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도전! 철학입문 [도서]

글 입력 2019.03.03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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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로서의 철학”

철학은 어렵다. 학문으로서의 철학은 어렵다. 하나의 문장이 나오기까지의 이론적 배경과 그 이전의 계보에 대해 파악하고 있어야 단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다. 일상에서 바로바로 써먹기 위한 철학은 이 정도까지 알 필요는 없다. 저자 야마구치 슈는 50가지 개념을 소개하며 철학의 즉석사용법을 말한다.

우리는 말을 하기 위해 머릿속으로 하고 싶은 메시지와 어휘를 고른 뒤 내뱉는다. 반사적으로 말하는 경우도 많지만 보통은 지나온 경험, 존경하는 사람(혹은 미워하는 사람)의 말, 교육이나 상식을 참고하여 필터링을 한다. 즉 일상에서도 철학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철학의 쓰임새는 어디일까?


01 상황을 정확히 통찰한다
02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배운다
03 어젠다를 정한다
04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저자는 철학과에서 공부하고 컨설팅 업무를 맡으며 유용하게 써먹었던 개념들을 삶의 무기라 고 말한다. 대학교에서 복수전공으로 추천하는 코스 중에 하나가 경영+철학인 것처럼 철학을 고리타분한 학문이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응책으로 보는 것이다.

통찰, 비판적 사고, 어젠다, 반성이라는 네 가지 기능은 비즈니스나 학업의 목표설정 및 문제해결에서 유용하겠지만 먼저 추천하는 사용처는 자기성찰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발걸음을 내딛기 어려운 법이다. 예시 상황을 하나 말해보자면 타인으로부터 어떤 충고를 들었을 때, 그것이 맞는 말이어도 껄끄럽게 기분 나쁜 일이 있다. 훌훌 털어버리고 다른 일에 집중할 수도 있다. 대신 비슷한 상황이 또다시 생겼을 때 똑같이 기분이 상할 것이다.

“왜 내가 기분이 나빴지?” 이런 생각과 함께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철학, 혹은 철학적 도구이다. 쉽고 빠르고 간편하게 답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세상에는 좋은 말과 명언이 넘쳐나니 적당히 그들의 말 중 하나를 골라서 나의 질문에 대입하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얻은 쉬운 답, 남의 사고에서 비롯된 답은 설령 그것이 정말 옳은 답이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설득되지 않는다. 오래가지도 않고 정말 필요한 순간에 곧바로 떠오르지도 않는다. 나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자유는 책임을 요구하고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지만 내가 믿고 따를 수 있는 나의 답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답을 내기까지 사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사람, 조직, 사회, 사고라는 네 가지 컨셉으로 개념을 나눠 소개한다. 과정에 대한 맛보기로 각각 하나씩 뽑아 내가 사고하는 방식에 따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사람 : 니체의 르상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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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를 지지한 철학자 니체


첫 번째 컨셉의 첫 번째 철학자로 니체를 선택하고 이후에도 독일인들을 많이 다룬 것을 보면 저자는 독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철학의 도구화는 니체 사상과도 많이 부합되기도 하고 말이다.

책은 르상티망을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품는 질투, 원한, 증오, 열등감이 뒤섞인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하게 말하면 찌질함이다. 여기까지는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런데 니체는 여기에 더해 르상티망에서 비롯된 가치 판단의 역전까지 문제로 삼는다. 이게 왜?

꽃이 똑같아도 뿌리가 부실하면 향기가 없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의 ‘-한 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래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두 명의 비판이다.


외모에 대한 집착으로 병들어가는
개인을 위해 비판하는 사람

vs

잘생기고 예쁜 연예인처럼
되고 싶지만 아닌 체하며
그들이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다고 비판하는 사람


르상티망에서 비롯된 비판은 미적으로 나의 위에 있는 연예인을 외모지상주의 비판이라는 더 높은 가치의 힘을 빌려 끌어내리려는 짓이다.

상대가 나보다 강할수록,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더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상대의 약점이나 결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비난하고 행동 하나하나를 깎아내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가 잘못을 저질러서가 아니라 꼴보기 싫어서, ‘나는 이렇게 비참한데 네가 감히’라는 마음에서 울분을 토하는 것이 르상티망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공감할만한 위의 예시 외에도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서도 충분히 생길 수 있고 존경받는 인물에게로 향할 수도 있다. 남을 비난하기는 쉽지만 과연 나도 똑같이 행동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것은 어렵다.



조직 : 존 스튜어트 밀의 악마의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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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너를 깔꺼야. 아주 깔꺼라고


악마의 대변인은 원래 가톨릭에서 신앙인의 성자 등급 업을 위해 실시했던 제도였다. 그의 지난 행적에 대해 아주 작은 의문조차 남기지 않고 꼬투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잡는다. 경영을 공부하거나 토론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이미 익숙한 개념일 수도 있다. 만장일치의 오류나 집단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배치하는 반대파이기도 하다.

