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발견하고 싶어 떠난 여행, 그 속에서도 나는 없었다. [여행]

답은 지금 이곳에 있다.
글 입력 2019.03.1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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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를 발견하고 싶어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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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마음이 불안해서, 자유롭고 싶어서, 호기심으로, 자아를 찾기 위해서 아무계획 없이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곤 했었다. 뭔가 환경의 맥락을 바꾸면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 때문이었다. 티브이나 영화에서처럼 우연히 로맨틱한 사랑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 삶의 모든 고민이 해결될 거라는 헛된 희망도 가득 찼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내가 그토록 기대했던 최고의 여행지마다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혼자 떠난 해외여행은 3년 전 일주일간의 동유럽 여행이었다. 회사 스트레스로 너무 힘들었을 때 그냥 한국을 떠나고 싶어서 큰 동선과 첫날밤 숙소만 정하고 비엔나로 떠났다. 앞으로의 삶에 대한 걱정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다짐을 세워야지 결심하고 떠난 여행이었다. 그러나 보기만 해도 설레는 슬로베니아의 해변 근처 카페에 앉아서 펜을 들고 생각을 정리해봐야지 했었는데 막상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면 여전히 답답했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이국적인 바다가 앞에 있고 간섭하는 사람도, 방해되는 시간도 없었다. 여행지에서 콧바람을 쐬며 약간의 홀가분함은 느낄 수 있었지만 막상 나의 현실은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삶의 고민은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 삶의 기쁨도 이곳에서만 반드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2) 여행을 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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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충동적으로 떠나는 여행을 끊었다. 잠깐의 힐링을 위한 여행을 계속하기에 경제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피곤해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제일 고민하는 문제들, 갈증 나는 상황을 벗어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문제는 여행지의 풍경을 본다고 해결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다. 내 고민의 목적지를 잘못 설정했었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나를 돌아보는 여행을 했어야만 했다.


나는 사색할 줄 몰랐고 나를 위로할 줄도 몰랐다. 그저 멍하니 풍경을 관찰하며 고민을 잊고 자유스러움을 느끼는 데만 그쳤다. 어쩌면 이 여행조차도 만들어진  타인의 생각을 따라다닌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블로그나 책에서 추천하는 장소를 다니고 사진을 찍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기에 바빴기에 여행지에서 나를 찾을 수 없는 게 당연했다.




3) 집에서 다시 꺼낸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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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야 파울로 코엘료가 쓴 책 연금술사의 내용이 떠올라 아주 오랜만에 책장에서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큰 줄거리는 이러하다.


양치기 청년 산티아고는 낡고 버려진 교회에서 하룻밤을 보내는데 그날 밤 꿈에서 한 꼬마로부터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듣는다. 노파와 늙은 왕을 만나 자신이 피라미드에서 보물을 찾게 될 것이라는 말을 다시 듣고 나서야 양을 모두 팔고 보물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중간에 파티마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연금술사의 도움을 받아 피라미드에 무사히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꿈속에서 본 땅을 파보 아도 보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때 어떤 병사가 그가 가지고 있던 금화를 다 빼앗아가면서 자신 역시 산티아고와 비슷한 꿈을 여러 번 꾼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꿈에선 스페인의 어떤 낡은 교회 근처에서 보물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은 그걸 찾기 위해 스페인으로 가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하며 떠나갔다. 산티아고는 그가 말한 곳이 어딘지 알았고 기쁨을 찾았다는 내용이다.


결국 보물(행복)이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내 앞에 있다는 사실을 길고 긴 과정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4) 결국 지금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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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산티아고도 산전수전 고생 끝에 그러한 결론에 다다른 것처럼 내 삶에 대한 고민, 질문에 대한 답도 행복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비로소 나도 나의 경험으로 깨달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여행지에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었지만 어찌 되었던 여러 여행지를 전전한 경험을 하고 나서야 나 역시 진정한 자유로움이란 내가 지금 서있는 이곳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답을 찾은 것이다. 그러니 여행이라는 경험이 쓸모가 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여행의 낭만과 힐링도 좋지만 나를 찾고자 하는 그런 의미의 거창한 여행은 더 이상 떠나지 않는다. 행복과 기쁨도 먼 곳에서 찾지 않는다. 그저 이제는 마음이 불안하고 떠나고 싶은 충동이 들수록 이동 없이 조용한 방 안에서 나를 여행하는 중이다. 내가 있는 지금, 이곳에 집중해야만 나를 깊이 있게 알아갈 수 있고 삶이 간결해진다는 것을 배워왔기 때문이다.





[최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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