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처음 만난 임현정, 나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을 맛보게 하다.

내가 알던 베토벤과 바흐는 그 곳에 없었다.
글 입력 2019.03.0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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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1위 & 빌보드 클래식 종합 차트 1위!


한국인 최초로 인터내셔널 버전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2012, EMI Classics)하여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 정상에 오르는 등 파란을 일으킨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2017년 이후 2019년 2월 26일, 2년 만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무대를 갖는다.


2년만의 리사이틀 무대를 위해 그녀가 선택한 베토벤, 그리고 바흐. 이번 2019년 임현정 피아노 리사이틀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Op.2 No.1 을 시작으로 바흐의 프렐류드와 푸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Op.111 로 구성 되었다. 국내에서 바흐 프렐류드는 그동안의 리사이틀에서 거의 연주되지 않은 곡들이기 때문에 이번 공연에서 관심있게 바라볼 무대이기도 하다.


베토벤과 바흐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고 싶어 그들의 관한 내용, 편지들을 모두 읽어보았다는 그녀는 베토벤과 바흐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고 그녀가 할 수 있는 한 그들의 의도, 그리고 이러한 음악을 작곡했을 때 파동 치던 베토벤과 바흐의 심장과 하나가 되길 원하며 이번 리사이틀을 하나하나 공들여 준비했다.


2019년 2월, <바흐, 베토벤을 만나다>에서 베토벤과 바흐의 파동 치던 심장과 그 뜨거운 열정을 피아니스트 임현정을 통해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공연 후기


#임현정피아노리사이틀 #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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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화요일 오후 8시. 저녁 공연 보기에 썩 좋은 요일은 아니다. 자칫 화요일 밤을 망쳤다간 앞으로 펼쳐질 수목금이 걱정되는 그런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공연장 앞은 임현정 피아니스트를 찾은 사람들로 분주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기대감만이 가득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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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확실한 것은, 공연을 보러가기 전 미리 읽어두었던 임현정 피아니스트의 인터뷰 기사에서 느껴지던 그녀의 카리스마는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등장할 때 온 공연장에 울려퍼지던 나무 바닥을 가로지르는 구두소리는 마치 모세의 기적에 소리가 존재한다면 딱 그럴 것 같은 웅장하면서도 힘찬 소리였다. 건반에 손을 올리기 전 그녀는 자기만의 의식을 치르는 것 처럼 보였고, 허공을 응시하다가 두 손을 모으는 듯하더니 이내 곧바로 첫 곡의 연주를 시작했다. 그녀의 손가락은 마치 기계로 찍어낸 것 처럼 정확했다. 나쁜 의미가 아닌, 정말 정교하게 갈고 닦은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실력이었다.


그녀의 베토벤과 바흐는 조금 남달랐다. 뭐랄까, 작곡가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애정을 가진 사람만이 연주할 수 있는 선율 같았다. 지금까지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수 많은 피아니스트들의 연주회를 다녀왔지만, 유독 그녀의 연주가 더욱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아마도 그녀의 연주에는 애정이 듬뿍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게다가 오랜만의 여성 연주자인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게되니, 여성으로서도 존경스럽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 한참을 그녀의 몸짓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내가 아는 베토벤과 바흐는 마치 교감선생님같은 조금은 멀고 딱딱한 이미지였다. 사실 나는 무언가 집중할 일이 필요할 때 베토벤과 바흐를 듣곤 하는데, 그들의 완벽하기 그지없는 곡들이 나에게는 집중과 자기명상의 압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완벽하고 군더더기 없는 선율을 귀로 흘려들으며 '아 나도 이렇게 완벽하게 수행해내야지'하는 생각이 자리잡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녀의 베토벤은 살갑지만 강단있었으며, 그녀의 바흐는 사랑하는 이에게 속삭이는 한 편의 시 같았다. (사실 중간에는 그녀의 연주를 배경삼아 잠시 다른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녀의 기교는 남달랐으며, 연주를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데도 '저걸 손가락이 10개밖에 없는 사람이 연주하고 있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말 빠르고 정확했으며 무엇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모습이 보였다. 이따금씩 그녀 본체가 아닌 그녀가 기계에게 조종당해서 연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그녀의 연주의 완벽성에는 더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공연 이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앵콜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열시가 되기 전에 끝나야 했던 공연은 열시반이 가까워진 시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이 영광의 밤, 한 자리에 모인 관객들은 그녀의 열정적인 연주에 감탄했고(감탄했다는 수식어 밖에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그녀는 그에 응답하겠다는 듯이 쉴새없이 건반 위에서 뛰놀았다. 마치 폭주기관차 같았다. 가끔씩 앵콜을 연주하며 자유로운 영혼이 된 듯한 그녀는 의자 높이를 조절해나가며 정말 이 공기의 흐름에 딱 맞는 연주를 해야겠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프로다운 모습에 나는 허리를 더 앞으로 숙이고, 건조한 눈에 인공눈물을 계속해서 넣어가며 선명한 그녀의 모습을 눈과 귀에 담으려 노력했다.


