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계 각국 여성들의 목소리가 담긴 <우먼카인드>

글 입력 2019.03.0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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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kind

Vol.6 지구인으로 살아가기




우주와 여성


어린 시절, 음악과 함께 나의 지대한 관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분야는 천문학이었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지만 암흑 같은 밤하늘을 밝히는 별의 아름다움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노란빛을 띤 달을 처음 보고 나선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찾아봤다. 우주 상공에 떠있는 달과 지구에서 바라본 달의 모습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빛의 속도로 가도 몇 백만 광년이나 떨어진 행성과 은하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에는 압도되었다. 지구는 탄생한 지 45억 년 된 행성이고 우주의 나이는 150억 년 이라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세월과 광활함 앞에 나의 존재를 견주어보기도 했다. 우먼카인드는 매 호마다 특정한 테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는데 이번 호의 주제가 바로 <화성과 지구인으로 살아가기>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여성들부터 우주비행사와 천체물리학자, 인공위성을 만들고 화성 탐사에 나설 여성들까지. 쉽게 접하기 힘든 여성들의 강인한 목소리가 차분한 어조로 이어진다. 그들의 철학은 물론이거니와 STEM계에 종사하는 여성으로서 겪은 경험담들은 인내와 도전정신, 희망으로 가득하다. 우먼카인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 이러한 필진과 글의 구성이다. 여성 단체에 소속된 인물 대신 다양한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는 일반 여성들의 기고글과 독자들의 수기에 지면을 할애한다. 지난 5호에서는 울프소셜클럽의 김진아 대표, 우리에겐 언어다 필요하다의 이민경 작가가, 6호에서는 황정아 연구원이 등장한다. 이들의 글은 국내의 이슈를 다뤄 호주에서 발행되는 잡지의 한국판이지만 번역 글과 함께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광고 대신 감각적인 일러스트로 페이지를 낭비하지 않은 부분은 잡지에 담긴 애정과 정성스러움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게 한다.



결국은 "페미니즘"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을 말해자보면, 이번 호의 핵심 주제인 에코 페미니즘 자체에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잡지에서 다룬 대안들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환경주의자들도 생태계 보호를 위해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자고 말한다. 그들도 기후 변화를 막을 방법으로 탄소 배출 줄이기, 플라스틱 사용 금지, 음식물 쓰레기 최소화하기, 화학비료 금지를 권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에코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반복할 필요가 있을까. 학자들은 2050년 이후로 인구가 100억 명을 돌파할 것이라 예상한다. 지구의 수용 범위를 넘어선 인구증가로 대기오염과 수질 오염, 토양 오염도 심각해지리란 결과는 자명하다. 게다가 인구 유지에 필요한 자원도 급속히 고갈되는 중이다. 인류가 발전할수록 육류 소비가 증가하는데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의하면 전 세계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의 14.5%다.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이산화탄소보다 24배 위험하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육식과 축산업으로 인해 물 부족, 야생지 파괴, 식량 부족 등 자연이 훼손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채식의 중요성은 점점 힘을 얻는 추세다. 만약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채식을 하면 2050년까지 267억 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즉,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대 반세기 내에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하는 셈이다. 원치 않아도 육식에서 채식 중심의 식습관으로 변경해야 하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여성주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자. 잡지가 다룬 에코 페미니즘은 자연이 소모 당하는 과정과 여성이 착취당하는 방식이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나 역시 전적으로 동의하는 명제다. 그런데 내가 의문이 드는 지점은 왜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더 주목하느냐다. 자연 파괴의 주범은 인간이다. 그리고 이런 인류의 증가에 동원되는 자원은 여성의 자궁이다. 인구 재생산은 전적으로 여성에게 매달려 명맥을 유지하니까. 다시 말해, 여성에게는 신과 다름없는 창조 능력이 있다. 동시에 인구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이 가진 고유한 권능을 우리가 온전히 통제하고 있나? 저개발국가와 선진국을 가리지 않고 인간이 국력이라며 여성 스스로 출산 기계가 되도록 세뇌시킨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4.7명이다. 국가 소멸 단계에 진입했다고 호들갑을 떠는 한국조차 1년에 태어나는 신생아의 숫자가 아이슬란드 국가의 전체 인구와 필적한다. 두말할 여지없이 남성과 남성 중심 국가를 위해 벌어지는 착취다.

오로지 인간의 편의를 명목으로 생산된 플라스틱과 각종 화학물질들이 환경을 황폐화 시킨다. 그래서 환경보호자들은 그 위험성이 인간에게 돌아온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연유로 일부 여성주의자들 또한 생태주의를 일상에서 실천하자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여성을 향한 착취 근절과 환경보호를 전제로 비출산은 고려하지 않는 걸까. 만약 모든 국가의 여성들이 임신 중단권을 쟁취하고, 절반이 비출산을 실천한다고 상상해보라. 이거야말로 여성과 자연을 동시에 지키는 진정한 에코페미니즘이 아닐런지. 비출산은 가장 평화롭고 간단하게 인구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인구 감소는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론 대부분은 경악하며 허무맹랑한 소리로 치부할 게 뻔하리라 생각한다. 내가 환기하고 싶은 점은 자연 파괴, 인종차별, 계급 차별 등 모든 억압은 성차별에서 야기된 결과라는 것이다. 남성이 여성을 지배한 역사에서 이룬 성공 경험을 다른 분야에도 적용하는 것뿐이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어떤 제도도 가부장제만큼 오랜 시간 피지배층을 상대로 기득권을 유지해온 전례가 없다. 기후 변화에 직격탄을 맞는 집단이 빈곤 여성이라는 사실도 여성의 낮은 사회적 지위와 성차별이란 원인에서 비롯된 결과다. 그렇기에 나는 에코 페미니즘이 어쩐지 변죽만 울리는 탁상공론처럼 느껴져서 공감하기 어렵다.


여성에게 권리를 부여하면 공동체와 사회 전체에 엄청난 혜택이 돌아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지역 경제가 지속가능하게 성장하고 인구가 안정되고 어린이의 건강과 교육 수준이 높아지지요. 여러 국가에서 공직자로 선출된 여성은 환경과 사회 입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요. 여성의 의사결정 참여는 기후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줍니다. 이를테면, 130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의회 대표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높으면 국제 환경 협약을 비준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p.55)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생태적 변화의 주역이 여성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칩니다. (p.55)


여성이 변화의 힘을 지녔다고 한들 그 파워를 사용할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 많은 여성들이 결정권자의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저 권력의 주체인 남성이 여성에게 정당한 권위를 하사하기만 기다려야 하는가? 권리는 가만히 앉아서 순번대로 분배 받는 보급품이 아니다. 결국 어떤 길을 걸어도 끝은 '페미니즘'이고 일상 속의 투쟁으로 돌아온다. 성차별의 구조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착취도 막을 수 없다고 확신한다.

또한, 고통받는 생명체에 연민을 느끼고 공감하는 건 평생을 비주류로 살아온 여성으로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페미니즘을 알고 나서 줄곧 생각한 여성들의 문제점은 정작 스스로에겐 그러한 연민을 느끼지 못한다는 거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데에 있어서만큼은 적극적으로 소홀하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해 고민하는 것을 반대하진 않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우선에 둘 것은 여성 자신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여성들은 지금보다 더 이기적이고 전투적이고 야심차도 괜찮다고. 이 아름다운 집단 이기주의가 결국은 세상을 바꾸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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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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