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왜곡을 분산시키는 최상의 조직체 [시각예술]

카메라 렌즈의 성능보다 중요한 것
글 입력 2019.03.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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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시골 마을
'액상프로방스' 에서


단순히 순간적인 반짝임, 찰나적인 형체만을 포착해내기보다는 오히려 프레임 바깥에 존재하는 순수한 삶의 마음과 그 속에 스며있는 향수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 그것은 어떠한 피사체가 담긴 결과물을 촬영하고 이를 누군가와 공유할 때마다 반복하여 곱씹어 보는 나의 마음가짐이다.


사진에 찍힐 수 있는 수많은 대상들과 주제들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인물사진’을 잘 찍어볼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직전까지 상대방을 생각하는 나의 애정 어린 시선을 담아내는 것이다. 그들을 향한 정나미 있는 눈길은 성과물에 정확히 비례하여 반영된다.


상대방 마음에 들었던 사진들의 공통점을 살펴보자면, 어색하지 않은 표정과 자세를 취하고 있는 각자만의 모습이 무심코 담겨 있다. 그것의 인과를 되짚어보자면, 나와의 만남에서 안정감 혹은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 타인의 모습과 가장 자연스러운 그의 형상을 조각하고자 하는 나의 노력이 합쳐져 도출된 효과라 볼 수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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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낯선 이를 찍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로 느껴지나 보다. 인물 사진은 사람과 사람이 마주함으로써 새겨지는 일이기도 하니까. 현실 속 모든 사람 관계가 그렇듯, 서로에 관하여 조금이나마 알게 되기까지는 일정량의 시간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므로.

그렇다면 일생에 단 한 번 보고 헤어질 수도 있는 사람들을 포착해볼 때는 어떠한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고려되어야 할까. 어쩌면 그들이 나의 렌즈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진정성 있는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아닐까. 사람과의 만남과 대화 속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눈빛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아마 그 눈빛은 있는 그대로의 현재 모습을 편견 없이 바라보아줄 수 있는 태도일 것이다.

언젠가는 처음 만나는 인물의 모습을 담아내고 인터뷰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마주하게 된 현재의 공간, 그곳에 관한 소감. 이곳에서 어떤 이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은 당신에게 어떠한 존재인지. 오늘의 기분과 감정은 어떠한 양상을 띠고 있으며 새로이 발견한 장면과 같은 것들이 있었는지. 스쳐 지나갈 이들을 훅 찍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혈색과 안색을 궁금해하며 그를 촬영한 샷과 일종의 인터뷰를 당사자에게 선사해주는 일을 기획해보고 싶다.

그것은 앞으로 새로이 만나게 될 사람을 대하는 방식으로서 적용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나를 둘러싸고 있는 시공간의 색깔이 멀리 달아나지 않도록 필름 한 컷에 삽입하여 뇌리에 꽂아두는 일은 꽤나 의미 있는 일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쏟아져 나오는 최신형 기계들 앞에서 오래된 나의 보급형 카메라는 더할 나위 없이 소박하지만. 가장 좋은 렌즈는 고성능의 뛰어난 기술을 갖춘 부품이라기보다는, 어떠한 존재들에 오래도록 머무는 나만의 고유한 시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류승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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