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아파트 지하방에서 펼쳐지는 연극, <굴레방다리의 소극>

<사다리움직임연구소 20주년 기념 공연>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글 입력 2019.03.0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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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레방다리의소극_공연사진1.JPG
 


01 연극을 보러가다.



사실 이번 달에는 연극을 그만 보려 했다. 2월에 대학로 연극 두 편을 보았는데, 둘 다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해서 좀 피곤했다. (하나는 너무너무 웃겨서 웃느라 죽는 줄 알았고, 하나는 난해한 걸 이해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당분간은 연극 보는 것을 잠시 쉬거나, 보더라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산뜻한 줄거리의 연극을 보고자 했고, 시놉시스부터 무겁고 다크 한 기운이 풍겨져 나오는 이 <굴레방 다리의 소극>은 잠시 넘겨두려 했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미 며칠 전 홀린 듯 연극<하거도>를 신청해버렸기 때문에 (이 연극도 이해하는데 꽤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지금 와서 난해한 느낌의 연극에 몸을 사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맞아. 일단 보고, 이해하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한 대로 놔두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뒤늦게 연극을 신청했다. 게다가 곧 있으면 무지막지하게 바빠질 텐데 4월~5월쯤 돼서 놀고 싶어도 못 노는 나를 보며 그날의 나를 땅을 치고 후회할 날이 분명히 있을 거니깐..


아, 그리고 아주 결정적인 이유는 마침 입시를 막 끝낸 친구가 있어서 문화생활의 세계로 빠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빠트려서 허우적거리게 만들고 싶음) 이왕이면 연극으로 빠트려서 나와 같이 보러 다니고 싶다는 생각에 당당하게 연극을 보러 가자고 꼬드겼다.




02 연극을 보면서 눈여겨볼 점들



굴레방다리의 소극. 연극의 제목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굴레방'이라는 이름에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가 있다. 시놉시스에는 단순하게 서울 북아현동의 마을에서 유래된 동네로 소개되고 있지만, 나는 이것을 '굴레'+'방'으로 나누어 생각해보았다.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고립된', '방=외로운 공간'이라고 연상이 되어서 극이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일 것 같았다. 거기다가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소극'이란 단어가 합쳐져 '굴레방다리의 소극'이란 이름이 주는 느낌은 꽤나 역설적이게 다가왔다.


그리고 꾸며진 무대가 사진상으로 전체적으로 누렇고 어둡다고 느꼈는데, 아마 극중 배경인 서민아파트 지하의 쾌쾌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랑 계열의 소품으로 무대를 꾸미지 않았을까 싶다.



굴레방다리의소극_공연사진4.JPG



나는 지인과 같이 연극을 볼 때에는 창작극보다는 각색극을 더 선호하는데, 각색극은 이미 소설이나 영화 등 한차례 검증된 탄탄한 스토리로 진행되어서 어느 정도 '믿고 본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연극이 기대가 된다. 아일랜드 작가 엔다 월쉬의 <The Walworth Farce>를 21세기 지금 한국의 이야기로 각색한 작품인데, 한국의 이야기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북아현동', '마트', '아파트' 등의 소재가 사용된다. 이러한 배경들 덕분에 관객들로 하여금 극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고, 자신의 생활, 일상에 대입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극이 극중극(등장인물에 의하여 극 중에서 이루어지는 연극)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며칠 전 보았던 난해한 연극도 중간중간 배우들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동화 구연과 같이 작은 연극을 꾸려나가는데, 이 극중극 형식은 극의 입체감을 더하는 것은 물론이고 또 다른 상황에서의 배우들의 연기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좋다.


이 연극에서의 극중극의 의미는 그들 스스로 그들의 삶을 재현하는 데 있다. (짐작할 뿐이지만) 밝지만은 않은 그들의 과거 스스로 재현하면서 그들이 느끼는 회의감, 비참함은 엄청난 비극의 형태보다는  '웃픈', '웃우한(이건 내가 지어낸 말이다. 웃기지만 우울한)' 장면으로 표현될 것 같다.



 
03 연극에 대한 기대

기나긴 입시를 끝내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보는 연극이기 때문에 마냥 어둡고 울적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시놉시스만 읽어보면 고독한 한국 사회, 틀을 깨고 나가지 못하는 현대인! 이런 느낌인데 그래도 블랙코미디라는 형식이 자조 섞인 웃음을 주면서 마냥 수렁으로 빠지려고 하는 관객을 구해줄 거라 생각한다.



<시놉시스>


서울 북아현동(옛 지명: 굴레방다리)의 어느 허름한 서민아파트 지하.


아버지와 두 아들은 서울로 오기 전 고향(연변)에서 있었던 할머니의 죽음에 관한 일들을 매일 연극으로 꾸미며 일상을 보낸다. 문 밖으로 나갈 기회는 오직 마트에 가는 일뿐. 연극에 쓰일 소품이 도착하면 그들은 먹고, 마시고, 음모를 꾸미고, 태우고, 부수고, 죽이고, 도망치는 잔인하고 난폭한 연극을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자기 둘째 아들이 매일 가는 마트에서 만나던 종업원이 바뀐 봉투를 들고 집에 찾아오는데...



굴레방다리의소극_포스터.jpg
 

[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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