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쿨 오브 락(School of Rock, 2003) : Let's Rock! [영화]

글 입력 2019.03.1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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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이 핀은 누가 봐도 '비호감'인 사람이다. 변변찮은 벌이도 없이 친구 집에 눌러살고 있는 데다, 그나마 붙어 있던 밴드에서도 퇴출당한다. 밴드에서 프론트맨으로 있을 때에도, 크라우드 서핑을 시도하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씁쓸한 모습을 연출한 바 있다. 돈을 벌어 오던가 아니면 집에서 나가라는 선고를 받은 듀이는, 궁리 끝에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르고 만다. 바로 대리교사인 친구의 일자리를 몰래 빼앗아 명문 초등학교에 출근하게 된 것이다.

머릿 속에 온통 록음악뿐인 그는 수업에 당연히 아무런 의욕도 없다. 자기네 반 아이들을 방치해두고 하루하루를 무책임하게 때우던 그는 어느 날 아이들의 음악 수업을 엿보게 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바로 아이들을 데리고 밴드를 결성하는 것! 밴드 대회에 출전해서 대상을 타려는 본인 속셈은 뒤로하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스쿨 프로젝트라는 거짓말로 아이들을 속인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듀이의 숨겨진 교사로서의 재능(?)이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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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선 음악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에게 차례로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드럼, 백보컬 등의 포지션을 맡긴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밴드 구성원이 아닌 다른 아이들에게도 적절한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보안 담당, 조명 담당, 의상 담당, 팬 담당까지 고루 배정하면서 모두에게 할 일을 나누어 준다. 또한 맡은 역할에 불만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적성에 맞는 다른 역할을 부여하기도 한다. 매사에 주도권을 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섬머에게는 밴드 매니저를, 성격은 소심하지만 폭발적인 가창력을 가진 토미카는 스태프직 대신 백보컬로 포지션을 옮겨 주는 것이다. 반 아이들을 한 명도 소외시키지 않고 밴드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것은 이로써 가능해졌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속에서 듀이와 아이들이 동반 성장해가는 모습이다. 아이들은 듀이 덕분에 각자의 재능을 발견할 뿐 아니라 점차 자신감을 키워 간다. 엄격한 아버지 때문에 위축되어 있던 잭은 기타리스트로서 끼를 발현하게 되고, 로렌스는 자신도 매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토미카는 체중으로 인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난다. 아이들이 토로하는 고민을 들어주면서 어른으로서 해야 할 격려와 조언을 해주던 듀이는 이런 과정에서 스스로도 조금씩 변화한다.

드러머 프레디가 껄렁껄렁한 형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고 꾸지람을 하는 듀이의 모습은 낯설 지경이다. 자기 반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애정과 책임감을 가지는 법을 배우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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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밴드의 앞길은 탄탄대로가 아니다. 결국 듀이가 가짜 선생이었음이 들통나게 되고 학교는 뒤집어진다. 학부모들의 입김이 대단한 명문 초등학교답게 아이들의 부모들은 교장실로 몰려와 교장을 책망하고, 이 와중에 듀이네 반 아이들이 통째로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 장면에서 아이들이 교실에 둘러앉아 의논하는 모습이 비춰지는데 영화 초반부의 모습과는 그야말로 딴판이다. 섞일 수 없을 것 같던 아이들이 자유롭게 모여 앉아 있고, 보이지 않던 권력관계는 완전히 사라진 채 서로에게 거침없이 비속어를 내뱉기도 한다. 욕설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보다 훨씬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듀이의 교육이 (어쩌다 보니) 좋은 결과를 낳았음을 보여준다. 어쨌거나 아이들은 직접 듀이를 찾아 나서기로 하고, 당돌하게도 스쿨 버스를 빌려 듀이를 태우고 공연장으로 향한다.

이런 영화의 엔딩이 늘 그렇듯 마지막은 그간 최선을 다한 밴드의 멋진 공연으로 마무리된다. 아이들의 실종으로 노발대발하며 공연장에 모여든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이 끼를 뽐내는 모습을 보고 감동한다. 원하던 대상은 타지 못했지만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앵콜 공연까지 완벽히 마무리한 밴드 '스쿨 오브 락'은, 듀이가 방과 후 밴드부를 맡게 되면서 명맥을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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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평소에도 록음악 매니아인 나같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영화에서 주장하는 '록 정신'은 충분히 감동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무대에 오르면 누구든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으며, 권력자에게 주눅들지 말고, 자신의 감정과 하고픈 말을 마음껏 표출하자는 메시지가 영화 전반에 녹아 있다. 아이들의 성장은물론이고, 한 평생 록음악을 부르짖으며 살던 듀이 본인도 진정한 '록 정신'이 무엇인지를 몸소 깨닫는다. 또한 막중한 책임감에 점점 완벽주의에 함몰되던 교장 선생님이나, 일률적인 교육만을 주장하던 학부모들 역시 한바탕의 신나는 공연에 매료되어 생각을 바꾸게 된다.

평생 자라지 않는 반항아적인 록음악의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아이도 어른도 모두 자라나는 것이다. 이 영화를 연령 불문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는 이유이다.


[한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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