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달콤한 나의 도시: 우리의 마음 속 은수 이야기 [도서]

30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소설
글 입력 2019.03.0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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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진열된 무수한 책 중 이 책을 골랐던 이유는 한 가지다.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책에는 화려한 도시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커리어우먼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예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소설은 불확실한 자신을 피하기도 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30대는 꼭 안정적이어야만 할까?



우리는 어떤 서른을 꿈꾸고 있을까? 서른을 이미 지나왔다면, 어떤 서른을 꿈꿨을까? 필자의 경우, 다가올 30대가 현재의 20대보다는 안정적이길 바란다. 어쩌면 필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와 같은 30대가 되기를 소망할지 모른다. 이러한 독자들에게, 이 책은 한 가지 물음을 던진다. ‘왜 모든 30대가 꼭 안정적인 삶을 살아야 해?’라고 말이다. 이 질문은 주인공인 ‘은수’를 통해 더 실감 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젠 결혼 말고는 할 게 없다고! 내 인생 너무 어정쩡해”



은수는 일에서든 사랑에서든 안정적인 삶을 원하지만, 그녀의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7년간 버티듯 다니던 회사에서의 퇴사와 여섯 살 연하인 ‘태오’와의 연애는, 내비게이션 없이 도로 한가운데를 운전하는 것처럼 막막하기만 하다. 결국 은수는 이에 대한 돌파구로 ‘영수’를 택한다. 태오에 비해 확실한 직업이 있고, 자신과 비슷한 결혼 적령기인 남자와 결혼함으로써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결혼 준비 도중 영수의 전과 경력이 탄로 나면서, 이 또한 수포가 된다.

사람들은 이러한 은수의 모습을 보고, 주어진 상황을 주체적으로 극복하지 않고 남자에게 의지하는 한심한 여자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고자 하는 은수의 심경을 이해 못 하진 않을 것이다. 직장과 결혼에 대한 안부를 시시각각 주고받는 이 사회에서, 은수라는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느긋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은수는, 사회가 원하는 30대의 속도에 어떻게든 맞춰보고자 발버둥 치던 것일지도 모른다.



“버스정류장에서 발을 멈춘다. 저녁의 정거장. 길들은 여러 갈래로 뻗어 있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다만 가장 먼저 도착하는 버스에 무작정 올라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은수는 사회가 운행하는 ‘30대’라는 버스에 안전하게 올라탔을까?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펼쳐질 때까지, 은수는 여전히 직장을 구하지 못했으며 번듯한 남자와 이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조급해하지 않는다. 이제는 자신이 마주할 수많은 질문 중 선택지를 고르는 대신, 스스로 답할 용기를 얻으려 한다. 자신의 속도에 맞는 ‘오은수’라는 버스를 직접 운행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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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이 발간된 지,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소설 속에 등장한 2G 핸드폰이나 이메일을 통한 안부 연락은, 2019년을 살아가는 우리와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인간 ‘오은수’는 여전히 우리에게 공감을 주는 캐릭터이다.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발걸음들이 있다.


20대에 혹은 30대 등 저마다의 나이에 이뤄놓아야 할 것들이, 마치 사전에라도 명시돼 있는 것처럼 명확하게 제시된다. 20대에는 무조건 취업을 해야 하고, 30대에는 돈을 저축해서 결혼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은수처럼 그 발걸음을 따라가고자 노력하기도 하고, 그 속도에 못 이겨 체하기도 한다. 그러곤 다시 조급하게 달려가거나, 아니면 용기 있게 한번 쉬어 보기로 마음먹을 것이다.

정이현 작가는 이 책이, ‘나의 도시에 사는, 나의 은수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엔, 각자의 은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여러분의 은수는 지금, 행복한가?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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