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겨울과 봄 사이를 거닐고 있는 지금 이 계절, 듣고 싶은 음악

겨울과 봄을 닮은 일본 밴드의 노래들
글 입력 2019.03.15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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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인조 밴드 람프.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하는 달. 3월도 어느덧 절반을 향해가고 있다. 저번 주만 해도 미세먼지로 가득한 뿌연 하늘이 시야를 가리며 마음까지 답답하게 만들었는데, 다행히도 어제부턴 맑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꽃이 피는 걸 시샘하기라도 하는 건지,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한동안은 정말로 봄이 온 듯 포근한 날씨였는데, 품 안으로 파고드는 세찬 바람과 온몸을 웅크리게 하는 추위는 영락없는 겨울이었다.


오늘 아침, 새파란 하늘과 입에서 피어나는 입김을 바라보며 차디찬 겨울과, 다가올 봄날을 떠올렸다. 그리곤 어떤 음악들을 흥얼거렸다. 내게는 좋아하는 몇 일본 밴드가 있는데, 그들의 음악은 내게 겨울이거나, 봄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포근하고 아늑한 그들의 음악은 새하얀 겨울을 떠올리게 했고, 때로는 나른한 봄 햇살을 떠올리게 했다. 겨울도, 봄도 아닌 지금 이 계절과 잘 어울리는 일본 밴드의 음악들을 소개해 보고 싶다.








寒空の下 暗がりの街 君と僕と二人は

추운 하늘 아래 어둠의 거리 너와 나는 둘이서


ただ いた言いかけた言葉 夜空に消える

그저 걷기만 했어 끝까지 채 말하지도 못한 말 밤하늘로 가라져 가



일본의 3인조 밴드 람프(ランプ). 서정적이고 따뜻한 이들의 음악은 듣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녹인다. 위 노래는 '최종 열차는 25시'라는 제목의 노래인데, 가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추운 겨울 하늘 아래 서있는 두 사람, 별이 총총 박힌 밤하늘, 저 멀리 사라져가는 마지막 열차. 가사와 멜로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 고요하고 깊은 밤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이들의 가사는 한 편의 시처럼 서정적이고, 음악은 비할 데 없이 낭만적이다. 찬찬히 람프의 노래를 듣다 보면 일본의 고즈넉한 풍경이 어느새 눈앞에 고스란히 펼쳐져 있다. 특히나 위 곡이 수록되어 있는 <戀人へ (연인에게)>는 한겨울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앨범이다. 날이 추워지면 오면 매년 꺼내 듣는 앨범이다.








歸りのチケットを破る意氣地も

돌아오는 티켓을 찢을 패기도


愛に生きる勇氣もない

사랑으로 살아갈 용기도 없어


不樣な塗り繪のような人生が

보기 흉하게 윤곽만 그린 그림 같은 인생이


花びらに染まっていたあの夏

꽃잎에 물들고 있던 그 여름



두 형제가 결성한 밴드 키린지(キリンジ). 이들은 2013년 메인보컬과 기타를 담당했던 동생의 탈퇴 이후 6인조 체제로 새롭게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위 노래는 2003년 앨범의 수록곡 '사랑의 코다'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대표곡 중 하나이다. 키린지의 노래는 과거 몇 예능 프로그램에서 삽입되면서 대중들에게 소소한 인기를 얻기도 했다.


섬세한 가사와, 수려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는 마음을 일렁이게 만든다. 봄의 초저녁, 끝나버린 사랑을 회상하며 담담하게 노래하는 목소리. 나른한 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노래다. 키린지의 많은 음악들 중에서도 이 음악은 언제나 특별하다. 멜랑콜리한 기분이 들게 만들기도 하고. 여전히 그 자리에 반짝이며 빛을 내는 노래다.








보컬 사토 신지를 중심으로 구성된 밴드 피시만즈(フィッシュマンズ). 1987년에 결성되어 시부야케이(시부야를 중심으로 생겨난 음악 트렌드. 일렉트로닉 음악을 기반로 재즈, 보사노바, 펑크 등의 장르가 가미된 음악이다)의 전설로 불리며 획기적인 한 획을 그은 밴드이다. 서울 서교동에는 이들의 앨범 제목 <공중 캠프>의 이름을 따온 카페가 있기도 하다.


이 노래는 내게 늘 겨울이다. 새파랗고 차가운 공기가 생각나고, 차분하고 아늑한 겨울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한겨울에 온몸을 꽁꽁 싸매고 거리를 걸으며 들으면 정말 어울리는 음악이다. 다채롭고 풍성한 연주와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를 듣다 보면 추위도 잊어버릴 듯하다.








폴라리스(Polaris)는 90년대 후반 밴드 피시만즈의 해체 이후, 피쉬만즈의 베이시스트 카시와바라 유즈루가 새롭게 결성한 밴드이다. 이들의 음악은 피시만즈와 비슷한 결을 띄고 있으면서도, 자신들만의 색을 확고히 녹여내고 있다. 귀여운 동물이 그려진 포근한 분위기의 앨범 커버는 이들의 음악과 더없이 잘 어울리기도 하다.


폴라리스의 음악은 따뜻하면서도 서정적이다. '심호흡'이라는 제목을 지닌 위 노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나른한 보컬과, 생기 넘치는 연주는 언제 들어도 기분을 좋아지게 만든다. 나른한 봄에도, 고요한 겨울에 들어도 참 좋은 노래다.








마지막은 봄 냄새가 나는 듯한 Cero의 음악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2004년 결성된 3인조 팝밴드 Cero. 밴드의 이름은 Contemporary, Exotica, Rock, Orchestra를 줄인 것이다.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와 독특한 사운드가 매력적인 그룹이다. 여유로운 뮤직 비디오의 풍경처럼 노래는 여유롭고 나른한 분위기를 맘껏 담아내고 있다. 봄을 맞이하기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


이미 3월의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꽃샘추위가 찾아온 이 계절을 잠시 느끼며 겨울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가올 봄을 맞이하는 건 어떨까. 겨울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쓸쓸하지 않도록 포근하게 배웅을 해주고선, 따뜻하고 포근한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다가올 봄날을 기다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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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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