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기, 가벼움이 있다 [기타]

글 입력 2019.03.0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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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의 생각은 온전히 나만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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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생각의 근원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어디서 읽은 것, 본 것, 들은 것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공유하고 있는 믿음의 형상인 문화는 우리의 생각 형성에 무의식적인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려 노력하기 위해선 ‘나의 생각’과 ‘사회로부터 근거를 가져온 생각’을 구분할 수 있어야 좋다. 정체성은 세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행위에서 나온다. 세계와 독립된 나의 가치체계를 만들어나가는 것, 이는 정체성 확립의 중요한 요소다.


'Opinion'이라는 구분에 걸맞게 첫 글만큼은 어떤 레퍼런스도 이론도 없는 나만의 생각으로 글을 써보기로 한다.

 


나의 생각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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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고민을 더하고, 어떤 사소한 단어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사랑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나는 ‘잠깐, 먼저 사랑이 뭔데? 사랑의 정의를 생각해보자’라든가 혹은 ‘감정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정말 과학적으로 성립하는 걸까?’와 같은 식으로 생각을 한다. 표면적인 의미 이상의 것을 보려고 노력하는 나의 생각은 철학적 사고방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책을 많이 읽던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어떤 주제를 깊게 생각해보다 보면 이런 습관이 생긴다. 비슷한 사고 습관을 가진 독자들은 여기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럼 대체 필자 당신이 이야기하고 있는 무거움과 가벼움이란 무엇인가.”


생각에는 실제적인 무게가 없다. 그렇기에 무거움은 느낌이다. 가벼움으로 지칭될 수 있는 작은 단어, 생각의 조각들이 모여 패턴을 만들고 거대한 구조를 만들어낼 때 우리는 복잡하다고 느낀다. 그러한 복잡함은 무거움이다.


진부함이 아닌 신선함은 가벼움에서 나온다. 놀이하는 행위는 그를 가능하게 한다. 일의 결과 혹은 평가가 아닌 본인의 의미와 즐거움에 초점을 맞출 때, 자신만의 세계를 반영하게 된다. 각자의 세계는 유일하기에 독보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독보적인 것은 결국 사회가 생각하는 독보적임과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모두가 이미 공유하고 있는 사회의 생각은 진부함의 반복이다.




무거움은 완벽함에 대한 추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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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용두사미로 끝나버리는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채우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가벼움이다. 둥둥 뜨는 듯한 가벼움은 행동하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해 볼 수 있게 한다. 이를 완벽에 가깝게 만드는 것은 반복이다. 가벼움을 반복하는 것이다.


세상의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많은 결과물들을 보며 ‘저거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혹은 ‘나도 이미 한 번쯤 해본 생각인데’라는 생각을 많이 하곤 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런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내겐 완벽하지 않다면, 더 연습해서 완벽함을 갖췄을 때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어떤 믿음이 있다. 이 믿음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만 도전하게 만든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다 보면 하지 못했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고, 어느새 좁아진 활동 반경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꽤 오랜 시간 무기력을 겪으며 나의 모순적인 마음을 많이 바라봤다. 이대로는 나라는 사람은 물론이고 내가 가진 열망과 개발해보고 싶던 능력들이 영영 소멸해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해보기로 했다.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공식적으로 노래의 녹음파일이나 영상파일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두렵다. 이런 감정과는 별개로 나의 음악을 더욱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최근, 지인이 노래를 듣다가 나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도 되는지 묻고 영상을 찍었다. 정말 감사하고 영광인 일이지만, 영상으로 찍힌 나의 실제를 직면하는 것은 끔찍이도 불편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생각하는 것도 좋고,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딱 거기까지다. 학교에 제출할 글을 쓰는 것, 공식적인 글을 쓰는 것과 같은 익숙한 일들만을 반복한다. 부족한 점이 있을지 모르며, 반박의 여지가 충분한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담긴 글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도 될지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그러나 흘러가는 시간 속 더 이상 나를 놓치고 싶진 않다. 불편함과 고민을 뒤로하고 세상에 나를 드러내 보기로 한다. 적나라한 현실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신, 삶의 역동성을 얻을 수 있다. 강렬하게 살아있다고 느끼는 것은 내게 행복감을 안겨준다. 직접 영상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짧게 노래를 올리기 시작했다. 아트인사이트, 그리고 이 글은 내가 생각해왔던 것들을 글로서 사람들과 공유하는 시작점이다.




여기, 가벼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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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함은 사실 없다. 완벽함에 가까워지는 것뿐. 고도를 기다리며 세상에 나아갈 날을 한없이 미루는 것은 내겐 참 힘든 일이다. 완벽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시작할 때,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게 됐다. 반복한다면 지금보다 괜찮아질 것임을 믿기에 부담 없이 즐겁게 일을 해나갈 수 있다. 다소 완벽해 보이지 않는 결과를 한 결과로써 인정하고, 현실을 직시하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여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역시나 가벼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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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1] 사진1

[2] 사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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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진4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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