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변하지 않는 것 [영화]

<늑대아이>를 보고
글 입력 2019.03.09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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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너에게

아무것도 못 해줬는데...


- 늑대아이 中 -



젊어서 부모에게 잘하라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어 자식이 부모의 입장이 되면, 대게는 자신을 키워 준 부모님의 심경을 공감하게 된다. 그때 이미 부모들은 고인이 되었거나 연세가 많기에 마땅한 보답을 드리기 어려우므로 후회하지 말라는 뜻으로 쓰인다. 부모들은 대체로 당신들이 낳은 자식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쓴다. 통상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도, 부모 자식이라는 관계 때문에 가능한 것들도 생각보다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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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잔잔한 감성을 담았다. 일본 늑대의 순혈을 이어받은 마지막 '늑대'인간과 평범한 인간 '하나'가 만나 가정을 꾸린다. 늑대인간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은 하나는 시골로 들어가 늑대인간인 아이들을 키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기 위해서였다.

'하나'는 두 명(마리)의 늑대 인간을 낳는다. 첫째인 유키는 눈이 내릴 때 낳은 여자 아이다. 아메는 비가 내릴 때 태어난 둘째 아이이다. 시골로 간 하나의 식구들은 자급자족을 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유키는 '늑대'의 습성을 주로 보여주지만, '아메'는 늑대로 살아가기를 꺼려 한다.


하지만 각자 성장하면서 생각은 바뀐다. 유키는 인간 사회에서 녹아들고 싶다는 마음에 '인간'으로 살아가지만, 아메는 대자연을 보호하며 동물들을 보듬는 '늑대'의 길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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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가뜩이나 늑대의 습성까지 곁들여진 아이들이라면 배로 힘들 수 있다. 아이가 아플 때 병원과 동물 병원을 두고 어디로 가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봐도 그렇다. 하나는 자신이 낳은 아이가 단순히 '인간'은 아니라는 걸 직감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늑대아이'들이 인간과 늑대 중에서 삶을 선택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하나는 노력한다.

이때 하나가 자식들에게 특정한 삶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선택은 하지만, 힘들게 살지는 않기를 바란다. 그런 좋은 의도가 아이들의 선택과 언제나 들어맞지는 않다. 『늑대아이』가 색다른 감동으로 몰려오는 데에는 그 갈등을 흔치 않게 '부모'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나는 아메가 위험한 산으로 들어가 남편과 같은 죽음을 겪을까 봐 두려워한다. 아메를 찾으러 돌아다니던 중, 발을 헛디뎌 기절한 하나는 무의식에서 남편을 만난다. 남편은 두 아이를 잘 키워낸 하나를 고마워하면서도, 걱정하지 말고 아이들이 선택한 길을 존중해주라며 위로한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 말처럼. 하나는 유키와 아메 각각의 삶을 존중하고 자신이 어머니로 할 수 있는 역할에만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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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늑대아이』는 '아이'들을 키우는 시간을 긴 호흡으로 보여준다. 각자의 유키와 아메가 삶을 선택한 이후로는 단편적인 사실만을 짧게 보여준다. 아이들의 유년 시절은 길고 상대적으로 많이 힘이 든다. 아이들이 태어나 13년 동안 자라나는 과정을 영화는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끝끝내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고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늑대아이』가 흐름에서 논리적인 비약이 아주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영화는 모성애로부터 시작되는 가족들의 갈등과 해결 과정을 바라보는 게 더 옳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서 은은한 감성을 묶어냈다. 가족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성보다는 감성에 집중해서 영화를 보자.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아름다운 영화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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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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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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