본 공연이 경건하고 신성한 베토벤과 바흐를 위해 치르는 의식 같았다면, 여덟 곡 넘게 이어진 앵콜은 마치 유럽여행 도중 나도 모르게 발길이 이어진 이름 모를 피아노바에서 많은 사람들과 진심으로 공연을 즐기며 관람하는 느낌이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저녁 8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처음 건반에 손가락을 뻗은 그녀와, 10시 반- 마지막 앵콜곡의 마지막 멜로디를 성공적으로 실어 보내며 고개를 떨군 그녀가 똑같은 에너지와 템포로 연주를 했다는 점이다. 피아노 연주에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으며, 그렇다는 것은 그녀는 피아니스트로서 갖춰야할 모든 방면에서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될 수 있겠다. 나는 그녀의 자기관리 능력과 연주자로서의 실력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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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후 내 앞쪽으로 걸어 나가시던 어르신 관객들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 애는 피아노를 위해 태어난 아이야."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싸인회가 시작된 후에 한 관객이 큰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현정씨 과연 그 옛날 베토벤도 자신의 그 어려운 악보를 직접 연주했을까요?"

⠀⠀⠀⠀⠀

그녀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일순간 나는 그녀의 얼굴에서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보이는 듯한 환영을 보았다.






< PROGRAM >


베토벤
L.v.Beethoven

피아노 소나타 No.1 Op.2
Piano Sonata No.1 Op.2


바흐
J.S.Bach

프렐류드와 푸가 BWV 846
Preludes and Fugues BWV 846

프렐류드와 푸가 BWV 848
Preludes and Fugues BWV 848

프렐류드와 푸가 BWV 850
Preludes and Fugues BWV 850

프렐류드와 푸가 BWV 852
Preludes and Fugues BWV 852

프렐류드와 푸가 BWV 854
Preludes and Fugues BWV 854

프렐류드와 푸가 BWV 856
Preludes and Fugues BWV 856

프렐류드와 푸가 BWV 858
Preludes and Fugues BWV 858

프렐류드와 푸가 BWV 860
Preludes and Fugues BWV 860

프렐류드와 푸가 BWV 862
Preludes and Fugues BWV 862

프렐류드와 푸가 BWV 864
Preludes and Fugues BWV 864

프렐류드와 푸가 BWV 866
Preludes and Fugues BWV 866

프렐류드와 푸가 BWV 868
Preludes and Fugues BWV 868


Intermission


베토벤
L.v.Beethoven

피아노 소나타 No.32 Op.111
Piano Sonata No.32 Op.111





피아니스트 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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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이로 하여금 마치 난생 처음 음악이라는 것을 접하는 사람의 마음으로 감상하게 하는 힘이 있는 음악!


- The Telegraph



한국인 최초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 1위 & 빌보드 클래식 종합 차트 1위!


