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먼카인드 : 신념, 과학, 모험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도서]

글 입력 2019.03.03 12:0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우먼카인드06_입체.jpg
 

우먼카인드
VOL. 6 지구인으로 살아가기


지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뉴필로소퍼>와 <우먼카인드>를 만났었다. <뉴필로소퍼>는 놀이편에 이어(바로가기) 마침내 <우먼카인드>를 다루게 되어 기쁘다. 이것은 호주에서 먼저 발간된 것으로 담고 있는 메시지가 좋아 바다출판사에서 여성의 시선을 다루는 잡지를 새로 만들게 된 계기였다. 시기상으로도 2017년에 창간호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여성의 시선에 대해 궁금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은 흔한 말이 된 ‘남성의 시선’이 문제시되기 시작한 것이 먼 일이 아니었다. 작은 목소리들은 옛날부터 있어왔지만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논의가 되었던 것은 5년 안팎이다. 성적으로 훑는 의미의 시선 말고도,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본질이 아닌 남성적 가치에 따르는 것도 ‘남성의 시선’이다. 성폭행 사건, 승진 불이익, 일과 가정의 양립, 육아 등을 다루는 언론이나 이에 대해 말하는 댓글들은 당연한 듯이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었고 그 대상은 여성이었다.

사건 외에 교육은 어떨까. 명시적으로 행해지는 교육 외에 암묵적으로 가해지는 말들은 몸을 조신하게 오므리고 크게 말을 하지 말고 도전을 꿈꾸기보다 안정을 이루라고 했다. <우먼카인드>에서 소개한 천체물리학자인 황정아씨의 사례가 그래서 인상 깊었다. 어린 시절부터 과학에 조금 더 흥미를 가지고 실리적으로 물리를 전공으로 선택하고 실험실 PT에서 ‘공격적이어서’ 뽑혔다는 그녀의 말은 슬프게도 주위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형이기 때문이다.

상식이 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여성이 공격적이라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된다. 공격적인 남성은 정력적이고, 일에 대해 몰입하며, 카리스마가 있고, 사업을 하기에 적합하다. 여성이 공격적이라면 그녀는 안전과 화합을 해치고, 자신밖에 모르고, 독하고, 여성답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주위 눈치 볼 때 황정아씨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바람직한 덕목이겠지만 여성에게는 허들이 조금 더 높다. 불안정성이라는 공통적인 벽 외에도 주위의 시선과 내적강박을 이겨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남자들이 주로 하는데서 과연 괜찮을까?”

과학자라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이라면 성보다 능력으로 인정받은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별로 놀랍지 않게도, <우먼카인드>가 창간된 2017년에 “Top 10 Hottest Female Scientist”라는 제목의 기사와 영상이 공유되었다. ‘Hottest’가 왜 사이언티스트 앞에 붙어야 했던 걸까.


업로드용여과학자.JPG
섹시함으로 어필한 적 없으나 hot으로 기사화된 과학자들


우리는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업에 대해 선생님, 변호사, 검사, 판사, 의사 등과 마찬가지로 약간은 거리를 둔 존경을 보낸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능력이 있어서 저 자리에 올라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직업 앞에 ‘여’가 붙는다면 직업적 존중, 삶에 대한 존중 이전에 ‘여자’라는 표상이 갖고 있는 온갖 것들이 곧바로 따라 붙는다.

이들에게 이중고가 닥친다. 과학자를 성과 이전에 얼마나 hot한지 보듯, 선생은 능력과 함께 얼마나 다정한지가 중요하다. 변호사, 검사, 판사, 의사도 마찬가지이다. 여성에게 기대되는 성격적 특질을 자연스럽게 요구하면서 남자 과학자~의사에게는 하지 못할 말투와 행동을 취한다.

그래서 이번 호가 신기하고 재밌었다. ‘하면 안 돼’, ‘해도 될까’의 굴레를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자기 자신이 믿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환경 운동가, 우주 비행사, 위성 개발자, 화성 이주민, 소방 관리사 등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깊이 품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성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신념을 품고 선택하고 목숨을 건 모험을 하는 모습에 저절로 멋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모든 길은 누구나 걸어갈 수 있지만 아무나 행동하지는 못한다. 2019년의 한국은 이전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안 돼’보다 ‘돼’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라본다.


여성의 언어로 세상을 말하다

우먼카인드 편집부 엮음
172쪽 | 15,000원 | 180*245mm 
출간일 2019년 2월 1일


아트인사이트_리뷰단 명함.jpg
 

[배지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