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앵무새와 사냥꾼을 오가는 사람들
글 입력 2019.02.2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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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에 출판된 소설이다. 출판 즉시 성공을 거뒀으며, 현대 미국 소설의 고전이 되었다. 소설의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은 저자, 하퍼 리(Harper Lee)의 유년시절에 바탕을 이룬다. 그녀의 고양은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과 같은 미국 앨라배마주, 먼로빌이다. 한국어 번역본 제목은 ‘앵무새 죽이기’ 이지만, 실제제목인 ‘To kill a Mockingbird’ 의 모킹버드는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내는 흉내지빠귀이다.


이 소설은 미국 남부 알라바마주, 메이콤이라 불리는 가상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며, 시대적 배경은 대공황이다. (1929-1945: 실제로 미국의 경우, 도시 지역의 실업률은 38퍼센트 이상이었고, 국민소득은 1929년 이래 30퍼센트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중산층이 몰락하게 된다.) 무고한 흑인 톰 모리슨에 관한 재판 사건이 소설의 큰 틀을 이루며, 소설 전반부엔 무성한 소문에 싸인 부 래들리에 관한 사건이 등장한다. 또한 톰 모리슨을 변호하는 아티커스의 어린 딸, 스카우트의 시선으로 소설이 전개된다.


소설의 실질적 시대적, 공간적 배경을 살펴보면, 196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다. 미국 남부는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도덕, 관습, 인종 문제에 있어 보수적이다. 미국 남북 전쟁 이후, 앨리바마 주의 노예제도는 폐지 됐지만, 흑인들은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했으며, 열등한 존재로 인식됐다. 버스에서조차 흑인과 백인이 같이 탈 수 없을 만큼,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서 흑백구조를 띄었다. 또한 그 당시 남부 농업산업의 몰락으로 백인 농부들 또한 상당한 빈곤에 시달렸다. 이 시기(The decade)에 미국의 흑인민권운동, 여권운동, 성 소수자 권리 운동 등 다양한 민권운동(civil rights movement)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여전히 해결돼야 할 부분들이 어마어마하지만, 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이들의 권리가 증진됐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소설엔 흑인 인종차별에 관한 주제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그 외에도, 여성, 다양한 측면에서의 사회적 소수자, 사회문제, 더 나아가 세세한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도 독자들에게 제시해 주고 있다. 제목의 앵무새처럼, 소설에선 여러 등장인물들이 정신적으로, 혹은 실제로 죽음을 맞이한다.

첫 번째 앵무새, 백인을 상대로 재판을 한 흑인 남성, 톰 모리슨은 결국 유죄판결을 받고, 감옥에서 총 맞아 죽는다. 정말로 백인의 승리로 끝이 난 것이다. 그의 죽음의 원인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흑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아티커스의 대사를 보면, 그 당시 흑인의 사회적 위치와 그들에 관한 편견이 사회 곳곳에 흩어져 있고, 사실로써 받아들여졌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그 당시 흑인을 어떻게 표현했으며, 흑인을 얼마나 부정적인 존재로 보는지 알 수 있다.



You gentlemen would go along with them on the assumption- the evil assumption- that all Negroes lie, that all Negroes are basically immoral beings, that all Negromen are not to be trusted around our women, - black or white - p 273


배심원 여러분들이 그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흑인은 거짓말을 한다는 가정 – 물론 그건 잘못된 가정이지요. – 모든 흑인은 기본적으로 부도덕한 인간이라는 가정, 모든 흑인은 우리 여자들 주위게 믿고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가정,… -p. 378 [앵무새 죽이기, 열린책들]



또한 우리는 소설전반에서 톰 모리슨뿐 만 아니라, 갖가지 편견과 오해의 희생양들을 볼 수 있다. 가장 큰 대표적인 예는 바로 부 래들리이다. 그는 오랫동안 집 밖을 나오지 않아, 마을엔 출처와 사실을 알 수 없는 그에 관한 무성한 소문들이 퍼져있다. 하지만 소설이 끝날 때까지도 그가 누군지에 대해 자세히 나오진 않지만, 모디 앳킨슨 아주머니의 집이 불탔던 날, Scout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밥 이웰의 공격을 받고 있는 젬과 Scout을 도와준 그의 행동을 보아 그는 소문과 달리 마음이 따뜻하고,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 래들리라는 인물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작가는 톰모리슨 재판 이야기를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써도 됐을 텐데, 굳이 소설의 앞과 맨 끝을 그로 장식했을까? 그는 어쨌든 백인 남성이다. 그 당시 흑인에 비해 비교적 나은 사회적 위치에 서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해와 편견의 대상이며, 마을 사람들에게 배척당한다. 이는 돌퍼스 레이몬드씨도 마찬가지이다. 흑인과 더 가까이 지내는 그는 비교적 자신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태도에 개의치 않아하지만, 백인들은 그들 이상하고, 정상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도덕적 문제를 떠나 메이엘라 바이올렛 이웰도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사회적 방랑자와도 같다. (메이엘라 바이올렛은 톰 모리슨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하지만 실제론 톰 모리슨이 그녀에게 일말의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 백인들 사이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며, 백인이기 때문에 흑인들 사이에도 끼지 못한다.


