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영영 살아있는 ‘마음’을 위해

글 입력 2019.02.27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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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아트인사이트(ART insight)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신가요?


 

음,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뻔하디뻔한 자기소개부터 해야 할까요?

 

굳이 그렇게 하자면 저는 아트인사이트의 15기 에디터로서 4개월간 활동했고, 이젠 그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알리미로 새로운 활동을 하게 되었지만요!) 지금껏 무수히 많은 글을 썼지만 경어체로 쓰는 건 처음인데, 이번 글이 에디터로서의 마지막 글이라 그럴까요. 존중의 의미를 담아-저 스스로와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경어체로 쓰고 싶어집니다.

 

우선, 작년의 저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작년의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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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많이 방황했습니다. 결석 한 번 없이 꼬박꼬박 강의를 듣고 과제를 제출하고 시험을 봤으며, 저녁마다 알바를 뛰고 여름방학 또한 자격증 공부와 알바에 통째로 바쳤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작년의 저를 방황했다고 말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일을 하는 와중에도 불안했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친구들은 학회에 가입하고 스펙을 쌓거나 고시 준비에 열심인데, 나는 이대로 학교만 다니다 졸업해도 될까? 취직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지요.

 

부끄럽지만 아트인사이트와의 만남도 ‘뭐라도 더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관련 카페를 들락거리다 이루어졌습니다. 대외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가지 않는 일은 도무지 하고 싶지 않은 이상한 욕심이 있는지라, 어디든 선뜻 지원하기가 망설여졌는데 아트인사이트는 공고를 보자마자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거다! 난 이것을 위해 지금까지 기다렸구나!


 

생각보다 많은 지원서의 질문에 잠시 주눅도 들었지만, 공강 시간에, 쉬는 시간에, 나만을 위해 쓰는 밤 시간에 차근히 작성해나갔고, 몇 번이나 검토를 한 후에 제출했습니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할 만큼 너무 솔직했나 싶어 걱정도 되었는데, 다행히 진심은 배신하지 않더군요.

 

그렇게 아트인사이트의 일원이 된 이후, 꼬박꼬박 오피니언을 쓰고 문화초대는 욕심껏 많이 받았습니다. 과제 시즌과 시험기간에는 힘에 부칠 때도 있었지만,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야 하고 힘들지 뭐, 라는 신념 덕분인지 그렇게 했습니다. (그래도 받지 못해 아쉬운 초대가 더 많습니다. 특히 12월에요!) 저는 유독 도서 초대를 많이 받은 편입니다. 그 시간, 그 장소에 꼭 가야 하는 공연이나 전시에 비해 편하게 즐길 수 있고, 또 책장에 책을 꽂아두고 뿌듯해하는 요상한 취향 때문일까요.

 

또 사설이 나오네요. 아무튼 오피니언과 각종 프리뷰/리뷰를 쓰고, 다양한 도서를 읽는 생활이 반복되던 때, 휴학을 하며 본격적으로 진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엇을 하든 알찬 휴학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인턴을 해야 할지, 자격증을 따야 할지, 어학연수라도 가야 하는 건지 등등 결론은 쉽사리 나지 않았습니다.

 

큰일입니다, 자칫하면 또 방황을 하게 생겼으니까요. 그러다 어김없이 이번 주 오피니언을 쓰고, 문화초대로 받은 도서를 읽고, 그 리뷰를 쓰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 맞다. 나 글 쓰는 거, 책 읽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달려가기만 하던 생활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것들입니다. 맞아요, 난 글 쓰는 게 좋아서, 책 읽는 게 좋아서 한 치의 고민 없이 국문학과로 진학했는데, 왜 정작 대학에 온 이후에는 그걸 몰랐을까요. 취미생활인 글쓰기는 쭉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과제로 던져지는 문학작품과 리포트에만 묻혀 진정한 ‘읽고 쓰기’의 즐거움을 잊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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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밝혀지니 그제야 할 일이, 하고 싶은 일이 보였습니다. 방황을 멈추고, 계획을 세울 자신이 생겼습니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후회 없이 도전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도 차고 넘치는 의미가 담길 휴학생활이 될 것이란 사실에 더없이 기쁩니다.

 

아트인사이트는 제게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 눈을 밝혀주고, 잊고 살았던 ‘나’를 깨우쳐주었다고 말한다면 너무 과장일까요. 하지만 사실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일주일에 한 편씩 꼬박꼬박 기고를 하고, 문화초대가 아니었으면 존재도 몰랐을 다양한 도서를 읽고, 또 집순이로 살며 학교-집 루트의 무한반복이던 일상에 신선함을 가져다주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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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지 않는 문화는 없습니다. 모든 게 신선하고 새로웠으니까요!)

