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를 비추는 이야기, 영화의 심장소리 [도서]

글 입력 2019.02.28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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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심장소리2-표지-인쇄판2.jpg
 

영화를 볼 때의 마음은 두 가지이다. 할 일이 없어 심심할 때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나, 무언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한 만큼의 재미와 감동이 느껴지지 않아 실망스러울 때도 물론 있지만, 가끔 어떤 영화들이 주는 잔잔한 감동이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나는 그것을 좋은 영화라 기억하고 간직한다.


진입장벽이 낮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분야이기에 다양한 해석과 평론이 잇따르는 것이 영화다. 같은 영화라도 많은 이들이 보고 느끼고 말하는 것이 달라 흥미롭고, 영화를 볼 때만큼이나 해석과 제작 과정을 찾아 읽는 것도 큰 재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영화 속 인물에 나를 대입해 볼 때이다.



리틀 포레스트.jpg



내가 그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그 인물의 선택을 존중할 수 있을까. 공감이 간다면 응원을, 그렇지 않다면 인물의 입장을 좀 더 고민해보는 과정에서 영화를 통해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순간도 돌아보니 꽤 있었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미 너무나 유명한 영화 <빌리 엘리어트>, 작년 이맘때 쯤 봄을 더 가까이에서 느끼게 해주었던 <리틀 포레스트> 등이 그랬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일상에서 영화 속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리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고 생각했던 때, 나는 어쩌면 책의 제목처럼 영화의 심장소리를 들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좋은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해석이 까다롭고 겹겹의 장치로 둘러싸인 예술성으로 무장한 영화들도 좋지만, 때로는 나에게 안식과 활력을 주는 영화로 삶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책에 소개된 영화들은 그래서인지 친숙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나의 삶과 관련지어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갈 힘을 선사해줄 것으로 기대되어 언젠가 꼭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작품들도 있었다.

  


우리 인생에 깊은 만족이란 끝내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인정해야 할까보다.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눈이 부시게 풀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지나간 것은 아름답다고, 모두가 '화양연화'였다고, 조금은 과장되게 기억하여도 좋으리. 그리고 오늘은 그저 담담하게 또 하루를 살면 되는 것이다.


- p. 126



화양연화.jpg
 

  

이런 작품을 소개하는 작가의 글은 따뜻하고 포근했다. 마치 옆에서 누군가가 자신이 보았던 어떤 좋은 영화의 후기에 본인의 근황을 곁들여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허물없이 자신의 삶과 가족, 일상에 대해 털어놓다가도 영화의 어떤 메시지가 좋았고 마음에 들었는지 말해주었다. 자연스레 읽는 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내가 보았던 같은 혹은 다른 영화의 소감을 저자와 나누며 위로받게 되었다.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더라도,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이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한 차례 깊게 나눈 듯 한 기분이 몸에 좋은 차를 마신 것처럼 맑고 개운했다.

 

영화의 심장소리가 영화를 기대하게 된 나의 것인지, 그로 인해 깨달음을 얻은 작가의 것인지, 작품이 지닌 생동감과 활기에서 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세 가지 모두에 해당된다면 더없이 훌륭한 작품일 것이다. 책을 덮고, 영화가 사랑과 우정, 행복을 말하는 동안 나의 경험과 감정들에 가까이 닿을 수 있었던 작품들을 헤아려보았다. 더 깊고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울림을 주었던 작품들.


다시 한 번 그 영화들이 보고 싶어졌다. 인상 깊었던 어느 구절을 소개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한 것이 고귀한 것”이라는 헤밍웨이의 말을 기억하며, 과거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점이 있다면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자. 그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 p. 230


        




영화의 심장소리II

 

 

지은이 : 김은경


출판사 : 따스한 이야기

 

분야

예술/대중문화

 

규격

신국판 변형(152×225)

 

쪽 수 : 242쪽

 

발행일

2019년 1월 28일

 

정가 : 13,000원

 

ISBN

979-11-85973-43-2(03800)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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