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루 만에 여행하는 스웨덴과 덴마크, Helsingborg & Helsingør [여행]

마이너에 대한 고찰 01
글 입력 2019.03.08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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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8년 10월의 어느 날. 스웨덴에서 교환학생을 시작한 지 1달 반이 흐르고, 내가 살던 도시에 적응을 마칠 때쯤이었다. 이왕 스웨덴에서 살게 되었으니 스웨덴의 작은 도시들도 많이 가보자는 마음도 들고, 또 다른 스웨덴의 모습도 궁금해져서 충동적인 여행을 떠났다. 있는 계획이라고는 스웨덴의 ‘헬싱보리’라는 도시로 가서 페리를 타고 덴마크의 ‘헬싱외르’라는 도시까지 보고 오겠다는 것밖에 없었을 만큼 갑작스러운 여행이었다.

어쨌든 하루 만에 두 도시나 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으니 이른 기상을 해야 했다. 덕분에 아직 고요하고 어두운 스웨덴의 새벽 속에서 헬싱보리 그리고 헬싱외르로의 여행을 떠났다. 3시간쯤 기차를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또다시 기차를 갈아타며 달리다 보니 목적지인 헬싱보리에 도착해 있었다.



페리로 20분, 스웨덴과 덴마크를 오가기 충분했던 시간


헬싱보리는 스웨덴의 이웃 나라 덴마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도시이다. 외레순드 해협을 사이에 두고 배로 20분 정도면 오갈 수 있는 두 도시는 날씨가 좋을 때면 서로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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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보리에 도착하자마자 헬싱외르로 향하는 표를 끊었다. 헬싱보리의 기차역과 페리를 탈 수 있는 ‘Scandlines’ 터미널이 연결되어 있어서 이동하기 간편하다. 가는 시간이 20분밖에 걸리지 않는 걸 생각하면 페리의 규모는 꽤 컸다. 내부에는 조그마한 면세점과 각종 식당이 있었고 승객들이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공간들도 많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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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작게 보이는 덴마크]


10월의 스웨덴은 꽤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나는 페리의 야외 공간에서 바다를 만끽하기로 했다. 바람이 꽤 많이 불었지만 춥지는 않았다. 그곳에서 즐겁게 사진을 찍는 사람들, 배 주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들, 그리고 철썩철썩 소리를 내며 갈라지는 바다를 보면서 짧지만 마음이 시원해지는 시간을 보냈다. 아주 작고 희미했던 덴마크가 점점 선명하고 커지면서 드디어 덴마크의 ‘헬싱외르’에 도착했다.



01. 덴마크의 숨은 보석 같은 도시 Helsingør(헬싱외르)


햄릿의 배경이 된 성, Kronborg(크론보르)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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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외르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크론보르 성을 볼 수 있다. 선착장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이 성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배경이 된 곳으로 유명하다. 사실 당일치기로 계획을 하고 온 나는 크론보르 성 내부까지 들어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성은 뛰어난 르네상스 양식의 고성으로 평가받으며 현재까지 보존이 잘 되고 있어서 많은 관광객을 이끌고 있다. 또한 16세기~18세기 북유럽 역사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성의 내부에서는 중세 시대에서 온 것 같은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것처럼 성을 돌아다니고 있어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후에 다녀온 친구가 말해주기를 꼭 ‘왕좌의 게임’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고, 그리고 거기에 있는 기사와 활을 쏴 보기도 했다고 한다. 북유럽의 중세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고민 말고 크론보르 성으로 향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Louisiana(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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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애나로 향하는 길. 온통 낮은 집들과 푸른 나무들 사이에서 조용한 덴마크 마을을 느낄 수 있다.]


이 여행에서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단연 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평가되는 이곳은 보통 사람들이 코펜하겐 여행을 하면서 근교 차원으로 많이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헬싱외르에서는 20분 정도 기차를 타고 'Humlebaek' 역에서 내린 뒤 표지판을 따라 10분 정도 소박하고 아름다운 길을 걷다 보면 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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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갔을 때는 ‘달’을 주제로 한 전시가 한창이었다.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50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한 이 전시는 역사적이고 실험적인 200여 점 이상의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페인팅, 미디어 아트, 음악 등 다양한 매체로 이루어진 작품들을 통해 문화적 아이콘으로써의 달, 그리고 과학적 시각에서의 달 모두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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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의 한 곳에서 사람들이 아주 길게 줄을 서 있기에 필자도 기다려 봤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그녀의 작품을 마주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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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모두 본 뒤 루이지애나를 천천히 돌아봤다. 푸른 잔디밭 위에서 뛰노는 아이들, 바다를 향해 지어진 레스토랑, 그곳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 등 전시만큼이나 인상 깊은 풍경들이 펼쳐졌다. 바다와 맞닿은 곳에 지어진 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아름답고 여유로운 오후를 품고 있었다.



02. 스웨덴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 Helsingborg(헬싱보리)

헬싱외르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헬싱보리로 돌아왔다. 사실 인터넷에서 헬싱외르에 대한 정보는 꽤 있는 편이지만 헬싱보리에 대한 정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있는 몇 가지 추천 랜드마크도 개인적으로 별로 끌리지 않아서 차라리 거리를 거닐며 이 도시를 느껴보기로 했다. 과감한 포기로 행했던 나의 헬싱보리 여행에는 이 도시의 유명한 무언가는 남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내 마음속에 도시의 느낌과 그때의 감정 같은 것들이 가득 남아 있다.



잔잔함과 고요함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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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헬싱보리를 거닐다 보니 수많은 보트가 정박해 있는 부둣가에 도착했다. 해변을 따라 하얗고 깔끔한 식당과 바들이 줄지어 있었으며 그 안에는 오후의 햇살과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해안을 따라 걷다 보니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이었고 덕분에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일몰을 볼 수 있었다. 관광지로 크게 유명한 곳은 아니었기 때문에 해안가에 나와 있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는데 덕분에 더 조용하고 스웨덴의 분위기에 걸맞은 해안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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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해가 지고 초승달이 선명해질 때쯤 페리의 불빛과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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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두 도시, 그리고 두 나라를 돌아보느라 정신없는 시간이 흘러갔지만, 이때만큼은 이 풍경을 바라보는 나 말고는 모든 것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헬싱보리의 시청사나 성 같은 랜드마크들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스웨덴을 한껏 느끼고 온 것, 그리고 잊지 못할 바다의 고요함과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온 것이야말로 이곳을 제대로 본 것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충동적이고 과감하게 포기하는 여행이 나만 가질 수 있는 그곳의 인상을 주기도 한다. 10월의 어느 날 떠났던 헬싱보리와 헬싱외르는 분명 나만의 인상이 남아있는 그런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을 보기 위해, 혹은 햄릿의 성을 보기 위해, 또는 스웨덴과 덴마크를 느끼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라. 헬싱보리와 헬싱외르는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김윤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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