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도서]

나의 모난 모습과 마주했다.
글 입력 2019.02.2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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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그 자체였다.


습관처럼 들락거리던 리디북스에서 결제를 하고, 책을 다운로드 받을 때까지만 해도 이 책과 이렇게까지 사랑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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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이 주체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데에는 부모와의 투쟁이 꼭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심히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온 동생 덕분에 나는 자연히 '모범적인 큰 딸'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힌 채 자라왔다. 부모님이 그다지 강압적인 성격이 아니심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스로가 부모님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강박감에 시달렸다. 그러다가, 스무 살이 넘어서도 계속해서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내 모습을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의 감정이 곧이 곧대로 나의 감정으로 이어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문득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부모님 모두 해외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전무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대학생이 되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여행자금을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갈 수가 없었다. 나 혼자, 부모님도 겪어보지 못 한 새로운 세계를 나 혼자 느껴본다는 것이 커다란 죄책감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작년에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갔는데, 여행 첫 날 밤 침대에 누워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나 혼자 무언가를 누린다는 것은, 커다란 사치처럼 느껴졌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나 혼자'만 더 넓은 세상을 살아가도 되는 것일까. '내가 감히' 행복해도 괜찮은 것일까. 나에겐 그 밤의 푹신한 침대조차 사치로 느껴졌으니.


모든 관계에는 선이 필요하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도 예외란 없다. 넉넉하지 못 한 환경 속에서도 나에 대한 지원만큼은 아끼지 않던 부모님의 마음은, 오히려 나에게 커다란 돌이 되어 날아왔다.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씩 덜어내는 연습 중이다. 생각해보면 부모님은 나에게 그런 부담감을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여행을 기뻐했고, 나의 새로운 도전 하나하나를 전부 응원했다. 온전히 나의 마음 가짐의 문제였다.



성장하면서 하나씩 깨닫는다.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며, 세상은 불합리와 불의로 가득하다는 것. 추한 것들과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이 그 반대보다 훨씬 많다는 것. 가난은 불편함과 동시에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는 것. 이처럼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에 대한 반응이 염세로 빠져버리면 더욱 나빠질 일만 남는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아예 대화를 하지 않게 되듯, 변화에 대한 희망이 없으면 세상에 대한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게 되므로.



내가 그랬다. 너무 일찍 부익부 빈익부를 깨달아 버렸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내가 뭘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강했으며, 이제는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나의 소속감에 무력함을 느낀다. 여러 번의 기회들을 놓쳤고, 한 번은 정말 원하던 분야였음에도 '내가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취직의 기회도 날려버렸다. 변화에 대한 희망 따윈 없었다. 물 흐르듯 살아가는 것이 편했고, 그래야 나중에 실망할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변화를 맞이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값비싼 깨달음을 얻었으니, 그 때의 절망감은 좋은 경험이었을까.



내 인생은 롱테이크로 촬영한 무편집본이다. 지루하고 구구절절하게 느껴진다. 반면 다른 사람의 인생은 보정된 편집본이다. 그래서 멋져 보이는 것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나는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인데 이는 달리 말하면 소소한 행동 하나로도 기분이 다시 좋아질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는 뜻이다. 사람이란 참 간사한 게, 저렇게 누군가 말해줘야 '남들도 서로 다른 고충을 안고 살아갈거야.'라고 깨닫는다. 그러니 SNS 속 화려한 삶들에 주눅 들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것. 이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대인관계로 인해 어려움을 느낄 때면 오늘처럼 책을 집어들게 된다. 공감하는 문장을 대할 때면 마음 깊숙한 곳에 소중히 모셔 두고, 나의 모난 모습과 정통으로 마주하게 하는 문장은 약간의 심호흡 후에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한다. 사람의 천성은 바뀌지 않는다고 하지만, 좋은 책을 통해 꾸준히 주입식 교육을 받다 보면 조금씩 변화할 수는 있지 않을까. 작심삼일도 꾸준히 반복되면 결국 원하는 결과를 이룰 수 있듯이 말이다.



[유다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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