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아름답고도 추악한 섬, ‘하거도’ [공연]

글 입력 2019.02.2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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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거도_포스터(원본).jpg
 
 

 

Prologue.



나는 섬에서 나고 자랐다. 사실 섬이랄 것도 특별히 느끼지 못하며 자랐는데, 그 까닭은 아마 내가 태어났을 때는 내 고향 섬도 많은 도시화를 겪은 이후였기 때문일 것이다.


육지의 도시만큼은 아니지만,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이 갖추어지고 간척지를 늘려 섬의 안쪽에서는 물을 보기도 쉽지 않아진 90년대 후반. 섬이 육지의 지역과 이렇듯 흡사한 모습을 지니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다리 건설이 큰 몫을 했다.


섬의 지역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폐쇄성’이 옅어진 것. 과거에는 이 폐쇄성이 사람들의 정서와도 연결되어 (당시에 살아보지 않아 직접 보고 들은 바는 없으나, 지역 어른들의 말씀에 의하면) 외부 사람을 많이 꺼려 했다고 한다. 육지에서는 섬사람이 외딴곳에 사는 시골 사람으로 보이지만, 섬에 들어오면 육지 사람은 경계할 필요가 어느 정도 있는 외부 사람 즉, 이방인이었다고.


그러자 가상의 섬 하거도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을지, 그들이 마주한 커다란 사건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 섬에서 들린 비명과 시신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Synopsis.



목포에서 뱃길로 6시간 반이나 떨어진 섬 하거도는 정부 주도 하에 공업도시로 개발되어 모두달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렇게 유토피아가 된 섬에서 6개월 동안 삼백여 구의 시신이 떠오르자 사람들은 불안에 떨며 그 원인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1964년에 발전소 하나가 세워졌다. 이곳은 이름만 발전소인 거대한 수용소다. 그곳은 범죄자들을 데려다 강제로 노역을 시켜 그 이익을 관리자들이 가로채는 조직이었다. 이익이 늘자 일부 관리들은 수감자들을 범죄자에서 일반 시민으로 늘려 강제 노역에 참여시키고 조직은 이를 숨기기 위해 더욱 잔인한 수감 방식을 취하는데...


한국 땅의 그 누구도 알지 못한 존재들이 가득한 곳, 들리지 않는 비명이 끊이지 않는 곳.


그곳은 아름답고 눈부신 섬 하거도이다.

      

   

하거도_홍봇사진 (2).jpg
 
 

 

섬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섬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이전에도 많았다. 영화 <실미도>, <섬, 사라진 사람들>, 소설 <당신들의 천국> 등이 그랬다. 이 작품들은 육지와의 왕래가 뜸한 가상 혹은 실존하는 섬에서 벌어지는 한 사건에 대해 다룬다.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믿기 힘든 이야기들. 일반인에게 강제로 노역을 하게 하고 거대 수용소에서 자유와 인권을 박탈한 권력과 그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연극 <하거도>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과 인간의 다중적인 면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시대적 배경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비록 픽션이지만,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쳐 유신 독재 정권 하의 우리나라가 충분히 겪었을 법한 사회적 사건일 수 있음을 기억하며 극과 현실의 거리를 좁혀볼 수 있기를 바란다.


실제로 소록도에서 나환자 치료를 위해 존재했던 ‘갱생원’이나 부랑자들을 한데 모아 더 나은 생활환경을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이들에게 부역을 강제했던 부산의 ‘형제복지원’ 등을 생각해보아도 이 작품의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고립된 섬과 같은 우리 사회와 그 안에서 드러나는 다각면의 인간성"


1964년 하거도에서 발전소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한 건물은 사실상 거대 수용소이며 범법자들을 데리고 와 강제로 노역을 시켜 그 이익은 관리자들이 가로채는 조직이었다. 이익이 늘자 대상을 범법자에서 일반인으로 늘리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수감 방식은 더욱 잔인해진다. 사라지는 존재들, 절규를 묵살한 침묵, 혼돈을 포장한 정돈으로 쌓여진 섬 하거도 안에서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몇몇 사람들과 인간의 권리를 빼앗긴 다수의 사람들이 공존한다. 피해자인 다수의 사람들조차도 선택의 갈림길 앞에서 스스로 인간이길 포기하곤 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잔인함과 나약함에 대해, 그리고 이 사회와 개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하거도_상세정보.jpg
 


하거도

-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

 

일자

2019.03.08 ~ 03.17

 

시간

화-금 20:00

토 15:00, 19:00

일 15:00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티켓가격

R석 40,000원

S석 30,000원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작

극단 작은신화

 

관람연령

만 16세 이상

 

공연시간

110분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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