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읽어보자. 당신이 지구인이라면. - 우먼카인드 Vol.6 [도서]

근데 인류세가 뭐지?
글 입력 2019.02.28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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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환경 변화는 매우 심각한 상태다. 우리는 지구 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기후, 수문학, 생물의 다양성, 농업까지 변화시켜 수백만 명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인간이 초래한 이런 새로운 양상의 지구를 ‘인류세(Anthropocene)’라고 한다.

34, 35쪽




인류세? 인류세가 뭐지?


잡지를 읽는 내내 머릿속을 채웠던 의문이었다. 인류세? 나만 모르나? 나만 처음 들어봤나? 환경 쪽에 무지했던 내가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잡지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인류세, 이 세 글자가 내게는 너무나 낯설었고, 이 잡지의 독자 중 나 같은 낯섦을 느끼는 독자는 몇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당장 노트북을 켜고 인류세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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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네스코에서 발간한 <유네스코 뉴스> 9월호에 따르면, 인류세는 지구의 지질시대 중 한 세대를 이르는 말이다. 현생누대 신생대 제4기, 더더욱 낯선 말이었지만 내가 딛고 있는 땅의 역사를 나타내는 말이라 하니 한 번쯤 더 곱씹게 되었다.

신생대 제4기 중에서도 현재의 세대는 ‘홀로세’라고 칭한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 인류가 탄생했을 때부터 현재까지를 이르는 말로, 지구(45억 세, 행성)님의 일생에 비하면 발톱 때만큼도 안 되는 짧은 시기다. 그러나 그 45억년 중의 1만년 중의 약 100년이 지구의 건강을 말도 안 되게 망쳐두었다. 전쟁과 산업화가 낳은 괴물은 인간만을 잡아먹지는 않았다.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지구까지 한 번에 망쳐버렸다. 이에 2002년 네덜란드의 대기과학자인 파울 크뤼천 교수는 홀로세를 뒤잇는 새 시대를 ‘인류세’로 칭하자 제안했다. 한 마디로, 인간이 지구에 생채기를 내기 시작하던 때부터 현재까지를 이르는 말이 인류세인 것이다.


우리가 곳곳에서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을 말하는 이유는 누구나 차별과 배제 없이 자기 삶의 지향과 목적대로 살고, 이를 서로 지지해야 하며, 그럴 때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모두’는 어디까지 포함할 수 있을까? 연령, 인종, 성적 지향, 지역, 종교, 장애 여부 등등이 떠오른다. 여기에 비인간-생명을 추가해본다.

65쪽


어떻게 보면 인류세의 시작을 알린 작은 포탄 하나, 플라스틱 조각 하나, 이를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공장 한 곳, 그 공장을 진두지휘하는 지휘관 한 명, 이 모든 세계를 창조한 사람들은 남성들이었다. 인류의 역사와 절친히 손을 잡은 채 동행해 온 가부장제의 피해자는 수도 없이 많지만, 한 번도 그 피해자의 범주에 지구를 포함해 본 적은 없었다. 에코 페미니즘(eco feminism)의 맥락에서 볼 때에도 여성이 가부장제에 억압당하는 구조와 인류가 지구를 파괴하는 구조는 놀랍도록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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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착취당해 온 역사를 아주 조금만 들춰 보자. 거창하게 ‘착취’ 내지는 ‘배제’, ‘차별’ 등의 단어를 쓸 필요도 없다. 인류의 역사라는 방대하고 두툼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누구인지만 따져도 답은 금세 나온다. 급진주의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XX염색체의 세계’는 판타지 세계관에서나 나올 법한 (심지어 백 년이 넘은 SF소설의 역사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참신성을 유지할 만한) 세상인 듯하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70억 인구의 반은 여성이 차지하고 있고, 남성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여성들도 어쨌거나 지구인이다. 지구 파괴의 책임이 남성에게 있느니, 여성에게 있느니 따위의 얄팍한 논쟁을 해보자는 의미는 아니다. 이미 인류세는 시작되었고, 이미 가부장제는 그 수명을 다 하고 겨우 한숨만 푹푹 내쉬며 간신히 맥을 잇고 있다.


나는 사회를 결속하고 다른 여성들(어머니, 할머니, 자매, 딸, 친구 등) 사이에 유대를 형성하는 존재, 아이를 양육하며 환경적 스트레스 속에서도 공동체를 강화하는 존재는 여성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환경 파괴에 따른 빈곤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보통 사회에서 소외되고 연약한 여성들이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자연재해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크며 식량과 물 부족에 더 큰 피해를 본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나 위기가 닥쳤을 때 강인함과 인내심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역시 여성들이었다.

40쪽


우먼카인드 6회는 “인류가 얼마나 지구를 망쳤는가?”를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들, 특히 여성들이 어떻게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는지 조명한다. 구원자로서의 여성, 어머니로서의 여성 등 그간 여성들에게 씌워졌던 수많은 선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주체적이고 현실적인 시선으로 여성들의 발걸음을 비춘다. 이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주체가 여성이라는 점을 파헤치며, 여성들의 도전과 모험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한다.

과학, 천문학, 비행, 그리고 환경운동. 이 명사를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나도 모르게 남성의 모습을 그렸다. 여전히 나는 갈 길이 멀구나, 생각했다. 우먼카인드 6호가 특별히 더 좋았던 점은 그 동안 여성의 카테고리에 쉽게 속하지 못했던, 아니, 여성이 쉽게 속하지 못했던 카테고리 속 여성을 비추었다는 점이다.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멋들어진 문장을 단순히 문장으로만 나열하지 않고, 실제 필드에서 활동하는 여러 직업군의 여성들을 찾아 이야기를 들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여성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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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화성을 지구처럼 만들자고 말하죠. 그렇다면 지구를 바꾸면 되지 않을까요? 이 땅에 있는 것들을 그만 망가뜨리면 되지 않나요? 화성을 바꾸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쉬울 텐데요.

90쪽


그렇다면 이제 정말 행동해야 할 때다. 아무래도 이번 생에 천문학자가 되어 화성에 ‘지구 마을’을 만드는 건 조금 힘들 듯 싶다. 그래서 이번 생까지는 텀블러 쓰기, 일회용품 줄이기, 열심히 내복 입기 정도를 실천하려고 한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그 용기가 환경 보호라고 적용되지 말아야 할 법도 없다. “너는 왜 매사가 그렇게 불편하고 까다로워?”라는 불평을 매일 같이 듣는 우리야 말로, 편리함을 되돌아보고 불편해하는 마음을 갖기에 최적인 인류세 인간들이 아닐까.


일상에서 누리는 편리함을 되돌아보고
불편해하는 마음이 시작이다.

(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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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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