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난생처음 중동 여행 (2) : 이집트 카이로 탐방기 [여행]

글 입력 2019.02.2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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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두바이 공항에서 카이로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곳에 오기 전, 한국에서 간단하게 아랍어 공부를 했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지어준 이름 Nesma를 사용 해봤다. 산들바람이라는 뜻의 이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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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물러 봄을 맞고 싶었다. 나무와 꽃과 청량한 강이 있는 곳에서 내가 사람인지 바람인지 모른 채 살고 싶었다. 부끄러움을 아는 존재를 만나고 싶었다.”

최진영 작가의 <<해가 지는 곳으로>> 속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날이다.



카이로에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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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 거의 모든 사람의 버킷리스트에는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보기’라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는데, 구글 지도를 켜고 위치 인식을 켰을 때, 내가 카이로에 있다고 찍히는 것을 보고 나서도 이집트에 있다는 것이 와닿지 않았다. 나는 이집트에 무엇을 기대하고, 이집트는 나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면서 어서 빨리 햇빛 아래의 카이로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안달이 났다.



바하리야 사막


이집트에서의 첫 일정은 사막투어이다. 별과 모래바람을 느끼고, 자연의 침묵을 들어보고 싶었다. 같이 온 친구 중 두 명이나 <어린 왕자>를 들고 왔다. 이들의 낭만에 감동했고, 나는 우리 마음속의 어린왕자가 영원히 늙지 않은 채로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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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으로 향하는 길. 오랜 시간 차를 탔지만, 기분만은 상쾌했다. 배경에 있는 산 위에 ‘HOLLYWOOD’라고 쓰여 있어도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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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사막 드라이브. 차창을 내리고 강한 바람을 있는 그대로 맞아 봤다. 사막에는 인간이 내는 것을 제외하면 어떠한 소리도 없고 어떠한 냄새도 없다. 넘치는 ‘유’의 세계에서 ‘무’의 공간으로 넘어오니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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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Dessert, White Dessert 등등… 사막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해 질 녘 우리는 광활한 사막 끝자락에 자리를 잡아 불을 지피고 텐트를 쳤다.

어서 빨리 별이 보고 싶었던 나와 내 친구들은 춤을 추고 떠들고 웃으며 하늘의 반짝임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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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 텐트 완성. 기사 아저씨들의 솜씨가 대단했다. 가스레인지도 조립하고, 전등도 밝혀줬는데, 이들과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함을 느꼈다. 한 아저씨가 자신의 한국 이름은 갑수라고 말해줬다. 누가 지어줬는지 참, 작명센스가 대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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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저녁을 먹고, 모닥불 주변에서 도란도란 얘기 하다 우리는 텐트에 누워 머리만 내놓은 채로 별을 구경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행복하다. 별빛을 눈에 담으며 언제 잠든 지도 모른 채 스르륵 잠이 들었다. 언제나 다음 생이 있다면 강가에 깔린 돌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때 잠깐 별로 태어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마 꿈이었겠지, 정말 별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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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일출을 보고, 우리는 사막을 떠났다. 아마 평생 다시 오기 힘들겠지.

사막의 그 묵묵함에 감사했다. 안녕, 사막, 마앗살라마.


(3편에서 계속)


[한선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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