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우리의 ‘얼굴들’을 폭로하다 - 연극 <굴레방 다리의 소극>

글 입력 2019.03.1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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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두 얼굴’이라는 단어에 익숙하다. 타인들 앞에 설 때 그들에게 보이는 얼굴과, 홀로 남았을 때ㅡ얼굴을 보여주어야 하는 타인이 없을 때ㅡ짓는 얼굴은 다르다. 이를테면 직장에 출근하거나 학업을 위해 학교에 갈 때, 혹은 누군가와 약속을 잡아 만날 때. 이처럼 ‘사회에 나갈 때’ 우리들이 선택하는 얼굴과, ‘사회로부터 빠져나올 때’ 선택하는 얼굴은 분명히 다르다. 이를 인지하는 사람도, 인지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단어를 쓰는 것만으로 자신의 인격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에, 단어 사용 자체를 꺼릴 수도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나는 당신들에게 보여주는 얼굴과, 나 혼자만 있을 때 보이는 얼굴이 다릅니다.” 라고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 않는가.


그럼에도 우리들은 동의한다. ‘정상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 자신이 노력해서 만들어야 하는 얼굴이 있다는 점에 말이다. 비록 각자의 본래 모습이 정상적이라 회자되는 그 얼굴로부터 멀지라도 우리는 그것에 가까워지고자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진다. 본연의 나 자신과, 나를 포함한 타인들이 모여 집합체를 이룬 사회ㅡ이 두 가지 사이에서 괴리를 느낀다. <굴레방 다리의 소극>은 이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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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이데올로기에 지배당하는 현대인은 오히려 자신의 의지와 사고로부터 고립되어 타인의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굴레방 다리의 소극>은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가족사를 연극으로 끝없이 재연하는 구조이다. 섬처럼 고립된 공간에 갇혀 있는 이들은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지만, 이러한 삶의 형태 밖에 알지 못하기에 자유를 누리지도 못하게 된다. <굴레방 다리의 소극>은 서로서로 고립되어 살고 있는 지금의 현대인들의 모습을 반추할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다.”


- <굴레방 다리의 소극> 연극 소개 글 중 일부


 

<굴레방 다리의 소극>에서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 방식은 상당히 독특하다. ‘극중극’이라는 구조ㅡ한 배우가 두 가지 이상의 배역을 연기하는 방식. 말 그대로 여러 개의 얼굴을 한 사람으로부터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면모는 시놉시스에서도 잘 드러난다. 극중에서 주연으로 등장하는 한 가정은, 서울로 오기 전 고향에서 있었던 할머니의 죽음에 관한 일들을 매일 ‘연극으로 꾸미며’ 일상을 보낸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시놉시스는 아주 대놓고, 이 공연이 ‘연극’이라는 점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왜일까? 이 연극을 보는 우리 자신의 일상도 연극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을, 말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많은 현대인들이 마음에 달고 사는 병 중 하나는 ‘우울증’이다. 그리고 우울증을 야기하는 가장 큰 원인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사회라고 일컬어지는 타인들의 삶속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들은 마음의 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의 만남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존재가 인간인데, 우리는 어째서 ‘자신이 아닌 얼굴’을 한 채로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 상처를 받고,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질 수밖에 없는가. 이 연극은 우리를 향한 질타인 동시에 위로의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다. 비록 이 사회에서 내가 아닌 나의 얼굴을 벗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도록. 그러한 희망의 여지도 내비추고 있는 연극일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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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레방 다리의 소극
- 사다리움직임연구소 20주년 기념 공연 -


일자 : 2019.03.09 ~ 03.30

시간
화, 수, 목, 금 8시
토, 일 4시
월 쉼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티켓가격
전석 35,000원

제작
사다리움직임연구소

기획
두산아트센터, 사다리움직임연구소

관람연령
만 14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이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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