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똑똑똑, 들어가도 될까요?, <굴레방다리의 소극> [공연]

글 입력 2019.03.0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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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들어가도 될까요?

 
김국진과 강수지는 TV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서 만나 실제 부부가 되었다. 이 얼마나 희귀한 사례인지! 불타는 청춘은 보지 않았지만, 나는 '우리 결혼했어요', '하트 시그널' 등의 연애 관련 예능 프로그램들의 애청자였기에 어려서부터 수많은 커플 아닌 커플들을 TV에서 목격해온 터였다. 스크린 속에서 그토록 다정하고 애정 넘치던 그들이 갑작스럽게 개인 일정 등의 이유로 하차한 뒤,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결혼 발표를 한다거나 사실 방송 중에도 누군가와 사귀고 있었음이 밝혀지는 등의 일은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현실에서의 결혼이라니, 참 뜻밖의 소식이었다.

그들의 결혼 소식을 듣고 난 뒤에, 김국진이 강수지를 위해 썼다는 시의 내용을 듣게 되었다. 매우 짧지만 굵은, 한참을 마음 속으로 재음미하게 되는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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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누구니?
수지에요!
너구나.
넌 두드릴 필요 없단다.


평범하게 산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말하는 '평범한' 삶이란,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일 테다.

"물론 사람이기에 단점은 있지만 나와 쿵짝이 잘 맞아 퇴근만을 기다리게 하는 좋은 배우자를 만나, 아들 하나 딸 하나 낳아서, 공부는 적당히 하되 가치관이 올바로 확립된 자녀로 키워내고, 아주 적성에 맞진 않아도 견뎌낼만하며 내 밥벌이가 되는 직장에 정년까지 다닌 후에, 은퇴 후 휴양 여행을 즐기고 손녀 손자들과 하하호호 놀아주면서 인생 한 번 잘 살았네, 라고 읊조릴 수 있는 삶"

하지만 현실은 때때로, 사실 매우 자주 이렇게 흘러간다.

"겨우 대학 들어가 이제 내 인생에 공부는 없다!라고 외치며 술만 마시다가 학점을 안 챙겼더니, 취업이 안 돼서 졸업 후에도 2년 넘게 부모님 속을 태우다가 아주 맘에 차진 않지만 겨우 밥벌이하는 기업에 들어갔다. 회사 가니까 사람 만날 기회도 없어 주말마다 소개팅 해서 겨우 결혼에 골인했는데, 연애 때는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단점이 결혼 후에는 우주대폭발을 일으킬 수 있을 것만 같은 커다란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데다가 아이들은 성악설이 무엇인지 깨닫게 할만큼 골치아프고, 낮에는 꼰대 같은 회사 상사에, 밤에는 육아와 집안일에 시달리다가 결국 미쳐버렸다."

김국진처럼 말해주는 사람을 세상에서 찾는다는 건, 모래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도 어려운 일일 테다. 왜냐면,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사람 마음 속 문 열고 들어가기'라는 일이 사실 낯선 회사라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취업보다도, 내가 살던 곳과는 완연히 다른 환경으로 여행가는 일보다도 더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굳이 남과 돕고 살지 않아도 현대 기술의 도움으로 나의 대부분의 생활을 해결해낼 수 있는 지금의 사회에서는, 과거 농경사회에서보다 더 그럴 것이다.



굴레방 다리의 소극, 현대인들의 자화상


'굴레방 다리의 소극'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서울 북아현동(옛 지명: 굴레방다리)의 어느 허름한 서민아파트 지하.

아버지와 두 아들은 서울로 오기 전 고향(연변)에서 있었던 할머니의 죽음에 관한 일들을 매일 연극으로 꾸미며 일상을 보낸다. 문 밖으로 나갈 기회는 오직 마트에 가는 일뿐. 연극에 쓰일 소품이 도착하면 그들은 먹고, 마시고, 음모를 꾸미고, 태우고, 부수고, 죽이고, 도망치는 잔인하고 난폭한 연극을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자기 둘째 아들이 매일 가는 마트에서 만나던 종업원이 바뀐 봉투를 들고 집에 찾아오는데..


아마 연극에 등장할 세 사람은, '노크 없이 마음에 들여보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이들일 것 같다. 외부와의 교류도 없이, 가족들끼리도 속고 속이면서 연극을 해야 하는, 타자와의 교감을 통해 형성되는 정체성을 만들어낼 기회도 갖지 못해 이제는 본인이 누구인지도 잊어버린 사람들이 아닐까? 연극을 보지 않아 단정지을 수 없겠지만, '현대인들의 고립'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연출 의도를 보면 그럴 것이라는 강한 느낌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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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매일 아침 거울을 보지만, 나는 늘상 보는 내 모습이기에 스스로의 표정, 외모, 분위기의 변화를 잘 감지해내지 못한다. 오히려 몇 년만에 보는 사람들이 '어머, 너 살 빠졌다!' 혹은 '많이 편안해졌네.' 와 같은 평을 해주었을 때 그제서야 아, 나에게 그런 변화가 생겼나? 하고 자문하게 되고는 한다. 그런 걸 보면, 나는 인생의 모든 시간을 '나'와 함께 하기 때문에 오직 부분적으로만 만나는 '너'에 비해서 오히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이런 연극은 그래서, 거울보다도 더 나 자신을 잘 비춰주는 자화상이 될 수 있다. 매일 스마트폰을 보면서 연예 기사와 커뮤니티, 유튜브 방송들을 들락날락하지만 정작 친구와 깊이 있는 대화를 한 지는 오랜 시간이 지난 사람에게도, 혹은 'OO엄마', '대리님', '수험번호 001번' 등의 역할 이름이 적힌 가면을 쓰고 있느라 정작 가면 뒤의 내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는 가물가물해진 사람에게도 의미 있는 연극이 될 것이다. 물론,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공연 정보



굴레방 다리의 소극
- 사다리움직임연구소 20주년 기념 공연 -


일자 : 2019.03.09 ~ 03.30

시간
화, 수, 목, 금 8시
토, 일 4시
월 쉼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티켓가격
전석 35,000원

제작
사다리움직임연구소

기획
두산아트센터, 사다리움직임연구소

관람연령
만 14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이창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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