    



특정한 시기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자신의 최애곡이 있다면 어떤 노래일까요?


 

때로는(어쩌면 자주) 현실에 지쳐 마음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전 스스로가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주변인들 또한 저를 그렇게 평가해주지만 작년의 저를 ‘방황’이라고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것을 보니 높은 자존감에 비해 마음을 많이 외면하고 산 모양입니다.

 

마음이 단단할 때든 여릴 때든 관계없이 가끔씩 마음이 훅, 하고 건드려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거창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날, 별거 아닌 일에도 그럴 수 있으니까요.

 

전 그랬습니다. 작년 봄, 알바를 마치고 늦은 밤 버스를 타고 돌아가다 노래 한 곡에 순간 울컥했어요. 늘 가던 길, 항상 타던 버스에 평소에도 자주 듣는 노래였는데 그땐 왜 그랬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때의 내가 많이 지쳤었구나, 라고 추측만 할 뿐이지요. 그래서 제목부터 ‘마음’인 노래의 가사가 제 ‘마음’을 후벼 팠던 걸까요.



  


나를 알아주지 않으셔도 돼요

찾아오지 않으셔도

다만 꺼지지 않는 작은 불빛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영영 살아있어요

 

아이유 <마음> 中


 

이 노래를 듣던 그날, 그 순간이 잊히지 않습니다. 겨울이 물러간 날씨는 따뜻했고, 1111번 버스는 한적했으며, 고대병원 앞 정류장을 지나고 있었고, 저는 가방을 끌어안고 창밖을 바라보다 들리는 가사에 멍해졌습니다. 제 마음은 ‘반짝 살아있’고, ‘영영 살아있’는데 저는 ‘알아주지 않’고, ‘찾아오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정말 미안하게도요.

 

꼭 이 일만이 계기는 아니지만, 그 이후로 가수의 모든 노래를 찾아듣다 작년 11월 콘서트를 가게 되었습니다(아직도 티켓팅 어떻게 뚫었는지 의문입니다...). 서토콘이라 불리는 서울 토요일 콘서트였는데, ‘마음’은 앵콜도 아닌 앵앵콜 중에서 거의 마지막에 불렸습니다. 그때 가수가 한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마음’은 훗날 제가 죽었을 때(아아- 그런 말하지 말라는 팬들의 탄성), 아니아니, 살 만큼 다 살고 늙어 죽으면(^^;), 그때 기억되고 싶은 곡이에요. ‘아이유’하면 ‘마음’ 이렇게.”



실제로 ‘마음’은 가수의 자작곡입니다. 자작곡은 많고 많지만 그중에서도 ‘마음’은 유독 아끼는 곡이라는 걸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그때 그 순간의 저에게 울림을 준 힘은 거기서 나왔던 것이겠죠. 정성을 다해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만들던 ‘마음’ 말입니다. 그렇게 ‘마음’은 가수뿐만 아닌 저에게도 최애곡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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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 많은 만큼 안티도 참 많은 가수이지만, 수많은 관객 앞에서 가수는 말했습니다. 지금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는 인생이 정말 행복하다고요. 실제로 무대를 보는 내내 저도 행복했지만 무대를 하는 가수가 너무 행복해보여서 자꾸만 웃음이 실실 났습니다. 동시에 스스로 행복하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서 부럽기도 했고요.

 

저는 가수처럼 유명인으로서의 삶은 살지 못하지만,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르다보면 비슷하게 행복해질 수는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행복의 질량에는 비교가 없으니까요.

 


아, 그래도 제법 행복한 것 같아!


 

언제나처럼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간다 해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무조건적인 착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어서 잘 살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정말, 진짜로요. ‘마음’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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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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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심호선
    • 마음이라는 곡 저도 많이 들어요. 마음 의성어로 표현한게 너무 인상깊고 아이유님의 음성이 더해져 날 알아주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나는 반짝 살아있어라는 말이 슬프지만 듣는 이로는 치유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만큼 특별한 곡인 것 같아요:)
    • 1 0
    • 댓글 닫기댓글 (1)
  •  
  • 당근J
    • 2019.02.28 14: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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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고
    • 심호선제가 좋아하는 곡을 함께 좋아해주신다는 것 너무 좋네요 :) 노래는 역시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그래서 항상 이어폰을 놓지 못하는 건지ㅎㅎ 오늘 하루도 좋은 날이 되시길 바라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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