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크로키] INTO THE WILD: 어떻게 살 것인가

그는 여정의 끝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
글 입력 2019.03.1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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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CROQUIS]

놓쳐서는 안 될,
국내 미개봉 수작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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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와일드

(Into the Wild, 2007)


감독: 숀 펜

특이: 동명의 논픽션 책을 원작으로 함

수상: 2007년 AFI 선정 '올해의 영화 10' 외 다수



키워드: 히피, 자연, 실화

인생, 자아 탐색, 철학적인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이 복잡하고 슬픈 기분을 추스르기 위해선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이 영화가 모험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자연을 찬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10분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이 영화, <인투 더 와일드>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병든 사회를 벗어나


"엄마 도와줘요!" 영화는 아들의 환청을 듣는 한 여성과, 알래스카 설원 속 마른 가지를 헤치며 걸어가는 크리스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광활한 눈밭에서 크리스는 한 캠핑 버스를 발견한다. 누군가 머물렀던 흔적이 남아있는 버스. 크리스는 이 버스가 아주 마음에 든다. 짐을 풀고 청소를 한다. 그 버스에서 아주 살기라고 할 것처럼 말이다. 그는 왜 알래스카에 가게 됐을까? 왜 그곳에 정착하려고 하는 걸까? 이야기는 그 발자취를 따라가며 펼쳐진다.


크리스는 명문대를 A 학점으로 졸업한 수재다. 그의 부모는 흐뭇한 얼굴로 제 아들의 졸업식을 지켜본다. 이제 크리스의 앞길은 곱고 곧다. 유복한 가정에 인텔리 부모. 한마디로 그는 금수저다. 졸업 선물로 새 차를 사주겠다는 어머니 앞에서 크리스는 그 제안을 비웃는다. 크리스의 관심사는 그런 게 아니다. 그가 관심 있는 것은 오직 도덕, 정의, 진리, 자아... 그런 것들이다. 그의 눈에 세계란 부조리와 폭력투성이다. 폭력적인 아버지, 그의 위선, 돈, 획일화된 목표, 사회의 불공정함, 불평등. 그는 떠날 것이다. 돈과 피상의 세계, 그러니까 이 병든 사회로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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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투 더 와일드> 스틸컷


자연의 수많은 풀은 저마다 비슷하게 생겼어도, 모두 각자의 이름이 있고 각자의 쓰임새가 있다. 구별하기 힘들 만큼 닮아있지만, 하나는 식용이고 하나는 독성이 있다. 크리스는 그들처럼 '올바른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 사람들과 구별되는, 온전한 '나'를 지칭할 수 있는 단어. 크리스는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정한다. '알렉산더 슈퍼트램프'. 크리스는 알렉산더가 되어, 자신이 정한 이름에 걸맞은 자신이 결정한 삶을 살고자 한다.

알렉산더는 철저하게, 감쪽같이 사라진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연락 수단도 없이. 오직 커다란 가방과 간단한 생필품을 챙겨 집을 나선다. 가진 돈은 이미 모두 기부했다. 혹시나 챙겨온 비상금마저 도중에 불태워버린다. 이제부터는 맨손과 맨발로 모든 것과 싸우고 헤쳐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에겐 그런 투쟁조차 다시금 조화로워지는 과정의 일부다. 잠시 멀어졌던, 하지만 본래 우리의 일부였던 '자연'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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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투 더 와일드> 스틸컷



무위의 끝에서 발견한 것


도시와 인간 문명을 떠난 그의 여정은 가히 영웅적이다. 스펙터클하고 흥미진진하다. 그는 우등생답게 자연생활 역시 A+로 완벽하게 해낸다. 갓 딴 사과와 H.D. 소로의 책, 사냥한 고기, 직접 수확한 쌀. 그의 자연생활은 아주 거친 <리틀 포레스트(2014)>같기도 하고, 조금 치기 어린 <레버넌트(2015)> 같기도 하며, 건전한 <온 더 로드 (2012)>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그의 삶에 대한 동경을 잔뜩 심어주다, 어느 순간 질문 하나를 끼워 넣는다. 그런데 이 여행, 옳은 선택이었을까?

자아를 찾고 자연과의 합일을 꿈꾸는 그의 이상 너머, 그의 고향엔 피가 마르는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부모가 있다. 반성과 분노의 시간을 지나 그들에겐 이제 고통만 남았다. 잦은 부부 싸움으로 불화가 가득했던 가정 환경. 알렉산더는 마치 그런 부모를 처벌하듯, 그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에 자취를 감춰버렸다. 과연 그건 옳은 선택이었을까? 그의 여행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진실, 자아, 자연... 하지만 사랑을 말하는 알렉산더는 가족을 사랑하지 않으며, 자연과의 조화를 말하는 알렉산더는 가족을 붕괴시킨다. 이 아이러니함 속에서 알렉산더는 여행을 계속한다.

알래스카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에서 만난 한 노인은 알렉산더에게 묻는다. "자네, 도대체 뭐로부터 이렇게 도망치는 중인가?" 이에 알렉산더는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며, 인간의 본질은 새로운 경험으로부터 얻어진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도착한 알래스카. 알렉산더는 그곳에서 자신의 이상을 찾을 수 있을까. 찾는다면 그건 행복한 삶일까. 그는 그곳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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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투 더 와일드> 스틸컷


영화는 내내 수많은 층위의 이야기와 삶을 전하며 우리를 흥분케하지만, 그 화룡점정은 단언컨대 "마지막 10분"이 될 것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사이, 명확한 답이 내려지지 않는 질문들이 쏟아질 것이다. 눈물이 고이지만 흐르진 않을 것이다.

영화는 상당히 양면적이고 복합적이다. 우리를 흥분시키며 동시에 침착하게 만들고, 도전을 갈망하게 만들되 동시에 안주하게 한다. 알렉산더의 여정은 훌륭하고 위대했다.  하지만 동시에 작은 아쉬움을 남긴다. 우리의 모든 선택이 언제나 백 퍼센트 완전할 수는 없다는 듯.

인생의 즐거움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게 아니라던 알렉산더가, 후에 '행복은 나눌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라고 적는 장면은 다분히 의미심장하다. 알렉산더는 여정 중에 만난 소중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등을 돌려왔다. 알래스카에 가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쯤, 그는 그들의 얼굴을 하나둘 되짚는다. 따뜻했던 히피 부부, 유쾌한 집시 커플, 많은 걸 도와준 농부, 자신을 아들처럼 생각하던 노인.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을 떠올린다. 그는 후회했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했을까. 그는 이 여행의 끝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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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투 더 와일드> 스틸컷


*


"그의 여행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곧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혹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로 귀결된다. 그의 여행은 누군가에겐 '자아 탐색을 위한 시간'으로, 누군가에겐 '완전한 자유에 대한 갈망', "관습에 대한 도전", 또 누군가에겐 그저 '치기 어린 방황'으로 보일 것이다. 어떤 답을 내리든 그건 온전히 관객의 몫이라는 듯 영화는 품을 활짝 연다. 이 엔딩을 보기 위해서라도, 이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하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삶의 지향점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 <인투 더 와일드>. 온몸에 자연을 묻힌 채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불타는 패기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이 지적인 청년의 삶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그 여정 끝에서 알렉산더가 발견한 것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영화, <인투 더 와일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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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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