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독감보다 무서운 그 이름, 개강병 [기타]

글 입력 2019.03.0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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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끝나가고 있다. 기온이 급격하게 올라가 벌써 반팔티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개강’이 찾아왔다. 고등학생에서 벗어나 새로운 학교에 다닐 생각에 두근거리는 새내기가 아닌 이상 모든 대학생은 다가오는 개강에 급격히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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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에게 개강병은 숙명이 되었다, 웹툰 '대학일기' 中

 


이번 학기는 개강병이 특히 심하게 걸렸다. 그동안 학기 중에 ‘휴학하고 싶다.’ 소리를 머릿속으로 수백 번 되뇌면서도 방학이 찾아오면 그 생각이 싹 물러났지만,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다. 방학을 아쉽게 보내지는 않았다. 여행을 갔다 오고 영화·드라마를 실컷 봤으며 학기 중에 하지 못한 온갖 뒹굴거림은 전부 시도했다. 무엇이 아쉬웠던 걸까?

 

연차가 쌓일수록 체력적인 버거움을 해마다 느끼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술자리이다. 신입생 때는 멋모르고 4~5일 연속 술 약속을 잡거나 하루 꼬박 밤을 새워도 비교적 멀쩡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최대한 몸을 사리려고 한다. 밤샘할 일이 없도록 공부와 과제는 미리 끝내두고 술자리도 어느 정도 시간이 되었다 싶으면 서로 말하지 않아도 같이 동시에 일어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노련미가 넘치는 건지 능구렁이 같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몇 년 전에 있던 명랑함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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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 만악의 근원 중 하나인 팀플은 우울함을 가속화했다.

@Mimi Thian, Unsplash

 


개강병이 심해지는 데에는 조별과제의 영향도 있었다. 아니, 사실 조별과제보다 조별로 영상 제작하기가 좀 언짢았다. 과제의 난이도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어서 그런지 수업 오리엔테이션 때 영상을 제작하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얘기하는 건 쉬운데 콘티를 짜고 편집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 동영상 사이트가 물리적으로 실재한다면 불에 태워버리고 싶은 지경이다. 지금은 무임승차만 만나지 말자는 심정으로 자포자기한 채 과제를 구상하고 있다.

 

요즘 새내기를 보면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가 자주 생각난다. 개강 총회 뒤풀이를 하러 갔다가 19학번 신입생과 같이 앉게 되었다. 서로가 어색해서 대화가 최대한 막히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대입, 사는 곳, 듣는 수업 등 새내기가 관심을 두거나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주제로 골랐다. 학과의 술자리 분위기는 매우 자유분방해서 보통 뒤풀이를 하면 초반에 테이블끼리 앉아서 얘기하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이곳저곳 자리를 옮겨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자리를 옮기다가 다른 테이블을 봤더니 한 곳에서 몇몇 새내기들끼리 모여 있었다. 재미있는지 방실방실 웃는 것이 귀여웠다. 휴학, 복수전공 등으로 동기들이 다 흩어져 보기 힘든 나의 상황과 대비되었다. 그것 때문에 울적해져 뒤풀이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은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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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이번 학기도 무사히 넘길 수 있길 바란다.

@Andrey zvyagintsev, Unsplash



학기 1주 차를 마치고 들끓었던 개강 병은 조금 사그라들었다. 진정이 되기는 했어도 종강까지의 날짜를 세는 행동은 변함이 없다. 학교를 졸업해도 이 병은 월요병과 출근병으로 계속 찾아올 것이다. ‘인생은 수레바퀴‘라는 말이 그래서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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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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