이것을 사용하기 위해선 구성원들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당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짜증날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에 왜 이 존재가 필요한 것인지 토론 도입부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개념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이해가 선행되지 않은 사용은 반감을 부르고 토론을 폭파시킨다.

다수의 의견에 용기 내어 반대하는 행위는 영웅적이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이 집단에 저항하는 것은 굉장히 큰 스트레스고 두려움이기 때문이다. 도태되거나 비난받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더 좋은 결론을 위해 나서는 사람은 자발적으로는, 드물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악마의 대변인이라는 제도로 구성원의 동의를 구하고 공신력을 획득하여 집단 내에서 그 사람을 공격할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


Always 캠페인 : Like a girl


사회적 요구로서 ‘여성’은 만들어진다. 2019년의 한국에서 실시간 공유, 확산 중인 개념이다. 이제는 누구든, 대놓고 여자는 이래야지 같은 말을 꺼내지 않는다. 아직까지 그러는 사람이 있다면 옆 사람이 툭,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말을 해’같은 말을 해줄 것이다. (없다면 자신의 인간관계에 대해 한번 고찰해보자)

세상의 상식은 옆 사람이 툭 치기처럼, 야금야금 그러나 확실히 바뀌어간다. 볼록한 가슴, 잘록한 허리, 풍만한 힙, (반드시) 화장한 얼굴, 날씬하고 긴 다리, 곱게 모아진 손과 무릎, 다소곳한 몸짓, 예쁜 웃음, 공격적이지 않고 다정다감한 태도, 모성애, 감정적인 성격 등 지금까지 교육받아왔고 미디어가 그려냈던 ‘여성’ 개념은 공격받고 있다.

누구도 여성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던 ‘여성’이라는 개념 속에서 누군가는 순진한 여학생이어야 했고 누군가는 몸매 죽이고 따먹고 싶은 동기였고 누군가는 시댁에 매일 전화하는 며느리여야 했고 누군가는 권력욕 넘치는 마녀라고 불렸다.

오늘의 새로운 여성은 희롱했던 선생을 고발하고 단톡방에서 몸평한 동기를 고발하는 학생이고, 딸 같은 며느리를 거부하고 더 높은 자리를 갈망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들은 기존의 ‘여성’에 물을 붓고 다른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사고 : 소쉬르의 시니피앙/시니피에


“그런 뜻이 아니라”
“너는 왜 그렇게 받아들이니”

우리는 저런 말을 들을 때 기분이 나빠진다. 이는 상대방이 당연히 나의 의도대로 이해해줄 거라는 불쾌한 믿음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의도를 알든 모르든 세상에 당연한 이해는 없다. 상대를 나의 의도대로 이해시키기 위해선 그만큼의 공들임이 필요하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서도 말은 쉽게 어긋난다. 이 때 빗나간 말의 의미를 시니피앙이라고 하고 그 대화에서 쓰인 문장 텍스트 자체는 시니피에라고 한다. 시니피에 하나에 여러 시니피앙이 담길 수 있고 이를 읽어낼 수 있는 역량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인간은 한평생 일치하는 대화를 나눌 수 없다. 문장 속에 숨은 시니피앙들을 일일이 까뒤집어 가며 대화를 나눌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다만 상대의 가치관, 교육 수준, 관심사, 배경 등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말해 친구나 가족일 경우엔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쉽게 의미를 나눌 수는 있다. 이미 공유하고 있는 시니피앙이 있을 것이고 새로 접하는 것도 상대의 맥락에서 유추할 수 있으니 말이다. 때로는 말하고 있는 당사자조차도 놓쳤던 의미를 꺼내어주기도 한다.

*

입문의 끝

세상은 언제나 살기 힘들고 내 입맛에 딱 맞는 조언은 없다. 철학은 결국 삶 속의 고민이고 철학자는 우리와 똑같이 이 세상을 살다가 떠난 인생 선배들이다. 누군가는 잘 살아볼 궁리를 했고 왜 삶이 힘든지 생각했고 어떻게 해야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들이 남겨준 유산을 잘 활용하여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다.

책 속 50가지는 저자가 영향 받았거나 주로 써먹는 것일 뿐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상가들과 그들의 사고방식이 존재한다.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고 싶다면, 내가 살고 있는 시대와 비슷한 상황의 시대/국가를 찾거나 나와 비슷한 삶을 산 사상가를 참고해도 좋다. 혹은 끌렸던 개념이나 명언 하나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아는 개념이 많아진다는 것은 세상을 해석할 수 있는 도구가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곧 나의 세상을 넓히는 또 하나의 여행이기도 하다. 하나의 사건과 한 명의 사람을 단일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면적으로 볼 수 있을 때 그에 대한 진실에 가까워진다. 철학이 당신의 삶의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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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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