이처럼, 내가 생각하기엔, 작가는 잘못된 가치를 기준으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그들에게 울타리를 치고 가두는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 백인들은 흑인들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짓고, 그로부터 희열과 우월감을 느꼈고, 마을 사람들은 앞서 말한 그들을 잘못된 가치관으로 판단하고, 비판하며 그로부터 자신들이 그들보다 나은 존재라는 확신을 느꼈다.

또한 소설 전반에서 남부의 여성상 더 크게는 그 시대의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얼마나 낮았었는지 에 대해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론 흑인 여성인 칼퍼니아 아주머니의 삶이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던 게 아쉽긴 하다. (칼퍼니아 아주머니는 앞서 언급한 소설 주인공 집안의 도우미 아주머니이다.) 그러나 당 시대 백인 여성 작가가 직접 여성들의 삶이 어땠는지에 대해 고발하고, 이러한 상황들이 매우 부적합하고,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 소설 곳곳에 문장을 통해 드러냈다는 것이 매우 인상이 깊었다.



For one thing, Miss Maudie can’t serve on a jury because she is a woman. - p.296

한가지 확실한 건, 모디 아주머니는 배심원이 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여자였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소설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고 고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흑인과 백인을 동등한 한 인간으로서 보지 않고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는 소설 곳곳의 대사를 통해 드러난다. 보면, 흑인들은 대체로 백인들보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며, 우리가 연민하고 도와주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객관적 사실을 따지면 흑인이 백인에 비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흑인들에게 묻기엔 상당한 오류가 있다.) 분명한 건 그들은 사회적 소수자 이다. 사회적 소수자란 시회적 문화적 특징으로 인해 사회 주류 집단 구성원에게 차별 받으며, 자신들 또한 차별 받는 집단에 속해 있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회적 소수자라 해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돼서도 안되며, 이러한 감정을 가질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잘못된 주류 집단의 지배적인 가치에 의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잃었고, 그것을 되찾고 그들 또한 주류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그들과 더불어 우리 모두가 힘써 해나가야 하는 일이다.
         


Atticus said Calpurnia had more education than most colored folks - p32

대부분의 흑인들보다 칼퍼니아 아주머니가 똑똑하다고 아버지가 말하셨다.


Atticus says cheatin’ a colored man is ten times worse than cheatin a white man - p269

흑인을 속이는 것이 백인을 속이는 것보다 열 배 나쁘다고 아버지는 말하셨다.


 

이와 같이 시대적 배경과 작가가 백인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소설은 흑인들의 이야기와 고통을 100% 대변하진 못한다. 그리고 흑인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그들이 절대 될 수 없기에 그들의 고통을 100%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류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이 소수집단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대변하려고 애썼다는 점에서 매우 의의를 주고 싶다. 사회적 소수집단들이 주류문화에 대항해 직접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들의 목소리들이 모여 더 큰 목소리가 되기 위해선, 올바른 가치를 가진 주류집단의 구성원들의 힘도 필요하다. 작가, 하퍼 리도 흑인에 대한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했지만,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흑인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듣고, 번데기 속 애벌레에서 벗어나, 또 다시 그들의 권리를 위해 같이 맞서 싸우기 위해, 소설을 써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를 읽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고, 여태껏 당연하고 옳다고 것들이 옳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또한 백인인 그녀가 흑인에 관한 이야기를 쓸려고 하는 것은 결국 흑인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울려 퍼지고,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모든 이야기와 사상들은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이를 누가 창조해냈던, 그것을 우리 독자들이 읽고 분석하고, 비판하고, 또 다시 누군가가 이 보다 더 나은 이야기와 사상을 만들어 낸다면 그것이 바로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이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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