 가출을 하기에 이른다. 집을 나간 쿤이 만난 사람은 바로  미래의 자기자신이었다. 하지만 미래의 쿤이 하는 충고를 무시한 채 기차를 타고 떠난 쿤이 마주한 것은 기차역 속 완전히 낙오된 자신이었다.던불안한 가운데 낯선 기차안으로 들어가는 미라이를 발견한 쿤은 미라이를 구하기 위해 쿤은 엄마의 아들이고 아빠의 아들이며 강아지 유코의 간식담당이며, 미라이의 오빠라는 관계를 마주하기로 한다. (역무관의 그래픽이미지는 서늘함을 느끼게 했다.) 그렇게 미라이를 구하게 되면서 미라이의 오빠가 된 쿤은 가족의 역사가 저장된 나무를 통과하며 집으로 온다. 그렇다. 쿤이 집을 나갈 때마다 마주했던 나무는 쿤이 보고들은 가족의 이야기를 함께 겪어왔던 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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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다



이 영화는 아이에게 동생은 무조건 사랑해야하고, 동생을 사랑해야한다는 사실 자체만 아이에게 강요하지않는다.아이의 눈에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상황을 관객이 아이의 눈에서 함께 경험한다는 점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그런 상황들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것이 쿤의 상상만으로 형성된 것인지 등은 중요하지않다. 중요한 점은 쿤이 이 상황을 경험하면서 상황 속 등장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성장한다는 것이다. 과거로 타임슬립을 하면서 새로운 관계들을 만난 쿤은 드디어 서툴지만 동생 미라이와의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며 성장한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않게 다룬 영화 미래의 미라이는 관객들에게 당연하게 주변에 있는 존재로 여겼던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나 역시도 나름의 역사가 존재하는 관계 속의 사람임을.


*


+) 중간중간 보이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주로 사용하는 기법과 영상들이 나와 반가웠다.


+) 그리고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역시 과거를 아름답게 그리는 데 탁월하다. 나의 과거 마냥 아득한 느낌이었다.



[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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