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너의 안식처가 되어줄게_ASMR [기타]

소리를 찾아서
글 입력 2019.03.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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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가 없던 학생 시절에는 엄마 차를 자주 타고 다녔었다. 학교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는데, 하루 종일 학교에 있어 피곤했던 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음을 쏟아냈었다. 자는 동안에 차 안의 소음들이 계속 들렸지만, 오히려 그것들이 자장가가 되어 더 깊은 잠으로 인도하는 것만 같았다.



[크기변환]운전.jpg



잠결에 들은 소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차의 깜빡이(방향지시등) 소리였다. 비몽사몽한 채로 듣는 그 깜빡이 소리는 마치 엄마가 오랫동안 묵혀둔 자일리톨 껌을 씹는 소리 같이 편안함을 주었다.

 


똑딱똑딱-


다른 소음들에 비해

그 깜빡이 소리는 꿈에서까지

들릴 정도로 선명했다.


규칙적인 데다가 중독성도 있다.

계속 듣고 싶다.

아니, 사실 이대로

계속 자고 싶은 것 같기도 했다...



그 밖에도 남이 운전해주는 차 안에서 골아 떨어지거나, 몇 번 씩 잠에서 깨어 뒤척이던 차 안의 풍경과 소리들을 들은 기억들이 이따금씩 떠오르곤 한다. 다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ASMR



누구나 한 번쯤 일상적인 소리들을 통해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물이 흐르거나 새가 지저귀는 자연의 소리 말고도 흔히 ‘소음’이라고 말하는 것들 또한 우리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나무 긁는 소리나 물건을 집어 드는 소리부터 시작해 어렸을 적 할머니가 귀를 파줄 때 들었던 간질 한 소리와 시끌벅적한 카페의 소음 등등 다양하다. 이런 소리들을 바로 ASMR이라고 부른다.



ASMR 이란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로, 직역하면 자율 감각 쾌락 반응 이다. 모든 감각이 이에 해당하지만,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주로 시각과 청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강화 되어왔다.



[크기변환]ICC7q1IOeTQHwEmPCk4HUnDrzlvk.jpg



최근에 먹방(먹는 방송) 열풍이 불면서, 먹방 ASMR 이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방송 진행자가 마이크를 입 앞에 대고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 씹는 소리를 통해 듣는 이가 음식을 먹고 싶게 하거나, 대리 만족을 하게끔 만들 수 있다.  (필자도 야식을 줄이기 위해 밤에 먹방을 자주 시청한다.)




ASMR의 등장



ASMR 개념을 처음으로 정리한 제니퍼 앨런은 2010년, 개인이 느끼는 특정한 경험들을 공유하는 ASMR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커뮤니티가 점차 커져서 지금의 ASMR의 인기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사실 현재 사회에 ASMR의 인기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을 타면 이어폰 낀 사람들이 절반이 넘는 시대이며, 현대인들은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거나 불면에 시달리곤 한다. 전화번호부를 뒤져 연락할 사람을 찾지만 아무도 없어서 결국 유투브를 키게 되는 현실이고, 어렸을 적의 향수에 묻혀 현실을 잠시나마 망각하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 ASMR이라는 작은 안식처를 만들어 낸 게 아닐까 싶다.



[크기변환]창의성2.jpg


어떻게 보면 좀 안타깝기도 하지만, 나는 ASMR 영상을 좋아하고 정말 획기적이라 생각한다. 시각보단 청각의 기억이 더 강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각을 이용한 VR(가상현실) 보다 ASMR이 더 현실성 있다고도 생각한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본격 ASMR 추천 영상.

그럼 지금부터 필자가 추천하는 ASMR 영상들을 한 번씩 ‘들어’ 보길 바란다.




추천 ASMR 영상



*
이어폰 착용 필수





-귀청소 ASMR


왼쪽 오른쪽 귀가 번갈아가며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이 영상은 주로 바이노럴레코딩(Binaural recording)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더욱 생생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ASMR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보는 영상이기도 하다.





-운전 ASMR


처음에 언급했다시피, 차 안의 소리를 좋아해서 직접 영상을 찾아보았다. 새벽에 잠이 안 올 때 듣는 데, 거의 5분 이내로 잠들 게 된다.





-모닥불 ASMR


모닥불 타는 소리를 좋아하지만, 불을 피울 기회가 거의 없어서 자주 듣지 못했다. 그래서 ASMR 로라도 듣곤 한다. 한때 장기간 시험 준비로 1년 가까이 어두운 자습실에서 시간을 보냈었는데, 공부에 집중이 안 되거나 자습실이 추울 때마다 모닥불 ASMR 음원을 들으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영상 처음에 등장하는 기타소리는 언제 들어도 행복하다 :)





-롤플레이 ASMR


롤플레이 영상도 인기이다. 진행자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고퀄리티 장비들이 어우러져 현실감을 더 한다. 여러분이 작은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생각하고 보면 편하다.






-입체음향 ASMR


영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기숙사의 새벽, 끼익 닫히는 나무 문과 묵직한 무게의 발자국 소리. 개인적으로 강력 추천하는 ASMR 입체음향 채널(soupe)이다. 음향 제작자는 주로 일반인들의 의견을 종합해 ASMR 영상을 만들고, 평소에 동경해오거나 절대 경험해 볼 수 없는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내가 편안함을 느끼거나,

좋아하는 소리는 무엇일까?

 지금 한번 생각 해봐라.

그리고 그것을 찾아봐라.


생각보다 그 소리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



[김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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