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희소하기보다 희귀하고 싶어요,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 [공연]

글 입력 2019.03.1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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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하기보다 희귀하고 싶어요



경제학에서 말하는 '선택'의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자원의 희소성 때문이다. 욕망은 무한한데 이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가피하게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달성해내기 위한 합리적 선택을 내려야만 한다. 인류가 현재까지 발명해낸 최선의 경제 체제라고 여겨지는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생산자들이 자신의 물건을 '희소'하게 만들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이러한 현상을 더 가속화시켰다. 사람들은 대중의 구미에 맞는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물건을 개발해내서 이윤을 창출해내고자 애쓰고, 실제로 이러한 '희소성'에 대한 갈망은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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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나는 때로 희소한 물건보다는 희귀한 물건을 만들고 싶어하는 생산자를 만나고 싶다. 자신의 본유적 감성, 살아오면서 터득한 지혜, 혹시나 걸작을 알아봐줄 이에 대한 기대의 마음, 곧고 굳은 심지, 그 모든 '상업성'의 울타리를 벗어난 마음을 한데 끌어모아 뭉쳐버린 그런 물건을 만나고 싶다. 그 물건이 물질적인 것이 아닌, 흔히 우리가 '형이상학적'이라고 표현하는 예술의 영역에 속한 존재라면 더욱 그렇다.


천만영화를 보면서 깔깔 웃고 나오는 것도 물론 유쾌한 경험이겠지만, 그보다는 '이 감독이 아니라면, 이 배우들의 조합이 아니었다면 절대 탄생할 수 없는 희귀한 영화였어'라며 왠지 모를 마음의 포만감을 느끼면서 영화관을 나서고 싶다.



서두가 길었다. 나는 이러한 이유로,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 를 보고 싶었다.



과학과 예술의 생뚱맞은 결합이 지구를 구원할 거에요


'과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학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대다수는 '경험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연계에 대한 법칙을 발견하고 체계화하고자 하는 활동'과 같은 정의를 떠올릴 것이다. 과학의 핵심은 분명 '실험을 통한 관찰'에 맞닿아 있다. 그런데 과학과 예술의 결합이라니? 창조력, 영감 등의 지극히 주관적인 요소를 활용한 미적 형상화에 주안점을 둔 예술은, 객관적 법칙을 찾고자 하는 과학과 어떠한 중첩적 요소도 없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생뚱맞다'고 여겨지는 모든 가능성에 장벽을 내세웠다면, 인류가 진보할 수나 있었을까? 새로움은 변화의 충분조건이다. 그리고 조금만 생각을 확장시켜보면, 과학에는 오히려 예술이 필요하다. 물론 과학적 활동, 예컨대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그를 검증하는 과정에 예술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이를 통해 얻어낸 결과물들을 해석하고, 전인류의 삶에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에 '예술'의 영역이라 여겨지는 아름다움에의 추구 및 윤리 의식에의 호소 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F 장르에 대한 관심은 그동안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SF 연극이나 뮤지컬은 물론이고 SF 영화, 소설 등에 대한 관심도 비교적 미미했던 것 같다. 물론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등의 히트작이 있긴 했지만 아직 타 장르만큼의 보편적 지지를 얻고 있지는 못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라는 작품은, 아직은 생뚱맞게 여겨지는 과학과 예술의 결합을 시도함으로써 '희소성의 길'보다는 '희귀성의 길'을 택했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사회가 만들어낼 '유토피아' VS '디스토피아'



<시놉시스>

밀양림은 과일조차 썩지 않는 최첨단 자연환경을 가진 세계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사람이 운영하지 않는 곳, 밀양림. 유울모는 바깥세상에서 밀양림으로 돌아왔다.

바깥세상은 잿빛으로 가득한 곳이지만, '생명'이 있는 곳이다. 유울모는 바깥세상을 계속 회상하게 된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미아보라, 그녀에게서 '바깥세상'을 느낀 유울모는 사라진 그녀를 쫓기 시작하고, 밀양림을 파괴하려는 자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파괴하려는 공안부!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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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는 어원적으로도 '없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런데도 인간은 어리석게 유토피아를 꿈꾼다.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장소'를 죽을 때까지 갈망하면서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사회는 '디스토피아'에 가까워지는지도 모른다.

뮤지컬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는 소설 '소셜포비아'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소설에 나오는 '밀양림'은 태양 표면의 폭발로 지구 문명이 초토화된 이후에 건설된 유토피아에 가까운 최첨단 사회이다. 밀양림에 살면서도 주인공은 이미 디스토피아에 가까워져 버린 폐허의 바깥세상을 회상하고, '낙원을 벗어난 또다른 낙원'을 꿈꾸게 된다. 인간을 결코 어디에도 안주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일까?

미래 사회를 바라보는 낙관론과 비관론을, 이 뮤지컬에서 모두 체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극단 '듀공아'의 십삼야 시리즈, 9번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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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듀공아'의 이름을 통해 듀공이라는 바다 생물체의 이름을 처음 알았다. 알고 보니 스쿠버 다이버들 중 다수가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멸종 위기에 있는 3m 길이의 희귀종이라고 한다. 극단 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세상의 숨겨진 것, 희귀한 것들을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듀공의 이름을 불러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정말 낭만적이다.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다가오는 사냥꾼들에게 상처받았을, 원래는 사람을 좋아하다가도 이제는 사람의 기척마저도 무서워졌을 것이 분명한 희귀종 '듀공'을 따뜻하게 불러주는 목소리라니!

'십삼야' 시리즈는 '어둠'을 테마로 13편의 작품을 창작하는, 2015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심해의 어둠 속을 유유히 유영하는 귀여운 생물체 '듀공'처럼, 극단 '듀공야'의 작품들 역시 인간 내면의 어둠을 그리면서도 그 속으로 침잠하지 않는 단단함을 가진 작품들이길. 그럴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든다.





INFORMATION

공연명: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

일시: 2019년 03월 19일(토) ~ 2019년 03월 31일(일)

화~금 20:00 / 토,일 16:00
(총 14회)

러닝타임 90분
(인터미션 없음)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티켓: R석 60,000원 / S석 40,000원

제작: 극단 듀공아

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창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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