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작은 위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음악]

이소라의 '신청곡'
글 입력 2019.03.1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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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플레이리스트에 담긴 곡들이 아닌 신곡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가끔 이렇게 난 새로운 것을 갈망하며 여행길에 오른다. 익숙하고 안정된 삶과 편안함을 추구한다고 생각해왔지만 요즘의 난 잘 모르겠다. 뭔가에 익숙해지기 전까진 그것에 빨리 스며들길 원하면서도 후에 그 속에 깊이 스며들어버린 후엔 처음의 초심을 까맣게 잃고 만다. 초심을 삼켜버리는 익숙함의 거대한 그림자가 어쩌면 내게 새로운 것들에 대한 갈망이 비집고 올 공간을 마련해 준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지만 생각보다 두려운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도전이라는 것이 아주 큰 변화를 불러올지도 모르는 신중한 선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일상 속에서도 수많은 도전의 기회와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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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신메뉴 볼크림 프라푸치노 포스터>



내가 스타벅스에서 제일 즐겨 찾는 메뉴는 그린티 프라푸치노다. 여느 때처럼 단골메뉴를 먹어야지 생각했던 찰나에 ball cream frappuccino라는 새로운 메뉴 포스터가 내 눈길을 끌어당겼다. (아쉽게도 시즌 한정 신메뉴라 더이상 출시가 안되는 것 같다.) 복숭아 맛이 나고 색이 신비로워 보이는 이 음료를 그린티를 포기하고서까지 먹을 가치가 있을까에 대한 짧은 고민이 머릿 속을 스쳐 간다.


이 음료를 먹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은 그린티를 포기해야 되는 것인데 그땐 충분히 가치 있는 결정이었다. 새로운 메뉴에 대한 도전이 주는 짜릿함, 신상을 먼저 체험해보고 지인들에게 이야기해 줄 생각에 설레임, 도전결과가 만족스러운지에 대한 여부와 상관없이 또 하나의 재밌는 추억이 생긴다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


이 모두가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가치들이다. 비단 음료뿐 아니라 도전은 내 일상 속 모든 부분에 깊게 침투하고 있다. 최근 내가 도전을 통해 얻은 것은 오랜만에 가슴을 울린 노래였다. 평소 추가해뒀던 플레이리스트의 곡을 듣는 편인데 요즘은 뭔가 새로운 곡이 필요한 느낌을 받았던 터라 아주 오랜만에 최근 곡을 둘러보았다. 랜덤재생 중 피아노 반주로 도입부가 시작되는 한 곡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추가하기까지 30초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 속에서 재생되는 전주와 노래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면 이곡은 ok 였던 것이 내가 곡을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이 노래의 피아노 전주부분은 피아노 건반이 하나씩 눌러지듯 그 음률 또한 내 마음을 툭툭 누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노래에 대해 글을 써보는 나의 첫 도전기와 함께 한 그 곡은 바로 이소라씨의 ‘신청곡’이라는 곡이다. 이소라씨곡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은 것 같다. 거기다 이 곡은 이소라씨의 멋진 음색과 함께, 나보다 우리 엄마가 더 열광하는 BTS의 피처링이 노래의 완성도를 높인다. 거기다 가사는 말할 것도 없다. 공감을 주는 부분, 힘들때 이 곡을 듣는 것만으로 작은 위안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부분. 이렇듯 노래의 가사는 내 감정과 깊이 교류하고 있다. 노래는 처음 이렇게 시작된다.



창밖엔 또 비가 와,

이럴 땐 꼭 네가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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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빗소리를 듣거나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 있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어쩌면 연상되는 그 기억들이 마냥 좋은 것이 아닐수도 있지만, 이렇게 무언가를 보고 누군가가 그 순간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은 비오는 날의 추위를 녹여줄 온기가 내마음속 공간을 빽빽이 채우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노래의 중반부에는 더욱 내 마음을 흔드는 가사들이 등장한다.



때때론 잠시 쉬어 가고플 때

함께임에도 외로움에 파묻혀질 때

추억에 취해서 누군가를 다시 게워낼 때

그때야 비로소 난 당신의 음악이 됐네



사람들은 모두 바쁜 삶 속에서 잠깐 숨을 고를 쉼터를 필요로 한다. 또한, 함께 있지만 여전히 외로움을 느낄 때도 많다. 그것이 관계가 주는 진정성의 부족함에서 느껴지는 것 일수도, 때론 내 마음이 무심코 보내는 신호일수도 있다. 그때 사람들은 추억을 떠올리며 또다른 추억 속 누군가를 마음속으로 불러들인다. 어쩌면 이 공허한 감정들이 그 사람들 덕분에 치유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을 안은 채.


가사에서 그때야 비로소 당신의 음악이 되었다는 부분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바쁜 삶 속, 혹은 익숙함 속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추억 속 그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젠 내가 그 사람들에게 힘이 될 거라는 다짐을 의미하는 것일까?


누군가의 음악이 되었다. 한 편의 시 같은 이 가사는 이 노래를 듣는 많은 사람들에게 각자 다른 의미를 전달해 줄지도 모르겠다.


이어지는 가사에서 내가 누군가에겐 봄, 겨울, 처음과 끝 그리고 행복과 넋이라는 부분이 나온다. 나에게 이런 소중한 의미를 가진 누군가가 함께있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많은 사람들은 우울함의 늪에 빠지고 자존감을 더욱 상실한다.


이럴 땐 받는 것에 대한 행복보다 주는 것의 행복을 더욱 크게 느끼는 사람이 돼보는 것도 좋다. 내게 의미있는 누군가가 찾아오길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먼저 의미있는 사람이 돼는 것이 공허한 내 마음을 훨씬 따스히 데워줄 것이다.


*


글을 쓰는 지금 이 시간 동안 ‘신청곡’을 무한 반복 재생 중이다. 오늘도 감사할 작은 일이 하나 생겼다. 익숙한 노래들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노래에 대한 도전이 감성 풍만한 저녁시간을 선물해주었다. 외로울 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DJ에게 청해 잠시 노래와 나, 둘만 존재하는 시간을 갖고 싶은 순간들이 가끔 존재한다. 오늘의 나에게 ‘신청곡’은 그때 신청하고 싶은 곡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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