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금호악기 시리즈,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 on 과다니니 크레모나 1794

글 입력 2019.02.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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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음악회를 다니면서 본 적이 있다, 유망한 연주자들에게 고악기를 임대해주며 무대에 세우는 프로젝트를. 레이 첸이 이런 프로젝트로 내한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 때 브로슈어에서 어느 재단에서 이와 같이 아주 좋은 고악기를 연주자들에게 대여해주는 내용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게 있을까 궁금했는데, 이미 있었나보다. 음악 쪽에 정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금호아트홀에, '금호악기 시리즈'가 있었을 줄이야.


이번 아트인사이트의 초대는 여느 아름다운 목요일과는 다르게, 금호악기은행이 뛰어난 우리나라 연주자들에게 고악기를 무상으로 임대해주는 '금호악기 시리즈'의 기획무대다. 가슴 아프게도 지금은 먼 곳으로 떠난 바이올리니스트 故 권혁주를 비롯하여 신지아와 클라라 주미 강, 임지영 등 많은 연주자들이 악기 후원을 받아 세계적인 무대에 섰다. 올해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김동현, 이수빈 그리고 김봄소리가 무대에 오른다. 그 중에서도 초봄에 접어들기 시작할 3월 초에 아주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의 무대에 다녀올 예정이다.

 

 



Program


루트비히 판 베토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8번 G장조, Op.30/3
Ludwig van Beethoven 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8 in G Major, Op.30/3
Allegro assai
Tempo di Minuetto, ma molto moderato e grazioso
Allegro vivace
 
외젠 이자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슬픈 시 d단조, Op.12
Eugène Ysaÿe Poème élégiaque for Violin and Piano in d minor, Op.12
 
I N T E R M I S S I O N
 
벨러 버르토크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랩소디 제1번, Sz.86, BB94a
Béla Bartók Rhapsody for Violin and Piano No.1, Sz.86, BB94a
Lassú. Moderato
Friss. Allegretto moderato
 
카미유 생상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1번 d단조, Op.75
Camille Saint-Saëns 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1 in d minor, Op.75
Allegro agitato
Adagio
Allegretto moderato
Allegro molto





프로그램을 보자마자 정말 이 공연은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어느 공연이든 프로그램을 다 흥미롭게 구성하지만, 특히 구미가 당기는 프로그램들이 가득한 공연이 어느 때나 있기 마련이다. 이번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의 프로그램을 보았을 때가 딱 그랬다. 이렇게 프로그램을 짠 건 무슨 의미일까. 베토벤, 외젠 이자이, 바르토크에 생상스라니. 어떻게 이런 조합이 나올 수 있었는지 궁금해지면서 동시에 어떤 연주를 들려주고 싶은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되지 않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가장 이 공연에 끌리게 만든 건 바르토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랩소디 1번이다. 국내무대에서 바르토크가 자주 연주되지는 않으니까 과연 이 곡을 실제 상황으로 들을 수 있기는 한 걸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세상에. 프로그램에 이 곡이 있는 걸 보자마자 이수빈의 무대는 나로서는 가야만 하는 공연이 되었다. 언제 또다시, 이 곡을 실제로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조바심나게 했다. 마치 아름답고 위험하면서도 몽환적인 곡을 말이다. 이 곡은 흐름이 자유분방하고 조성조차 우리 귀에 익숙한 그 일정한 조성이 아니라 어디로 튈 지 모르고, 그 느낌 그대로 끝까지 듣다보면 어느 순간 바르토크가 보여주는 그 형언할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불협화음의 구간에서 다시금 조화를 이루는 구간으로 변모하면 어느 순간 안도감이 들었다가도 그 소리가 어긋나는 것 같으면서도 묘한 앙상블을 이루는 그 순간들이 다시금 생각난다. 정말 바르토크의 마성이 잘 느껴지는 이 작품을, 실제로 들으면 얼마나 빠져들런지.


무대의 시작을 장식하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8번은 이번 무대를 가장 안정감있게 받쳐 줄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 무대의 유일한 장조 곡으로 시작하면서, 심지어 우아한 아름다움이 물씬 느껴지는 작품을 선곡했다. 이후에 예정된 단조 곡들과 조성을 무너뜨린 곡과 달리 고전시기의 작품들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안정감과 평화로움, 절제된 감정의 조화가 얼마나 편안하게 와닿을까. 다만 좀 흥미로웠던 건 왜 다른 소나타가 아니라 8번을 선택한 것일까 하는 점이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에서도 유명한 5번, 9번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지만 8번도 정말 좋은 선택인 것 같다. 특히 계절감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좋다. 완전히 5번을 위한 계절은 아직 아니니까.


외젠 이자이의 슬픈 시, 생상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모두 단조 곡들이다. 그런데 단조 곡들이면서도 서로 다른 분위기들을 충분히 연출할 곡들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슬픈 시는 정말로 바이올린에서 느낄 수 있는 폭발할 것 같은 감정과 열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아름답지만 슬픈 게 무엇인지를 딱 느낄 수 있는 이 곡. 이전에 클라라 주미 강의 연주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은 이 일련의 정서들을 어떻게 전달할 지 궁금하다. 이수빈은 아직 매우 젊은 연주자이긴 하지만, 네 살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국제 무대들을 거쳐온 연주자이니 그가 보여 줄 감정들은 풋내나는 무언가가 아닐 것이라 기대한다.


대미를 장식할 생상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또 어떤가. 외젠 이자이의 곡이 바이올린의 선율에서 감정을 풀어내는 곡이라 한다면, 생상스의 작품은 바이올린의 선율이 그려내는 한 폭의 그림이 연상되는 곡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낭만적이고 시적인 선율들이 빠른 리듬감을 타고 쉼없이 연주되는 동안 그려지는 그림은 선명한 색채감으로 그 그려진 대상을 분명히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은은하고도 몽환적인 느낌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변화무쌍하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일관되게 도회적인 느낌이 묻어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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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프로그램 네 곡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서로 다 달라서,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이 이번 무대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이렇게 선정하게 된 것인지 너무도 궁금해진다. 물론 그만큼 다양한 곡들을 본인이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정말 선곡에서부터 마음이 뺏기는 무대인 것 같다.


이렇게 놀라운 무대를 꾸미게 될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은 이번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악기 후원으로 이탈리아 고악기인 크레모나의 1794년산 주세페 과다니니로 연주할 것이다. 악기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정말 많은 것을 말하기는 한다. 그 오래되고도 귀한 과다니니가 이수빈의 손을 만나 어떤 선율을 들려줄 지 기대가 크다. 피아노 연주를 함께 할 피아니스트 박진형과의 합 역시 궁금하다. 우리나라 음악계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두 연주자들의 무대, 다가오는 3월 7일 금호아트홀에서 있을 예정이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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