피아니스트 임현정은 EMI에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발매하면서 뉴욕 타임즈, BBC 뮤직, 텔레그라프 등을 통해 전 세계에서 숨막히는 연주로 호평을 받아오며 음악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천재 피아니스트이다. 그녀는 3살에 음악을 배우기 시작하여, 12살에 자의로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그 곳에서 어렸을 때부터 각인되어 온 많은 작곡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프랑스 콤피엔느 음악원에 입학한 어린 소녀는 5달 만에 1등으로 졸업하고 연이어 루앙 국립 음악원에서 15살의 나이로 최연소 및 조기 졸업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후, 유럽 명문 파리 국립 음악원에 최연소로 입학하여 앙리 바르다를 사사, 최고 점수로 석사 수준 고등교육학위를 받으며 역시 최우수 졸업자가 되었다.


임현정은 2010년 8월,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라는 놀라운 결심을 한 후, 프랑스 파리에서 8일 연속 공연을 완성하였다. 그녀의 실력을 알아본 EMI클래식은 임현정을 전격 스카우트했고 이는 1988년 정경화, 1991년 사라 장, 1994년 장한나, 2002년 임동혁에 이어 10년 만에 EMI클래식과 계약한 한국인 아티스트가 되었다. 1년 후, 임현정은 EMI클래식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 발매하였는데 이를 통해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녹음한 최연소 연주자가 되었고, 2012년에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 미국&캐나다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에서 요요마와 보첼리의 앨범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오른 최초이자 유일한 연주자라는 타이틀을 기록하였다.


그녀는 전곡 녹음을 앞두고 베토벤의 편지 3천 페이지를 읽고 연구하였고 관련 서적을 탐독하였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 대한 자신의 작품 해설을 음반에 수록하고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하는 등 그녀의 접근법은 보다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측면에서의 베토벤을 다루었다. 이 앨범은 2016년 "4 Famous Piano Sonatas"라는 타이틀로 워너 클래식을 통해 편집 음반으로 발매되었다. 또한, 2014년 2월 라벨 & 스크랴빈(워너 클래식) 앨범을 발매하여 큰 호평을 받았다.


임현정은 런던의 로얄 스코틀랜드 국립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여 로얄 알버트홀 데뷔 하였으며, 로얄 리버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뮌헨 심포니, 시애틀 심포니 오케트스라, 필라델피아 챔버 오케스트라뿐만 아니라, 취리히 챔버 오케스트라와 아시아투어, 함부르크 NDR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남미 투어를 가졌으며 많은 나라에서 마스터 클래스도 진행하였다. 임현정은 Annecy 클래식 페스티벌, 메클렌부르크에 초청받아 리사이틀 공연을 하였고, 시카고 베토벤 페스티벌과 길모어 키보드 페스티벌, 파리 Théâtre des Bouffes du Nord의 마에스트로와 친구들 시리즈에 초청받았다.


임현정은 유럽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도쿄 아사히 홀에서 베토벤 소나타 전집을 8회 공연 함으로써 불가능에 가까웠던 연주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녀는 모스크바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취리히의 톤할레, 런던의 위그모어홀, 제네바의 빅토리아홀, 밀라노의 살라 베르디, 바젤의 스타드트카지노와 멍통 페스티벌에서 공연 하는 등 폭넓고 왕성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방송으로는 KBS '글로벌 성공시대', MBC '문화사색-아트다큐 후아유', SBS '컬처클럽', '문화가중계', 국회방송 '슈퍼코리안, 세계를 바꾸다.' 등을 통해 음악적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국내에서는 2013년, 2015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가져 음악의 본질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2016년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출판사로 알려져있고 프랑스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상당한 지명도를 지닌 출판사 '알방 미셸(Albin Michel)'에서 음악과 영성에 관한 에세이 '침묵의 소리(Le Son du Silence)'를 출간하여 전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 북 컨퍼런스, 북콘서트, 강의 등 연계활동을 활발히 하였다. 국내에서는 청미래를 통해 '침묵의 소리'가 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7년에는 스위스 최고 신문사인 '르 템프(Le Temps)'에 '스위스를 움직이는 100인'안에 선정되었고, 2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또 한 번의 성공적인 독주회를 마친 임현정은 현재 BOM Arts Project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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