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청량하고 시원한 '변덕스러운 친구들', Fickle Friends [음악]

마이너에 대한 고찰 02
글 입력 2019.03.1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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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날들이 있다. 매번 들어왔던, 그리고 항상 좋아했던 플레이리스트가 이상하게 질리는 그런 날. 얼마 전, 내 플레이리스트에 권태로움을 느낄 때쯤, 우연히 내 귀에 시원하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준 이들이 있다. 바로 ‘변덕스러운 친구들’, Fickle Friends이다. 오늘은 요즘 내가 천천히 알아가고 있는, 그리고 열렬히 알아가고 싶은 이들을 조심스럽게 소개해보려 한다.

Fickle Friends는 보컬인 Natassja Shiner와 드럼의 Sam Morris를 중심으로 리드 기타의 Chris Hall, 키보드의 Jack Wilson, 베이스의 Harry Herrington이 만나 2013년 결성했다. 현재 영국 신스팝을 대표하는 Fickle Friends는 사실 결성 직후 2년간은 레이블이 없이 활동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53개의 페스티벌 무대에 서고, 영국 앨범 차트에서 9위를 기록할 만큼 저력이 있고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현재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밴드이고 아직 아시아에서의 인지도가 굉장히 높지는 않아서 아시아에서 자주 공연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올해 2월에는 홍대의 한 공연장에서 내한 공연을 한 만큼 국내에서의 인지도도 차차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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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포인트 01.

마음이 뻥 뚫리는
청량하고 시원한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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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kle Friends는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기본적으로 ‘인디 팝’이지만 80년대의 뉴웨이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명확한 이해를 위해 음악 용어 사전의 명명을 빌리자면 음악에서의 뉴웨이브란 ‘1970년대 후반 영국을 중심으로 펑크 이후의 새로운 록을 통칭하는 말’로, Fickle Friends의 음악에는 강렬한 신디사이저와 몰아치는 기타의 소리로 가득하다.

이런 그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두 가지 곡을 소개해볼까 한다.



대표곡 [Sw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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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kle Friends의 대표곡 딱 하나를 말해보라면 단연 ‘Swim’일 것이다. 필자 또한 이 곡으로 Fickle Friends에 입문하기도 했고. 이들이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인 2014년에 나온 이 곡은 2년 전 뮤비가 공개되었고 최근 2018년에 발매한 1집 ‘You Are Someone Else’에 수록되었다. 처음 발매된 이후로 다양한 리믹스 그리고 어쿠스틱 등 계속해서 새로운 버전으로 나오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Swim’은 어린 시절의 짝사랑과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복잡해지는 관계에 대한 가사를 담고 있는 것에 반해 ‘Swim(수영)’이라는 제목과 경쾌한 비트 그리고 청량감 있는 음들은 듣는 이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든다. 많은 팬은 Fickle Friends의 음악이 여름에 잘 어울린다고들 하는데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 바로 ‘Swim’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픽 [Ro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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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에서의 쨍한 기타음과 그 뒤로 들리는 중독성 강한 비트, 그리고 보컬 Natassja의 맑은 목소리까지. 이미 이 노래를 알고 있는 지금도 아무 생각 없이 플레이 리스트를 듣다가 이 곡으로 넘어가면 강한 중독성에 사로잡힌다.

사실 ‘Rotation’의 주제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는데, ‘자신이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로 그들이 계속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둔다면 그것은 끝없이 순환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많고 많은 사랑 주제가 아니어서, 그리고 누구든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하기에 중독적인 멜로디 뒤의 주제의식을 또 한 번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밴드는 역시 라이브 공연을 할 때 가장 멋있다. Fickle Friends도 마찬가지이다. 이 글을 읽고 이들에게 혹했다면, 한 번이라도 라이브 영상의 열정적인 이들을 마주해보라.


*
매력 포인트 02.

레트로한 느낌이
물씬 나는 뮤직비디오


사실 Fickle Friends를 처음 접한 건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였다. 흘러나오는 음악도 좋았지만, 매력적인 컬러와 폰트, 그리고 레트로한 느낌이 물씬 나는 뮤직비디오는 그때의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Fickle Friends의 음악은 물론 훌륭하지만, 이들의 음악이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뮤직비디오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Fickle Friends를 처음 만나는 이들을 위해 두 개의 ‘입문’ 뮤직비디오를 추천해줄까 한다.



첫 번째 추천 뮤비, G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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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처음 접한 뮤직비디오, Glue. 사실 특별한 서사가 있거나 한국의 아이돌 뮤직비디오처럼 격렬한 댄스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보컬 Natassja가 노래를 부르는 영상에 더해진 색감, 매력적인 폰트로 적혀나가는 가사, 그리고 영상을 감각적으로 만들어주는 노이즈와 효과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자연히 리듬을 타게 만들고 강한 비트가 돋보이는 이들의 음악에 맞게 형성되는 노이즈와 각종 효과는 이 영상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쾌감을 느끼게 한다. 덧붙여 ‘우리 입술은 마치 Glue 같아’라고 표현하는 도발적인 가사처럼 빨강–보라–파랑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영상의 색감은 이 노래의 분위기를 한층 더 느끼게 한다.



두 번째 추천 뮤비, Hard To Be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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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 끼지 못하는 ‘아싸’. 격렬히 ‘인싸’가 되고 싶은 이들을 노래한 이 곡은 테마만큼이나 뮤직비디오도 재미있다. 이 영상은 두 개의 화면으로 나누어져서 시작하는데, 모두 파티에 들어가는 이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왼쪽은 ‘Expectation’, 그러니까 주인공의 로망 같은 것이고, 오른쪽은 ‘Reality’, 다시 말해 주인공의 현실인 것이다. 주인공의 기대 속에서 그는 자신 있게 파티장을 들어가고,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그는 파티 명단에도 없어서 들어가지조차 못하는, 그야말로 완전한 ‘아웃사이더’이다.

기대 속의 ‘fancy’한 자신, 그리고 현실 속의 지질한 자신. 이 둘을 극명히 대조한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런 내용을 담은 음악을 듣다 보면 어딘가에 어울려보려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보려 노력했던 어떤 나날들이 떠올라 웃음이 나면서도 왠지 서글프기도 하다. 꼭 파티가 아니더라도 모두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이러한 경험을 하곤 한다.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상황과 감정을 재치 있게 풀어낸 이 뮤직비디오는 우리가 Fickle Friends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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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포인트 03.

감각적인 앨범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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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갈겨쓴 듯한 폰트와 비비드한 색감의 앨범 커버. 우리가 듣는 이들의 노래만큼이나 앨범 아트도 시원시원하다. 같은 곡의 앨범 아트도 리믹스 버전에 따라 색감이 바뀌곤 하는데 감각적인 이들의 앨범 아트는 이 밴드의 노래를 가장 잘 대변하면서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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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에 대한 고찰>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지금껏 나 또한 취향을 선택하기에 너무 좁은 저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소 음악을, 영화를, 그리고 책을 사랑하지만, 특히 어떤 장르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었던 건 그만큼 다양한 것을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Fickle Friends는 그런 의미에서 내 개인적으로 이루어낸 취향의 발견과도 같았다. 아직 조금 쌀쌀한 요즘 여름이 그립다면, 듣기만 해도 마음이 뻥 뚫리는 그런 음악을 찾고 있다면 우리의 ‘변덕스러운 친구들’을 찾아달라.


[김윤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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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송영은
    • 덕분에 좋은 노래 많이 알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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