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나는 4달동안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였다.

나와 아트인사이트 이야기
글 입력 2019.03.0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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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에디터를 지원하고 합격 메일을 받았을 때, 나는 내가 아트인사이트라는 공간에 대해 이 정도로 애착을 갖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그저 내가 관심있는 공연에 초대되고 매주 한편의 글을 정리하는 것 정도를 생각하며 에디터 활동을 시작했다.

 

생각할수록 참 신기한 일인 것 같다. 누군가와 오프라인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닌 노트북 앞에 혼자 앉아 타자를 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4달이 지난 지금 아트인사이트는 내게 누군가 함께하고 있는 것 같은 든든함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는 마지막인 이 글을 '아트인사이트' 그리고 그 안에 있었던 '나'를 주제로 쓰는 것에 괜한 의미 부여를 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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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나보다 한 기수 먼저 에디터 활동을 하고 있던 내 친구였다. (그 친구는 세상을 항상 가사로 바라본다.) 같은 대학교 어쿠스틱 밴드 동아리를 6년째 함께하고 있는 그 친구는 나랑 참 잘 맞는 친구다. 성격적으로도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 친구지만 분야만 조금 다를 뿐 문화예술 산업에서 일하고자 하는 같은 꿈을 꾸는 유일한 친구이기도 하다.


평소 SNS 활동을 잘 하지 않던 그 친구는 작년 여름부터 인스타그램에 어울리지도 않는 이상한 글들을 게시했다. 도대체 뭐 하는 거냐 물어보니 그 친구는 아트인사이트라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사실 아트인사이트를 그때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니었다. 혼자 문화생활을 자주 하던 나는 작품 하나를 보고 난 뒤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찾아보곤 했다. 그리고 아트인사이트도 그러한 사이트들 중 하나였다.


종종 방문하던 사이트에 독자가 아닌 에디터로 글을 쓰는 친구의 모습이 조금은 멋있어 보였고, 한편으론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친구가 나보다 앞서 나가는 것 같은 옹졸한 생각도 들었다. 때마침 새로운 에디터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시험공부도 제쳐두고 지원서 쓰는데 몰두했다.


*


그렇게 시작하게 된 에디터 활동은 생각보다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생각 이상으로 나에게 좋은 순간들을 만들어주었다. 처음 나의 글에 대한 조회 수를 확인했을 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숫자에 놀라 친구에게 이거 제대로 나온 거 맞냐 물어본 것이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기에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이 생겼던 순간이었다.

또 내가 쓴 오피니언이 처음 헤드라인에 올라갔을 때 그리고 포털사이트에 게시되었을 때도 기억에 남는다. 누구에게나 그랬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누군가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물어본다면 아마 나는 주저 없이 '문화 초대'를 말할 것이다.


*

 

문화 초대는 나의 문화생활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닌 함께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뮤지컬이나 연극 같은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해'라고 말하면 '공연 보는데 돈 많이 들지 않아?'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런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에게 나는 선뜻 같이 공연을 보러 가자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내 생각에도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것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공연 날짜를 기다리면서 어떤 점이 기대되는지 혼자 상상할 수밖에 없었고, 공연을 보고 난 뒤에도 마찬가지로 홀로 그날의 공연을 떠올려야만 했다. 물론 문화 초대로 공연을 보더라도 여전히 혼자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공연 전후의 시간을 기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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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기 전 누군가의 프리뷰를 읽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리뷰를 살펴본 뒤 나만의 감상에 젖는 것은 내가 문화예술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이 되었다. 나와 같은 공간에 앉아 같은 공연을 봤을 그 사람의 글을 들여다보는 것은 영화를 한편 다운받아 본 후 그에 대한 리뷰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문화 초대로 다녀온 공연의 티켓이 쌓이는 것과 함께 누군가의 글이 익숙해지면서 그 사람만의 독특한 표현방식을 보게 되면 괜히 반갑다. 또 같은 공연을 보고 비슷한 생각을 써내려나가는 누군가의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문화 초대가 나에게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작품에 대한 한편의 리뷰에서 큰 힘을 얻었던 나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8년은 나에게 무척 바쁜 한 해였다. 아르바이트, 학교 공부 그리고 개인적인 일들까지 겹치면서 나에게 소중한 친구들과의 만남을 조금 미뤄야만 했다. 어쩌면 조금이 아니었다. 모든 일들이 다 끝나고 연말이 되었을 때 나는 다시 연락하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로 그 친구들과 거리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2019년을 맞이하게 된 나는 올해 1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 초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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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이야기, 그중에서도 '친구'에 대한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무척 기대했었기에 재밌게 관람을 마쳤고 집에 돌아오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던 그런 작품이었다. 공연을 보고 나서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내 오랜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쓰지 않기로 했다. 먼저 연락하기조차 어색해져버린 친구들에 대해 글을 쓰는 게 바보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리뷰글에 작품에 대한 나의 감상이 아닌 그저 멋있고 일반적인 말들을 채워놓았다. 부끄럽지만 나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리뷰를 완전히 망쳤다.


리뷰 작성을 마치고 여느 때와 같이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던 중 한 에디터 분의 글에서 나는 내가 얼마나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당신의 가장 소중한 순간은 언제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었고, 그 안의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이라는 문장때문이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글을 읽은 뒤 나는 소중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연락이 된 친구들은, 어색해 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 달리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너무 오랜만에 연락해서 미안하다는 나의 말에 괜찮다고, 이해한다고 말해주었다. 우리는 늦게까지 안부를 주고받으며 예전의 추억들을 꺼내기도 했다. 몇몇 친구들과는 오랜만에 약속을 잡아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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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소통이다'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들어있을 것이다.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음으로써 하나의 문화를 제대로 즐기는 것', 에디터를 시작하면서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이렇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4달 동안 실제로 문화로 누군가와 이야기해보며 내가 느낀 '문화는 소통이다'라는 말의 의미는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지금 나는 그 말의 의미를 '문화를 제대로 즐기는 것'에 더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말하고 싶다. 다들 한 번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나의 생각과 감정들이 누군가와의 짧은 대화를 통해 바뀌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편의 글을 읽으며 내가 겪은 작은 변화는 아트인사이트를 그런 공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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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기고하는 것은 일기를 쓰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냥 일기가 아닌 예전 초등학생들이 주로 하던 공동 일기 말이다. 물론 나는 그런 종류의 일기를 써 본 적이 없다. 그때 나는 공동 일기를 쓰는 아이들이 유치하다고 느껴졌고 내 생각을 쓰는 일기를 왜 남들에게 보여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를 마무리 짓는 지금,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는 것 같기도 하다. 4달 동안 나의 생각과 감정을 한편의 글로 전달하고 또 같은 공간의 누군가의 생각과 감정을 그 사람만의 글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에서 많은 즐거움을 얻기도 나에게 있어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들을 만들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트인사이트가 나에게 가지는 의미를 정리하니 지나온 나의 글들도 누군가에게 어떠한 변화를 주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만약 그 변화가 긍정적이라면 한 명의 에디터로서 무척 기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러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문화리뷰단을 통해 앞으로 내가 아트인사이트에서 만나고 만들어낼 또다른 변화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현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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