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사실 나는 삼국지를 세세하게 읽어 본적이 없다. 그저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도원결의, 삼고초려, 계륵’과 같은 사자성어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 정도로만 삼국지를 접해왔다. 그게 내가 아는 삼국지 지식의 전부였다.

반면 내 친구는 삼국지를 굉장히 좋아한다. 툭하면 삼국지 인물을 상대에게 비유했고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지 않는 나와는 말도 섞지 않겠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다 이 친구의 추천으로 삼국지 만화를 한 번 읽게 됐다. 물론 만화였기 때문에 그가 다루는 역사적 깊이는 낮았겠지만 흥미로운 인물과 그들이 펼치는 전술, 때로는 인생의 교훈까지 담겨 있어서 나름대로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삼국지의 그 많은 이야기 가운데서도 바로 이번 공연의 주제인 ‘적벽대전’이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특히 적벽대전 에피소드에서는 제갈공명이 주인공이라 할 정도로 정말 많은 것들을 해낸다. 묘책을 내어 유비를 조조의 군대로부터 살려내고 오나라와 위나라의 싸움을 부추겨 그들이 싸우는 동안 유비가 세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여러 인물과 전투가 얽힌 가운데 제갈공명은 비범한 전술을 지시했고 언변은 청산유수처럼 유려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내심 감탄하면서 동시에 과거 장군들의 어리석음을 비난하기도 했다.

2019 정동극장 기획공연 <적벽>은 노래와 춤만으로 치열했던 적벽대전의 스토리를 함춤적이고 상징적인 서사로 재현해낼 예정이다. 이 공연은 이미 2017년 전통ing 시리즈로 그 시작을 알렸고 2018년에는 정동극장 레퍼토리로 선정되어 관객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전례가 있다. 그렇기에 2019년의 <적벽>은 더욱 완벽한 공연으로서 그 가치를 선점한다.

<시놉시스>

 

위, 한, 오 삼국이 분립하고 황금권좌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난무한 한나라 말엽. 유비, 관우, 장비는 도원결의로 형제의 의를 맺고 권좌를 차지한 조조에 대항할 계략을 찾기 위해 제갈공명을 찾아가 삼고초려 한다. 한편 오나라 주유는 조조를 멸하게 할 화공(火攻)을 펴기 위해 전전긍긍하는데, 때마침 그를 찾아온 책사 공명이 놀랍게도 동남풍을 불어오게 한다. 이를 빌어 주유는 화공으로 조조 군에 맹공을 퍼붓고, 조조는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한 채 적벽에서 크게 패하고 만다. 백 만군을 잃고 도망가는 조조를 가로막는 것은…

관전 포인트

-판소리 《적벽가》

본래 판소리 《적벽가》는 웅장하고 장중한 대목이 많아 가장 어려운 소리로 평가받는다. 2019 정동극장 기획공연 <적벽>은 한국의 판소리 《적벽가》를 바탕으로 새로운 장르를 보여준다. 대학 수업에서 배웠던 《적벽가》의 텍스트상의 특징은 삼국지의 인물보다 최하층 군사들의 심리를 대변하는데, 이러한 점이 극에 반영되어 있는지 한번 살펴보고 싶다.

-오브제의 활용

적벽대전에서 극적으로나 시각적으로 가장 화려한 대목은 적벽 앞에서 이루어지는 화공(火攻) 전 장면이다. 2019 정동극장 기획공연 <적벽>은 이러한 장면을 춤과 부채를 통해 이런 장면을 묘사할 예정이다. 특히 흰색과 붉은색의 대비를 활용해 더욱 호화찬란한 분위기가 구성된다고 하니 이러한 점을 주목하며 관람해야 한다.

2019 정동극장 기획공연

<적벽>

공연 기간: 2019년 3월 22일(금) - 5월 12일(일)

공연 시간: 수 - 토 8시 / 일요일 3시 (월‧화 쉼)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R석 50,000원 / S석 30,000원

학생할인 15,000원 (초·중·고)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관람연령: 8세이상 관람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